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정범 기자) 방치형 장르에서 '방치형’은 작품의 본론보다는 서론에 가깝다.
방치형 게임이 주로 내세우는 "빠르고 간편하고 핸드폰을 꺼뒀을 때도 이어지는 성장"만으로는 매출, MAU(월간 활성 이용자 수) 등을 원하는 만큼 달성하기 어렵기 때문. 이에 조금만 게임을 즐겨보면 방치형이라는 서론 뒤에 나타나는 작품의 본론과 마주하게 된다.
데브시스터즈가 선보인 모바일 방치형 신작 RPG '쿠키런: 크럼블’(이하 크럼블)은 캐릭터 수집형 방치형 게임이라는 서론을 가진 덱빌딩 게임으로, 그중에서도 DPS(초당 피해량, Damage Per Second) 최적화·극대화가 게임의 본론이다.
서론인 '캐릭터 수집형 방치형 게임' 측면에서 보면, 미감과 속도감 측면에서 좋은 평가를 할 수 있다.
캐릭터 수집형 게임을 표방하더라도 종합적인 의미에서 미감이 부족할 수 있는데, '크럼블’은 장수 IP '쿠키런' 시리즈가 그간 갈고 닦아온 미감 위에 만들어진 신작이기에 캐릭터 디자인 포함 종합적인 미감이 좋은 편이다.
기존 작품들의 인기 캐릭터들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는 점, 수집 요소가 있는 게임에서 빼놓기 어려운 도감 시스템에 기존 작품의 서사를 녹일 수 있는 점 역시 기댈 수 있는 기존 IP가 있는 게임이기에 갖는 장점.
스테이지 클리어 중 보이는 쿠키들의 수다, 도감을 통해 푸는 기존 작품 개발 비하인드를 통해 개발진이 이러한 장점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게임의 속도 측면에서 보면, 기본적으로 작품이 1.2배속~1.5배속의 속도감을 가진 게임이라는 점이 플레이와 동시에 느껴진다. PVP 콘텐츠인 아레나는 공식적으로 2배속도 지원한다.
이러한 속도감은 야단법석하고 유쾌한 게임의 분위기와도 잘 맞으며, 바쁜 일상에서 잠깐 시간 내서 플레이해야 하는 방치형 게임의 기본적인 속성과도 부합한다.
클리어한 미션이 여러 개 있다면 A미션 클리어 클릭 시, B·C.D 미션을 곧바로 띄워주는 점, 판매하는 게 나은 아이템과 장착하는 게 좋은 아이템의 버튼 크기와 색을 달리해 팔지 장착할지 고민하지 않게 하는 등 편의성 측면에서도 작품 플레이 시 속도감을 중시하는 점이 보인다.
본론인 덱빌딩, DPS 최적화 측면에서 보면, 단순하게 전투력 기준으로 자동 편성했을 때 DPS 낭비가 일어날 수 있는 게임임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전투력 격차가 아주 크다면 DPS 낭비가 크게 와닿지 않지만, 미세할 때는 직관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이다.
예를 들어 장비 뽑기에 필요한 반죽을 확보하기 위해 플레이하는 일일던전인 반죽 던전은 사방에서 다수의 적이 원거리 공격을 가하는 형태로 설계되어 있는데, 이 던전에 사격형 쿠키만 편성하면 전열이 잘 갖춰진 적에게 집중포화를 맞을 수 있다.
이에 상대의 전열을 무너뜨릴 수 있는 돌격형, 방어형 쿠키도 조합하는 게 DPS 극대화에 있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이처럼 게임을 플레이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여러 덱을 만들어 최적화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이에 대한 고민이 캐릭터 수집과 강화로 이어진다.
스테이지에서 사용할 수 있는 캐릭터의 슬롯을 최대치까지 해금하는 데 상당한 세월이 필요한 작품들과 달리 1~2주일 안에 최대 슬롯(12개)을 개방할 수 있게 한 점 역시 덱 최적화에 대한 갈증을 빠르게 느끼게 하고자 한 설계로 풀이된다.
덱이 빠르게 완성되어야 덱의 부족한 점도 빠르게 알 수 있다는 것으로, 이는 앞서 언급한 작품의 속도감과도 연결된다.
종합하면, '크럼블’은 캐릭터 수집형 방치형 게임으로서 서론과 본론 양쪽에서 모두 납득이 갈만한 선택을 보여준 작품이다.
이제 막 라이브 서비스를 시작한 작품으로서 여러 수정·개선을 해야 한다는 당연한 과제를 제외하고 보면, 현시점 이 게임의 가장 큰 이슈는 작품 외적으로 주어진 막중한 임무라 할 수 있다.
데브시스터즈의 쉽지 않은 경영 상황상 '기대받는 신인’을 넘어 '회사의 새로운 에이스' 역할을 맡아야 하기 때문.
다행히 스타트는 기분 좋게 끊었다. 출시 이후 국내 애플·구글·원스토어에서 모두 인기 순위 1위를 차지하고, 애플 매출 순위에서 1위를 기록한 것. 미국·태국·대만 게임 인기 순위 2위 등 해외 차트에서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고, 출시 나흘 만에 누적 이용자 100만 명을 돌파했다
'쿠키런' IP 생명력 강화, 데브시스터즈의 실적 개선 등 출시 시작과 함께 어려운 임무를 등에 업은 '크럼블'. 이러한 어려운 숙제를 실제로 풀어내 '쿠키런' 가문의 새로운 에이스로 부상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 = 엑스포츠뉴스 이정범 기자, 데브시스터즈, 쿠키런: 크럼블
이정범 기자 leejb@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