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광주, 유준상 기자) "제게는 너무나 과분한 순간이었습니다."
KIA 타이거즈 내야수 이호연은 지난 25일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정규시즌 13차전에 대타로 교체 출전했다. 경기 내내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보다 KIA가 4-5로 끌려가던 9회말 2사 만루에서 대타로 등장했다.
이호연은 초구에 헛스윙한 뒤 2구와 3구를 침착하게 골라냈다. 볼카운트 2볼 1스트라이크에서 김원중의 4구째 133km/h 포크볼을 잡아당겨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끝내기 만루 홈런을 터트렸다. 9회말 2사 만루에서 대타로 등장해 역전 끝내기 만루 홈런을 친 최초의 타자로 이름을 남겼다.
28일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만난 이호연은 "정신이 없었던 것 같다. 그냥 내 역할만 하자는 생각이었다. 지금 내 위치에서 팀에 보탬이 되고 싶었다. 꿈에도 나오지 않을 만한 상황이었다. 내게는 너무 과분한 순간이었다"며 "계속 꾸준히 준비했다. 코치님께서 항상 상황에 따라 나갈 준비를 하라고 말씀하셨고, 벤치에 있는 선수들도 '내가 나갈 수 있겠다' 싶은 상황이 되면 미리 준비한다"고 밝혔다.
이호연은 이튿날인 26일 롯데전에서는 선발 출전 기회를 얻었다. 최근 리드오프 중책을 맡았던 박재현이 몸살 증세로 라인업에서 빠지면서 1번타자 겸 2루수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당시 이범호 KIA 감독은 "1번 찾다 찾다 어제 기가 있으니까, 24시간 지나기 전이라 오늘 재현이 대신 나가게 됐다. 오늘까지 기를 잘 이어가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령탑의 기대는 현실이 됐다. 이호연은 4타수 2안타 1타점 1볼넷 1사구 4득점으로 리드오프로서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했다. 팀도 힘을 내며 16-11 5점 차 승리와 함께 2연승을 달렸다.
이호연은 "(25일 경기에서 친 만루홈런은) 지금 다시 생각해도 짜릿하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다. 앞만 보고 달려가야 한다. 순위 경쟁도 치열하니까 빨리 잊으려고 했고 다음 날부터 다시 내 루틴대로 잘 준비했던 것 같다"며 "자신감이 조금 더 있었던 것 같다. 전날에도 좋은 결과가 있었고, 감독님 말씀처럼 불과 24시간 전의 일이었으니까 그 기운이 어느 정도 남아 있었던 것 같다"고 얘기했다.
1995년생인 이호연은 광주수창초-진흥중-광주제일고-성균관대를 거쳐 2018년 2차 6라운드 53순위로 롯데에 입단했다. 이후 2023년 5월 1대1 트레이드를 통해 KT 위즈로 이적했다.
프로 입단 후 좀처럼 고향팀과 인연이 닿지 않았던 이호연은 지난해 11월 처음으로 KIA 유니폼을 입었다. KIA가 2025 KBO 2차 드래프트에서 투수 이태양을 1라운드에 지명한 데 이어 3라운드에서 이호연을 선택했다.
하지만 시즌 출발은 순탄하지 않았다. 이호연은 스프링캠프에서 옆구리를 다치는 등 시즌 준비에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 4월 18일 1군에 올라왔으나 9일 만에 다시 2군행 통보를 받았고, 이후 세 달 넘게 퓨처스리그에서 시간을 보냈다. 퓨처스리그 성적도 85타수 21안타 타율 0.247, 3홈런, 25타점으로 눈에 띄는 수준은 아니었다.
1군에서도 전반기 6경기에서 16타수 2안타 타율 0.125에 그쳤다. 그러나 후반기 들어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8경기에서 13타수 6안타 타율 0.462, 1홈런, 7타점으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호연은 "퓨처스에 있을 때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버텼다. 팀 동료 중에도 1군과 2군을 오가는 선수들이 많다. 그런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 힘을 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지난달 31일 다시 1군에 올라온 뒤에는 주로 교체로 출전하면서 기회를 기다렸다. 이호연은 "처음에는 '아프지만 말자'고 생각했는데 몸이 아프면서 그 부분이 조금 신경 쓰였다. 전반기가 끝난 뒤 생각이 다시 바뀌었다"며 "내 자리가 정해져 있는 건 아니지만 어떤 역할이든 주어진다면 최선을 다해서 팀에 보탬이 되자는 마음으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지금 이호연에게 가장 중요한 것도 개인 기록이 아닌 팀이다. 치열한 순위 경쟁 속에서 자신의 몫을 다하는 것만 생각하고 있다. 이호연은 "순위 경쟁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팀적으로는 선수들이 부상 없이 시즌을 치르는 게 중요하다. 매 경기 최선을 다하면서 조금이나마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며 "개인적인 목표도 다른 건 없다. 무조건 한 경기, 한 경기 이기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최선을 다하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퓨처스에 있든 1군에 있든, 어느 자리에 있든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호연에게 KIA 유니폼은 더 특별하다. 광주에서 나고 자란 그는 어린 시절 KIA의 전신인 해태 타이거즈와 KIA를 응원하며 무등야구장을 찾았던 야구 소년이었다. KIA 구단 어린이 회원으로도 활동했다. 그랬던 소년이 이제는 고향팀의 유니폼을 입고 홈경기에서 결정적인 홈런을 터트리는 선수가 됐다.
이호연은 "나도 초등학생 때 KIA 유니폼을 입고 무등야구장을 많이 찾았다. 그곳에서 야구를 많이 봤기 때문에 그때 생각이 많이 난다"며 "동기들과 함께 야구장에 서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격스러운데, 이제는 KIA 타이거즈의 한 선수가 돼 팀에 보탬이 되고 있다는 게 뜻깊다. 나중에 20년이 지나면 또 다른 선수들이 여기서 이런 인터뷰를 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고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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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