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여자체조 국가대표 안창옥이 24일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시 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기계체조 여자 도마 결승에서 2위에 올랐다. 시상식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고도 침통한 표정을 보였다. 사진 박지영 기자
(엑스포츠뉴스 일본 나고야, 김지수 기자) 여서정에게 밀려 아시안게임 여자 기계체조 도마 2연패가 좌절된 북한의 안창옥이 시상대에서 단 한 번도 미소를 보이지 않았다. 동메달을 따고 기쁨을 표출했던 전날과는 전혀 딴판이었다.
여서정은 24일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시 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기계체조 여자 도마 결승에서 출전 선수 8명 중 1위를 기록,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여서정은 3번째 순서로 나선 결승에서 1차시기 난도 5.4점짜리 기술을 펼쳐 14.466점을 획득했다. 전광판에는 환상적이라는 뜻의 '판타스틱(Fantasic)' 문구가 떴고, 관중들은 환호했다.
2차시기도 완벽에 가까웠다. 난도 5.0점짜리 기술까지 멋지게 선보였다. 14.100점에 보너스 0.20점을 더해 1, 2차시기 평균 14.483점을 기록, 경쟁자들을 큰 격차로 따돌렸다.

북한 여자체조 국가대표 안창옥이 24일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시 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기계체조 여자 도마 결승에서 2위에 올랐다. 시상식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고도 침통한 표정을 보였다. 사진 박지영 기자
여서정의 뒤를 이은 건 북한의 안창옥이었다.
안창옥은 1차 시기에 14.300점을 기록, 여서정의 1위 자리를 잠시 위협했다.
하지만 2차 시기 착지 과정에서 옆으로 넘어지더니 착지대 아래로 굴러떨어질 뻔한 치욕까지 겪었다. 여서정을 이기려다가 무리한 기술을 시도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안창옥은 결국 2차 시기엔 13.033에 그쳤다. 1, 2차 시기 평균 13.666점으로 여서정을 넘지 못했다.
안창옥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2023년 개최) 여자 도마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이때는 여서정이 출전하지 않았다. 여서정은 2024 파리 올림픽 단체전 출전권이 걸린 2023 앤트워프 세계 기계체조 선수권에 집중했다.
여서정이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이후 8년 만에 아시안게임 무대로 돌아오면서 여자 기계체조 도마 종목의 우승후보 '0순위'로 꼽혔다. 여서정은 경쟁자들보다 한 수 위 기량을 뽐내면서 한국 여자체조 역사상 최초로 아시안게임 2회 우승의 위업을 달성했다. 반대로 안창옥은 여서정을 넘지 못하고 은메달에 만족했다.
시상식에서 환한 웃음을 보인 여서정과 다르게 안창옥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 은메달을 딴 선수가 아니라 꼴찌로 대회를 마감한 선수 같았다. 지난 23일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뒤 시상식 내내 동료들과 웃는 얼굴을 보였던 것과는 전혀 달랐다.

북한 여자체조 국가대표 안창옥(왼쪽)이 24일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시 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기계체조 여자 도마 결승에서 2위에 올랐다. 시상식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고도 침통한 표정을 보였다. 사진 박지영 기자
통상 아시안게임 시상식에서는 메달 색깔과 관계없이 입상자들끼리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기념촬영을 진행하거나 서로를 격려하는 게 일반적이다. 안창옥은 이조차도 없이 무표정한 얼굴로 정면만 응시했다.
안창옥은 이후 여자 이단평행봉 결승에도 출전했지만, 4위에 그치면서 하루 두 개의 메달을 손에 넣지는 못했다.
현장 취재진이 있는 믹스트존을 거쳐 경기장을 빠져나갈 때도 한국 기자들의 질문에 입을 닫은 채 난처하다는 웃음을 보이면서 퇴장했다.
남북관계가 오랜 기간 경색돼 있는 탓에 스포츠 선수들 역시 아시안게임 같은 메이저 국제대회에서 마주치더라도 교류가 전혀 없는 편이다. 북한 선수들은 한국 선수들은 물론 취재진과는 눈도 마주치지 않으면서 외면하기 일쑤다.
안창옥 역시 이날 여자 도마 결승전에서 여서정의 플레이에 박수를 보내기는 했지만, 이게 전부였다.
여서정도 "북한 선수들과 교류는 전혀 없다고 보시면 될 것 같다"며 "이게 나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뭔가 어떻게 하기는 어렵다"고 아쉬워했다.
여서정은 또 "안창옥과 정정당당하게 하고 싶었는데 오늘 넘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웠다. 열심히 준비하는 모습도 지켜봤기 때문에 더 그랬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사진=일본 나고야, 박지영 기자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