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강원FC의 '믿을 구석'은 결국 정경호 감독이다.
강원의 스쿼드가 순식간에 얇아졌다. 송준석의 8월 입대와 핵심 수비수인 이기혁과 신민하, 미드필더 이승원의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차출은 예정된 일이었으나, 하필 같은 시기에 부상자들이 쏟아져 나온 탓이다.
시즌 중반 강원이 선보인 고강도 축구에서 높은 활동량으로 최전방의 에너지 레벨을 끌어올린 최병찬을 비롯해 베테랑 수비수 홍철, 외인 공격수 제시 등이 연달아 부상으로 쓰러졌다. 가뜩이나 스쿼드가 두터운 편이 아닌 강원은 파이널 라운드 직전, 혹은 이후에도 '잇몸 축구'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주전 선수들이 체력 문제에 부딪힌 와중 주요 선수들까지 이탈하면서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최선의 해법을 내놓았던 정경호 감독조차 힘들 것으로 예상됐지만, 정 감독은 또다시 최선책을 찾았다.
앞서 무승 기간이 길어지던 시기에 강도 높은 전방 압박으로 시즌 중반 K리그1에 거센 돌풍을 일으키며 상승세를 달렸던 전술가 정 감독의 선택은 중앙 미드필더 서민우를 수비수 사이에 배치시키는 라볼피아나 형태를 활용한 백스리 전술이었다.
시즌 내내 이기혁, 강투지, 신민하 등을 선발로 내세우며 백포를 사용한 강원은 지난 FC안양전에 서민우를 센터백으로 배치하는 깜짝 백스리 카드를 꺼냈다. 수비력도 준수하고, 무엇보다 경기 조율 능력이 뛰어난 서민우는 팀을 위해 한 계단 낮은 위치에서 리베로처럼 움직이며 강원의 3경기 무승(2무1패)을 끊어낸 3-0 대승에 기여했다.
전북 현대전에서도 강원은 같은 전술로 값진 무승부를 거뒀다.
안양전과 마찬가지로 서브 자원으로 분류됐던 박호영과 풀백인 카림을 백스리의 스토퍼로 기용하는 등 두 선수의 역량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렸고, 강준혁이 부상으로 쓰러지자 강투지를 투입해 백포로 전환하는 전술적 유연함도 선보였다. 축구는 결국 팀 스포츠라는 것을 다시 한번 일깨우며 전북과의 전력 차이를 극복하고 귀중한 승점 1점을 따낸 것이다.
주축 선수들이 대거 빠진 9월, 강원에는 선택지가 많지 않다. 냉정한 시선에서는 제한된 스쿼드 안에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투(ACL2)를 병행하면서 3년 연속 파이널A 진출을 노리려면 버티는 게 최선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버티는 방식에도 차이가 있는 법이다. 강원은 패배를 최소화하기 위해 실리적인 선택을 하기보다 전술 변화를 통해 자신들의 색채를 유지할 수 있는 적정선을 찾으면서 최대한의 결과를 가져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가오는 김천 상무와의 원정 경기에서 강원은 또다시 시험대에 오른다.
전북전에서 송준석이 떠난 뒤 레프트백으로 뛰고 있는 강준혁마저 부상으로 실려 나갔고, 강투지는 출전할 수는 있지만 제 컨디션이 아니다. 모재현은 경고 누적으로 출전하지 못한다. 정 감독의 또 다른 묘수를 기대해야 하는 시점이다.
강원은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플레이오프 일정으로 다른 팀들보다 한 경기를 덜 치른 채 승점 41점(10승11무6패)을 기록하며 리그 5위에 위치해 있다. 김천전 결과에 따라 3위 자리까지 넘볼 만한 상황이다. 강원의 눈물나는 분투는 악조건 속에 있기에 더욱 빛나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