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대구, 양정웅 기자) 이제 어딘가 기댈 곳도 없는 21년 차 베테랑이 된 김현수(KT 위즈).
그라운드 안에서 어려움을 있을 지라도, 선수단을 다잡는 건 역시 김현수의 몫이다.
KT는 9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Bank KBO 리그 정규시즌 삼성 라이온즈와 방문경기에서 2-0으로 승리했다.
1위를 달리고 있는 삼성과 맞대결에서 이긴 KT는 시즌 전적 71승 46패 3무(승률 0.607)를 기록, 상대의 4연승 도전을 저지하는 동시에 삼성에 0.5경기 차로 성큼 다가갔다.
이날 경기는 투수전으로 이어졌다. 양 팀 선발투수인 고영표(KT)와 원태인(삼성)은 나란히 5회까지 무실점으로 넘어갔다. 위기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능구렁이 같은 모습으로 실점을 하지 않으며 버텨줬다.
이렇듯 투수전으로 가는 접전에는 큰 것 한 방이 갑자기 분위기를 바꾸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날의 주인공은 김현수였다.
6회초, KT는 허경민과 안현민이 모두 삼성 내야진의 호수비에 걸려 아웃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2사 후 샘 힐리어드가 안타를 치고 나가며 찬스를 이어갔다. 타석에는 앞선 두 타석에서 모두 내야땅볼로 물러난 김현수였다.
김현수는 여기서 원태인의 높은 커터를 공략, 오른쪽 담장을 넘어가는 2점 홈런을 터트렸다. 시즌 10호 홈런으로, 개인 통산 1600타점을 동시에 기록했다. 최형우(삼성 라이온즈)와 최정(SSG 랜더스)에 이어 역대 3번째로 달성했다.
고영표가 7이닝 4피안타 1사사구 5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고, 손동현과 박영현도 실점 없이 뒷문을 잠그면서 KT는 2점의 리드를 지켰다. 그리고 김현수의 홈런도 결승타가 됐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김현수는 "(고)영표가 너무 잘 던지고 있었고, 선취점을 가져가야 한다 생각했는데 원태인 선수도 공이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홈런 상황에 대해서는 "실투였다. 그전에도 하나 왔지만 놓쳤는데, 또 하나가 더 와서 그렇게 된 것 같다"고 밝혔다. 김현수는 "원태인 선수가 요즘 공이 좋아졌다고 해서 적응하려고 했고, 내가 제일 안 좋으니까 풀어보려고 했는데 운 좋게 좋은 타구가 나왔다"고 했다.
홈런이 나온 이후 김현수는 선수들에게 "우리 거 많이 신경쓰자"라는 얘기를 했다고 한다. 1위 경쟁 중인 팀과 경기라는 특성상 외부에 대해 신경이 많이 쓰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다른 팀 신경 많이 쓰는 것 같아서 '우리가 안 되는 부분을 찾자'고 얘기했다"고 밝혔다.
본인 앞에 2명밖에 없는 1600타점을 기록했지만, 김현수는 덤덤했다. 그는 "몰랐다. 치고 나서 얘기해 줘서 알았다"며 "야구 오래 하면 다 할 수 있는 거다. 큰 의미는 없고 뒤에 오래 할 선수들도 다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KT로 이적한 김현수는 타율 0.272, 10홈런 78타점 54득점, OPS 0.732의 성적을 거두고 있다. 시즌 초반 부침도 있었지만 6월까지 3할 타율을 유지했다. 그러나 7월 월간 타율 0.200, 8월 0.239를 기록하며 슬럼프에 빠졌다.
"모르겠다. 야구를 이렇게 오래 했는데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쉰 김현수는 "(문제를) 찾아가려고 계속 연습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코치님들과 전력분석팀에서 도움을 줘서 버티고 있는 것 같다"며 "남은 기간 더 연구하고 연습해서 끌어올리려고 한다"고 했다.
그나마 팀이 1위 경쟁을 하고 있어 마음의 부담을 조금은 덜었다. 김현수는 "그거 때문에 다행이다. 그것도 아니었으면 큰일 났다"며 웃었다.
개인 성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지만, 위로받을 곳도 없다. "내가 제일 외롭다"고 한 김현수는 "어린 선수들은 위로받을 수 있는데, 난 혼자 이겨내야 된다"고 했다. 이어 "베테랑은 자기 자신이 잘 컨트롤해야 한다"고 얘기했다.
그래도 베테랑으로서의 역할은 해야 한다. 김현수는 "내가 안 되는 건 티 안 내려고 하고, 계속 얘기하려고 한다. 못하는데 얘기하는 건 창피하지만 누군가는 해야 되니까 내가 욕 먹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날 경기를 계기로 다시 김현수가 살아날 수 있을까. 그는 "21년 차라 확실히 얘기할 수 있는데, 내일 절대 안 나온다"고 단호히 말했다. 그는 "바로 다음 타석에도 안 나왔지 않나"라며 "항상 첫 타석 다르고, 두 번째 타석이 다르다. 그러면서 얻는 것도 있다"고 밝혔다.
사진=대구, 양정웅 기자 / KT 위즈
양정웅 기자 orionbea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