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좋지 않았던 모습을 만회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노력하겠다."
올해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독일 분데스리가의 아우크스부르크에 입단하며 '스텝업'에 성공한 국가대표 풀백 설영우가 아쉬운 결과를 받아들인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에서의 부진을 만회하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설영우는 새롭게 출발하는 대표팀과 함께 2030년 월드컵을 목표로 향해 나아가고 싶다면서 대표팀에 발탁과 두 번째 월드컵에 참가할 기회를 잡기 위해 소속팀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유럽축구 이적시장 막바지였던 지난달 말 아우크스부르크에 합류한 설영우는 데뷔전이었던 샬케04와의 경기에 교체 출전해 도움을 올린 데 이어 아인라흐트 프랑크푸르트와의 경기에서도 교체로 나서 18분여를 소화하며 팀에 적응 중이다.
설영우는 9일 진행된 국내 언론과의 온라인 기자회견을 통해 아우크스부르크 입단 비화와 소감, 대표팀 발탁 의지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설영우는 "이적이 성사된 것은 막바지였지만, 3주 전부터 협상을 하고 있었다. 아우크스부르크 스포츠 디렉터들과 영상 미팅을 했고, 이적 성사 일주일 전 감독님과 일대일 비디오 미팅을 진행했다. 정말 이적이 성사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런데 감독님께서 축구 이야기가 아니라 당신이 한국에 왔던 이야기와 (구)자철 형에 대한 이야기를 하셨다. 친한 친구와 전화하는 것처럼 하다가 끊었다. 그래서 '내 축구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으신가' 싶어 이적이 안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하니 다 알고 계셔서 그런 얘기를 하지 않으셨던 것 같다"고 웃었다.
불과 3년 전만 하더라도 K리그에서 뛰고 있었던 설영우는 그간 세르비아 리그를 거쳐 유럽을 대표하는 리그 중 하나인 분데스리가에 입성했다.
감회가 남다를 터다.
설영우는 "해외에서 오래 뛰었다고 생각했는데 말씀하시고 나서 생각하니 얼마 안 됐다"며 "3년 전만 하더라도 울산HD에서 뛰고 있었다. 프로 입단이 늦었다 보니 여기까지 올 수 있는 시간이 짧았다. 즈베즈다 입단만 해도 행복하고 믿을 수 없는 도전이었지만 좋은 기회가 주어져서 독일에 올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또 "어린 시절 잠도 안 자고 TV로 독일과 영국 리그를 봤다. 전 세계에서 주목하는 리그라 나에게는 꿈에 그리던 리그였다"며 "내가 이 리그의 한 팀의 일원이 됐다는 게 아직 실감이 안 난다. 한 시즌 정도는 해야 이 팀에서 뛴다는 생각이 들 것 같다. 한 시즌 동안 임대로 안 나가고 잘 버텨서 꾸준히 출전하는 선수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에이스를 상징하는 등번호 7번을 받게 된 배경도 공개했다.
설영우는 "대표팀 외에는 꾸준히 66번을 사용해서 이적하면서도 66번을 달아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분데스리가는 50번 위로는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막막했다. 팀에서 남는 번호를 말해주면서 7번을 가져가는 게 어떻냐고 해서 선택하게 됐다"며 "7번의 의미를 알고 있어서 부담스러웠지만 다른 선수들에게 무시당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컸다. 7번을 사용하면 번호에 맞는 노력을 하고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동기부여가 됐다"고 했다.
이어 "2경기만 했지만 팀이 1위다. 사실 나는 한 게 없어서 팀원으로서 분위기를 만끽하고 있다"면서도 "상황이 좋아서 경쟁에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경쟁자들이 잘하고 있기 때문에 선발 기회가 올 거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경쟁자들보다 좋은 퍼포먼스로 감독님을 곤란하게 해야 할 것"이라며 경쟁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우크스부르크에 입단한 데에는 현역 시절 아우크스부르크에서 활약했던 선배 구자철의 도움도 있었다.
설영우는 "(구)자철이 형과 따로 연락을 했다. 자철이 형이 팀과 연락을 했는지 내 상황을 알고 있었다"며 "팀의 좋은 점 등을 얘기하면서 이적하면 좋겠다고 하셨다. 자철이 형이 이곳에서 너무 잘하셨기 때문에 나도 그 길을 따라가고 싶다는 생각으로 선택하게 됐다. 에이전트 역할을 하신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미 세르비아 리그를 경험했지만, 유럽 5대리그 중 하나로 꼽히는 분데스리가는 설영우에게 또 다르게 다가왔다.
설영우는 "츠르베나 즈베즈다는 세르비아에서 워낙 막강한 팀이라 매 경기를 이겨야 했지만 분데스리가는 매 경기가 즈베즈다에서 치르는 유럽대항전처럼 쉬운 팀 하나 없이 리그를 치러야 한다"며 "준비 과정이 챔피언스리그나 유로파리그를 준비하는 것과 비슷해서 좋다. TV에서 보던 팀들과 경기를 하려니 설레고 기대도 된다. 팬들의 응원도 열성적인 리그라 그 모습을 보면 벅차다. 팬들 앞에서 경기를 할 수 있어서 영광"이라고 했다.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이재성(마인츠), 정우영(우니온 베를린), 황희찬(샬케04) 등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은 선수들과 리그에서 맞붙는 일정도 기대하고 있다.
설영우는 "그 선수들을 만난다는 게 기대된다. 외국에서 한국인 선수를 만난다는 것이 굉장히 반갑고 좋은 일이다. 세르비아에서는 (황)인범이 형과 (고)영준이, (조)진호가 있었지만 독일에서 더 많이 만날 수 있어서 좋다"며 "내가 수비수라 공격수들과 부딪힐 일이 많을 것이다. (이)재성이 형과 (정)우영이, (황)희찬이 형과 경쟁하게 될 텐데 벌써 설렌다. 우영이에게는 거칠게 플레이해서 기를 바짝 눌러줄 생각"이라고 농담을 던졌다.
당장의 목표는 적응이지만, 설영우는 아우크스부르크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꾸준히 대표팀에 발탁돼 오는 2030년 두 번째 월드컵에 도전하고 싶다는 꿈을 꾸고 있다.
그는 "감독님이 바뀌셨다. 대표팀은 감독님이 바뀌면 많은 변화가 생긴다. 나 역시 새로운 마음으로 경쟁을 시작해야 한다. 더 나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 이적하면서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부담감도 있고 설렘도 있다"며 "대표팀에 발탁된다면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생각해야 한다. 우선 소속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야 대표팀에 갈 수 있기 때문에 팀에서 최선을 다하는 게 우선이다. 다음 월드컵을 위한 첫 출발이라고 생각해 다른 선수들도 마음가짐이 다를 것"이라고 했다.
계속해서 "처음으로 월드컵에 참가했다. 월드컵이라는 무대는 평생에 한 번일 수도, 몇 번 나갈 수도 있다. 나는 이번 월드컵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준비했다"며 "개인적으로 만족스럽지 않은 퍼포먼스와 결과가 나와서 팬들께 죄송했다. 소속팀에서 잘하고 팬들이 기대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설영우는 "여기서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좋은 기회가 올 것이다. 대표팀에 소집된다면 이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팬분들의 응원에 보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그 전에 좋지 않았던 모습을 만회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노력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로베르토 모레노 임시감독과 따로 연락을 주고받았는지 묻자 "개인적으로 연락을 하지는 않았다. 안 뽑혀서 연락이 안 온 것일 수도 있다"고 웃은 뒤 "선수들과도 대표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상황이 아니었다. 팀에 적응하는 게 우선이다. 정신이 없다. 대표팀에 대한 이야기는 일절 하지 못했다"고 했다.
사진=아우크스부르크 / 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