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서가 대만 타이베이 티엔무 구장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엑스포츠뉴스 김근한 기자) 서울디자인고 좌완 투수 박근서는 지난해까지 큰 두각을 드러내지 않다가 올 시즌 고교 야구계에 신성처럼 떠올랐다. 지난 6월 제4회 고교-대학 올스타전에서 MVP에 오른 박근서는 생애 첫 태극 마크를 달고 마운드에 올라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냈다.
박근서는 지난 8일 대만 신베이시 신장 야구장에서 열린 대회 조별리그 2차전 싱가포르전에 선발 등판해 2이닝 5탈삼진 무실점의 깔끔한 피칭을 선보였다. 전날 하현승이 대만을 상대로 12탈삼진 무실점으로 압도한 데 이어 원투펀치 역할을 제대로 해낸 것이다. 한국은 이날 15-0 콜드게임 대승으로 조별리그 2연승을 달리며 조 1위 슈퍼라운드 진출을 눈앞에 뒀다.
대만 타이베이에 있는 대표팀 숙소에서 만난 박근서는 "내가 2학년 때까지만 해도 아예 이름이 없는 선수였는데 이렇게 대표팀까지 뽑혀서 훌륭한 친구들과 같이 운동을 하고 있다는 게 아직도 많이 신기하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날이 올 줄 몰랐다"고 말했다.
프로 무대를 아직 밟지 않은 어린 선수지만 박근서가 걸어온 길은 꽤 험난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왼쪽 팔꿈치 수술을 받았고 언제 끝날지 모를 재활 과정을 거쳐야 했다. 그는 "수술을 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걱정을 정말 많이 했다. 고등학교 때는 이런 일이 많지 않은데 정말 무서웠다"고 돌아봤다.
이듬해 회복과 재활을 병행하면서도 마운드에 빨리 올라가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 더 많은 출전 기회를 위해 충암고에서 서울디자인고로 전학을 갔지만 어른들이 조급한 마음을 멈춰세웠다.
박근서는 "서울디자인고 감독님, 코치님이 내년에 더 잘할 수 있으니까 너무 급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해주셨다. 시간을 더 줄 테니까 몸을 잘 만들라고 하셨다. 주위에서 잘될 거라고 말씀해 주셔서 그게 좋은 동기 부여가 됐다"고 밝혔다.
천천히 탄탄한 재활 과정을 밟은 덕분에 잠재력을 폭발시킬 수 있었다. 올 시즌 최고 구속은 149km/h다. 수술 전 137km/h였던 공에 힘이 많이 붙었다. 올해 공식대회 11경기(41⅔이닝)에서 4승무패 평균자책 2.14, 64탈삼진, 9볼넷이라는 압도적인 성적을 남겼다.
박근서는 "수술을 받은 다음에 했던 재활이나 운동 덕분에 많이 성장한 것 같다. 살 빼고 벌크업도 했고 학교 코치님의 많은 도움을 받아 메커니즘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박근서가 대만 타이베이 U-18 국가대표팀 숙소에서 해외 팬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이번 대표팀 첫 등판에서도 그 가능성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박근서는 싱가포르전 선발로 나서 2이닝 동안 삼진 5개를 솎아내며 무실점으로 마운드를 내려왔다. 하현승의 대만전 12탈삼진 무실점에 이은 연속적인 에이스 활약으로 한국 대표팀 투수진의 두께를 보여준 등판이었다.
인터뷰를 마치자 주위에 앉아있던 해외 야구 팬들이 박근서에게 다가가 야구공에 사인을 받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박근서의 얼굴이 담긴 SNS 사진을 들고 "훌륭한 선수"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박근서는 "외국인 팬분들이 이렇게 기다려준 건 처음이다. 오늘이 생일 같다"고 웃었다.
드래프트 지명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박근서는 현재 드래프트 시장에서 전체 1순위 하현승에 이어 최상위 좌완 선발 자원으로 평가받는다. 두산 베어스가 전체 2순위 지명권을 보유하고 있는 가운데 좌완 선발 자원에 목이 마른 두산이 오랜 기간 박근서를 관심 있게 지켜봐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드래프트 분위기에서는 두산이 서울고 내야수 김지우를 선택할 경우 전체 3순위 지명권을 가진 KIA 타이거즈가 '제2의 대투수'로 성장을 기대하고 박근서를 낙점하는 그림이 유력한 전망으로 나오고 있다.
KIA 관계자도 "대만에서 열리는 청소년 대표팀 일정까지 끝나야 후보군 윤곽을 추릴 듯싶다"고 밝힌 바 있어 이번 대표팀 활약이 최종 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박근서의 각오도 남달랐다. 그는 "훗날 한국의 좌완 투수라고 하면 내 이름이 첫 번째로 불리는 자리까지 올라가는 게 목표"라며 "꼭 성공해서 서울디자인고 후배들이 프로에 많이 들어오면 잘 챙겨주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2학년 때까지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았던 선수가 팔꿈치 수술과 재활을 거쳐 대만에서 해외 팬의 사인 세례를 받는 청소년 대표팀 선수로 성장했다. 오는 21일 드래프트가 박근서의 새로운 출발점이 될 전망이다.

18세 이하(U-18) 야구 대표팀이 8일 대만 신베이시 신장 야구장에서 열린 제14회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 조별리그 2차전 싱가포르전에서 승리한 후 관중석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사진=공동취재단 /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김근한 기자 forevertoss8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