(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하루에 두 경기를 치르는 강행군이 결국 탈이 난 걸까. 아시안게임 '디펜딩 챔피언'을 무너뜨리는 대이변을 일으킨 최지훈(세계 89위)이 1시간24분 혈투를 치른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다시 코트에 올랐다가 경기 도중 기권했다.
최지훈은 26일(한국시간) 일본 아이치현 이치노미야시의 이치노미야 시립체육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하계아시안게임 배드민턴 남자 단식 16강에서 응카롱 앵거스(홍콩·세계 30위)를 상대로 3게임 도중 경기를 포기했다.
최지훈은 1게임을 21-18로 따내며 기분 좋게 출발했지만 2게임을 14-21로 내줘 승부가 원점으로 돌아갔다.
결국 3게임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최지훈은 1-3으로 뒤진 상황에서 더 이상 경기를 이어가지 못하고 기권했다. 대회 공식 기록에도 최지훈은 'RET(Retired·기권)'으로 표시됐다. 경기는 시작한 지 49분 만에 응카롱의 승리로 끝났다. 이로써 최지훈의 이번 아시안게임 남자 단식 도전은 16강에서 막을 내렸다.
단순한 패배보다 눈길을 끈 건 이날 최지훈이 소화한 일정이었다.
최지훈은 이날 오후 1시30분경 경기장에 도착했다. 당초 이날 남녀 단식 32강 일정은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3시30분 사이에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앞선 경기들이 이어지면서 최지훈은 오후 4시경에야 첫 경기를 시작했다.
상대부터 만만치 않았다. 세계랭킹 12위이자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단식 금메달리스트인 리스펑(중국)이었다.
세계랭킹에서 무려 77계단이나 뒤진 최지훈은 첫 게임을 18-21로 내주고도 물러서지 않았다. 2게임을 접전 끝에 21-19로 가져와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 뒤 마지막 3게임마저 21-18로 잡아 게임스코어 2-1 역전승을 거뒀다.
경기 시간은 무려 1시간24분이었다. 생애 첫 아시안게임에 나선 세계 89위가 84분에 걸친 혈투 끝에 '디펜딩 챔피언'을 탈락시키는 대형 이변을 일으켰다.
그러나 승리의 기쁨을 만끽할 시간은 길지 않았다.
32강을 통과한 최지훈은 같은 날 다시 16강을 치러야 했다. 특히 첫 경기가 오후 4시경에 시작해 1시간24분이나 이어졌음에도 다음 경기가 이튿날로 넘어가지 않았다.
최지훈은 오후 11시경 다시 코트에 섰다. 1시간24분에 걸친 혈투를 끝낸 뒤로는 불과 5시간여 만이었다. 경기 후 회복과 식사, 다음 경기 준비에 필요한 시간까지 고려하면 온전히 쉴 수 있었던 시간은 더욱 짧았다.
상대 역시 세계 30위 응카롱이었다. 최지훈보다 세계랭킹이 59계단이나 높은 선수였다.
그럼에도 최지훈은 첫 게임을 21-18로 따냈다. 이날 두 번째 경기에서도 또 한 번 자신보다 세계랭킹이 크게 높은 선수를 상대로 이변을 일으키는 듯했다.
그러나 2게임에서는 응카롱에게 14-21로 밀렸다. 승부는 마지막 3게임으로 향했지만 최지훈은 1-3으로 뒤진 상황에서 결국 경기를 포기했다.
최지훈의 기권 이후 배드민턴 팬들 사이에서는 대회 일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특히 1시간24분 동안 풀게임 접전을 펼친 선수가 불과 몇 시간 뒤 다시 단식 경기를 치러야 했다는 점에서 하루 두 경기를 배정한 일정이 선수에게 지나친 부담을 준 것 아니냐는 반응이 이어졌다.
하루 두 경기를 소화한 건 최지훈뿐만이 아니다. '배드민턴 여제' 안세영도 같은 날 여자 단식 32강과 16강을 연이어 치렀다. 안세영은 앞서 하루 두 경기 일정에 대해 "솔직히 처음이어서 당황스럽긴 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최지훈이 부상 등 정확히 어떤 문제로 기권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1시간24분의 혈투를 치른 선수가 불과 몇 시간 만에 다시 경기에 나섰다가 기권하면서 하루 두 경기를 치르는 이례적인 대회 일정에 다시 시선이 쏠리게 됐다.
사진=대한배드민턴협회 SNS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