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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 동안 바뀐 연예계③] 시트콤 지고 연프·서바이벌 뜨고…달라진 K콘텐츠 공식 (창간19th)

기사입력 2026.09.26 10:10

MBC '거침없이 하이킥' 포스터, 티빙 웨이브
MBC '거침없이 하이킥' 포스터, 티빙 웨이브


19년이면 강산이 두 번쯤 변할 시간. 연예계는 그보다 더 바쁘게 변했습니다. 미니홈피 BGM은 SNS 게시물의 음악이 됐고, 본방사수만 기다리던 시대에서 OTT 정주행까지 일상이 됐으며, TV 속 스타들은 이제 손안의 화면에서 팬들과 직접 만납니다. 

"망했다", "끝났다", "사라졌다"는 말도 그만큼 많이 나왔지만, 신기하게도 콘텐츠는 어떻게든 살아남았습니다. 2007년부터 2026년까지, 없어진 것과 생겨난 것. 그리고 살아남기 위해 변신한 것들을 엑스포츠뉴스 창간 19주년을 맞아 되짚어봅니다. [편집자주]


(엑스포츠뉴스 이유림 기자) 19년 전만 해도 가족이 TV 앞에 모여 시트콤과 공개 코미디를 함께 보는 풍경이 익숙했다. 그러나 2026년 콘텐츠 소비 방식은 완전히 달라졌다. '다 같이 보는 콘텐츠'에서 '각자 골라 보는 콘텐츠'로 변화한 것이다.

2007년의 저녁 풍경은 지금과 사뭇 달랐다.

거실에 모여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전날 방송에서 나온 유행어를 다음 날 학교와 직장에서 이야기하는 일이 자연스러웠다. 당시 안방극장을 책임진 대표적인 장르는 시트콤과 공개 코미디, 가족 중심의 주말극이었다. 온 가족이 함께 웃고 울 수 있는 콘텐츠가 방송의 중심에 있었다.

19년이 지난 2026년에는 TV 앞에 온 가족이 모이는 대신 각자의 스마트폰으로 원하는 콘텐츠를 선택한다.

긴 호흡의 이야기를 따라가기보다 짧은 클립으로 핵심 장면을 소비하는 것도 익숙한 풍경이 됐다. 방송이 정해진 시간에 시청자를 기다리던 시대에서, 시청자가 자신의 취향에 따라 콘텐츠를 골라 보는 시대로 넘어간 셈이다.

이 같은 변화 속에서 가장 먼저 존재감이 희미해진 장르가 시트콤과 공개 코미디다.

SBS '순풍산부인과'
SBS '순풍산부인과'


한때 시트콤은 지상파 방송의 주요 시간대를 차지하며 안방극장의 한 축을 담당했다. '남자 셋 여자 셋', '논스톱', '거침없이 하이킥' 등은 높은 인기를 누리며 하나의 문화 현상을 만들었다.

특히 1998년부터 2000년까지 방송된 SBS '순풍산부인과'는 682부작에 달하는 긴 호흡으로 시청자들과 만났고, 가족 시트콤의 대표작으로 자리 잡았다. 2006년 시작한 '거침없이 하이킥' 역시 167부작으로 1년 넘게 안방극장을 지켰다.

당시에는 수백 회에 걸쳐 이어지는 시트콤을 매일 챙겨보는 것이 낯설지 않았다. 캐릭터의 관계와 에피소드를 차곡차곡 쌓으며 시청자와 함께 호흡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현재 국내 방송에서 이 같은 형태의 시트콤은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드라마 역시 긴 호흡에서 점점 짧아지는 추세다. 18부작, 16부작 중심이던 드라마 편성은 12부작, 8부작, 6부작 등으로 짧아졌다.

KBS 2TV '개그콘서트' 포스터
KBS 2TV '개그콘서트' 포스터


공개 코미디의 변화도 비슷하다. 한국 방송은 1960년대 후반부터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그중 '개그콘서트'는 공개 코미디의 전성기를 대표하는 프로그램이었다. 2011년에는 시청률 30%에 육박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누렸고, '갈갈이', '봉숭아 학당' 등 다양한 코너와 캐릭터가 대중적인 유행어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공개 코미디 역시 시간이 흐르면서 영향력이 급격히 줄었다.

새로운 코너의 부재와 반복되는 캐릭터, 유행어 중심의 개그와 예측 가능한 전개 등이 시청자들의 피로감을 키웠다. 정치적 풍자와 사회적 이슈를 다루는 데 따른 표현의 제약도 한계로 지적됐다. 여기에 젊은 시청층이 TV에서 이탈하면서 매주 방송을 기다리며 공개 코미디를 함께 보는 문화 자체가 약해졌다.

그렇다고 대중이 웃음과 재미를 잃은 것은 아니다. 웃음을 소비하는 방식이 달라졌다.

OTT의 확산으로 시청자는 더 이상 방송사가 정해놓은 시간표를 따라갈 필요가 없어졌다. 원하는 콘텐츠를 원하는 시간에 선택할 수 있게 되면서 시청의 주도권이 방송사에서 시청자로 이동했다. 짧게 편집된 클립이나 하이라이트를 통해 콘텐츠의 핵심 장면을 빠르게 소비하는 방식도 일상화됐다.

이러한 흐름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키워드가 '스낵컬처'다.

과자처럼 짧은 시간 안에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뜻하는 스낵컬처는 달라진 콘텐츠 소비 방식을 보여준다. 이동하거나 쉬는 틈에도 간편하게 콘텐츠를 즐기고, 짧은 시간 안에 재미와 자극을 얻는 데 익숙해진 것이다.

티빙 '환승연애4', 웨이브 '피의게임' 포스터
티빙 '환승연애4', 웨이브 '피의게임' 포스터


이 같은 변화는 콘텐츠의 길이뿐 아니라 장르의 생존 방식까지 바꿔놓았다. 2026년 콘텐츠 시장에서 눈에 띄는 장르는 연애 예능과 서바이벌, 관찰 예능 등이다.

티빙 오리지널 '환승연애', 넷플릭스 오리지널 '솔로지옥' 등 타인의 연애와 관계를 지켜보거나, 웨이브 오리지널 '피의 게임', 엠넷 '스트릿 우먼 파이터' 등 경쟁과 갈등 속에서 결과가 뒤집히는 과정을 따라가는 콘텐츠가 꾸준히 관심을 얻고 있다. 관계의 변화와 갈등, 반전 등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며 시청자의 몰입을 빠르게 끌어낼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무엇보다 지금의 콘텐츠 소비자는 '모두가 함께 보는 콘텐츠'보다 '내가 보고 싶은 콘텐츠'를 선택한다. 가족 구성원 모두가 같은 프로그램을 시청하기보다 각자의 관심사와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골라 소비하는 것이다.

공개 코미디 역시 이런 흐름에 맞춰 변화를 꾀하고 있다.

단순히 무대 위에서 웃음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관객의 참여와 소통을 끌어들이는 방식이다. KBS 2TV '말자쇼'가 대표적이다. 관객 참여형 고민 타파 콘셉트로 MC 김영희가 다양한 사연과 이야기를 풀어내며 현장에서 관객과 함께 호흡하는 방식으로 코미디의 재미를 확장하고 있다.

SBS '미운 우리 새끼'
SBS '미운 우리 새끼'


특히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시트콤과 코미디의 쇠퇴를 두고 웃음을 소비하는 방식 자체가 달라진 점에 주목했다.

김 평론가는 엑스포츠뉴스에 "시트콤이 없어진 건 코미디가 없어진 것과 비슷하다. 자연스럽게 웃음이 일어나는 상황을 즐기는 성향이 더 강해졌다고 볼 수 있다. 어떤 상황 속에서 만들어진 웃음 코드가 인공적인 것보다는 자연스러운 것을 더 선호하는 트렌드가 있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지금 인기를 끌고 있는 프로그램도 인공적인 측면이 보이게 되면 거부감을 갖는 경우가 있다. 뭐든지 간에 이걸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어떤 시대적인 정서가 있는 것 같다"라며 최근 콘텐츠에서 '자연스러움'이 중요해진 배경을 설명했다.

웃음의 형태뿐 아니라 콘텐츠를 함께 소비하는 방식도 달라졌다.

김 평론가는 "가족이 즐겨 보는 코미디는 이제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다. 특정 세대를 겨냥한 포맷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나 혼자 산다'는 나 혼자 사는 삶에 대해서 궁금한 사람들이 보고, '미운 우리 새끼'는 부모의 어떤 관점으로 자식과의 관계를 본다"며 세대와 취향에 따라 콘텐츠를 선택하는 현상을 짚었다.

웨이브, 티빙, 쿠팡 플레이 로고
웨이브, 티빙, 쿠팡 플레이 로고


결국 시트콤과 공개 코미디의 쇠퇴는 특정 장르의 인기 하락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콘텐츠를 소비하는 환경과 대중의 생활 방식, 취향이 함께 달라진 결과에 가깝다.

19년 전에는 가족이 같은 공간에서 하나의 콘텐츠를 함께 소비했다면, 지금은 같은 공간에서도 각자 다른 콘텐츠를 선택한다. 정해진 시간에 TV 앞에 앉아 긴 이야기를 따라가던 시청자는 자신의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직접 고르고, 짧은 영상부터 긴 시리즈까지 원하는 방식으로 소비한다.

그 과정에서 콘텐츠 시장의 중심에도 변화가 생겼다.

긴 호흡으로 캐릭터와 이야기를 쌓아가는 장르의 입지는 좁아진 반면, 짧은 시간 안에 강한 인상을 남기거나 특정 취향을 정확하게 겨냥하는 콘텐츠가 주목받고 있다. 시트콤과 공개 코미디가 사라진 자리를 연애 예능과 서바이벌, 관찰형 콘텐츠 등이 채우고 있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지난 19년은 K-콘텐츠의 장르만 바꾼 것이 아니다. 콘텐츠를 바라보고 선택하는 대중의 방식까지 바꿔놓았다.

'다 같이 보는 콘텐츠'에서 '각자 골라 보는 콘텐츠'로, '길게 쌓아가는 이야기'에서 '내 취향에 맞춰 선택하는 콘텐츠'로. 사라진 장르와 새롭게 주목받는 장르의 변화는 지난 19년 동안 달라진 우리의 시청 풍경을 보여준다.

콘텐츠는 결국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다.

2007년의 시청자가 원했던 콘텐츠와 2026년의 시청자가 원하는 콘텐츠가 다른 것도 어쩌면 자연스러운 결과다. K-콘텐츠는 변화한 대중의 취향에 맞춰 또 다른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사진=KBS 2TV '개그콘서트', SBS '순풍산부인과' 웨이브, 티빙, 쿠팡플레이
 

이유림 기자 reason17@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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