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배드민턴 여제' 안세영(삼성생명·세계랭킹 1위)이 왕즈이(중국·세계랭킹 3위)를 꺾고 2026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세계선수권대회 여자단식 결승에 진출했다.
치열한 장기 랠리 끝에 체력적으로 크게 힘든 모습을 보였지만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고, 경기 후에는 숨을 제대로 회복하지 못해 두통까지 느꼈다고 털어놨다.
안세영은 22일(한국시간) 인도 뉴델리 인디라 간디 아레나에서 열린 2026 BWF 세계개인선수권대회 여자단식 준결승에서 왕즈이를 게임스코어 2-0(24-22, 21-16)으로 제압했다.

이날 경기는 시작부터 쉽게 승부가 나지 않았다. 특히 1게임은 20-20 동점 이후 21-21, 22-22까지 이어지는 세 차례 듀스가 펼쳐졌다. 안세영은 왕즈이의 끈질긴 추격을 받으면서도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유지했고, 22-22에서 왕즈이의 범실과 자신의 강력한 스매시를 연달아 만들어내며 24-22로 첫 게임을 가져갔다.
1게임에만 33분이 걸릴 정도로 긴 승부였다.
안세영은 초반부터 무리하게 공격에만 의존하기보다는 특유의 안정적인 수비와 긴 랠리 운영을 앞세워 왕즈이를 압박했다. 왕즈이는 안세영의 왼발 부상 부위를 노리는 공격을 시도하기도 했지만, 안세영은 흔들리지 않고 승부를 이어갔다.
10-10 상황에서는 4연속 득점으로 14-10까지 달아났다. 하지만 왕즈이 역시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추격을 허용한 안세영은 한때 16-17로 역전을 당하기도 했지만 다시 18-17로 앞섰고, 이후 듀스 접전 끝에 귀중한 첫 게임을 따냈다.
2게임 역시 체력 싸움이었다.
두 선수는 긴 랠리를 반복하며 점점 지친 기색을 드러냈다. 특히 8-9 상황에서는 무려 49번의 랠리가 이어졌고, 안세영이 결국 실점했다. 이후 안세영은 다시 힘을 내 3연속 득점에 성공하며 11-10으로 인터벌에 들어갔다.
휴식 시간에 안세영은 고개를 숙인 채 가쁜 숨을 내쉬었고, 왕즈이 역시 코트에 주저앉을 정도로 체력적인 부담이 컸다.
하지만 휴식 이후 안세영이 다시 흐름을 잡았다. 11-11에서 3연속 득점으로 14-11을 만들었고, 왕즈이의 추격을 따돌리며 20-14까지 점수를 벌렸다.
왕즈이가 마지막까지 2점을 따라붙었지만 안세영은 흔들리지 않았다. 결국 마지막 1점을 따내며 21-16으로 2게임까지 가져가며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경기 후 안세영 역시 이날 경기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솔직하게 밝혔다.
안세영은 인도 'IANS'와의 인터뷰에서 먼저 "오늘 좀 많이 힘들었었는데, 그래도 이길 수 있어서 너무 좋았고, 또 저녁 경기임에도 끝까지 집중해서 승리할 수 있어서 너무 좋은 것 같다"며 경기 총평을 말했다.
단순히 승리했다는 기쁨뿐만 아니라, 체력적으로 상당한 부담을 느꼈던 경기였다는 점도 직접 설명했다.
특히 경기 막판 안세영이 상당히 힘들어하는 모습이 포착됐고, 경기 중 심판과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까지 나오면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질문이 이어졌다.
이에 안세영은 영어로 "오늘 긴 랠리가 많이 펼쳐졌고, 저랑 왕즈이 선수 모두 굉장히 힘들었다"며 "숨이 차서 회복이 잘 안 됐고, 머리가 아플 정도였다"고 고백했다.
실제 이날 경기에서는 1게임부터 세 차례 듀스가 나왔고, 2게임에서도 49번의 랠리가 나오는 등 체력 소모가 상당했다. 안세영 역시 경기 중 극심한 피로감을 겪었지만, 결국 2-0 승리를 완성하면서 결승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안세영의 결승 상대는 세계랭킹 2위 야마구치 아카네(일본)로 결정됐다. 두 선수는 오랜 기간 국제대회에서 맞붙어온 라이벌이다. 지금까지 34차례 맞대결을 펼쳤고 안세영이 19승15패로 앞서 있다. 최근에는 안세영이 야마구치를 상대로 5연승을 달리고 있다.
안세영은 이에 대해 "내일 경기가 매우 기대된다. 어떤 대회든 결승에서 야마구치, 왕즈이, 천위페이 선수 중 하나를 만나곤 한다"며 "내일 나의 퍼포먼스가 어떨지 시험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왕즈이를 꺾은 뒤 안세영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도 결승 진출 소감을 남겼다.
그는 게시물에 네잎클로버 이모티콘과 함께 "결승 진출"이라고 적은 뒤 이날 준결승에서 맞붙은 왕즈이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오늘 준결승에서 좋은 경기해준 왕즈이 선수에게 선수에게 감사합니다"라고 말한 그는 이어 팬들을 향해 "마지막까지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라고 당부했다.
이번 승리로 안세영은 왕즈이와의 천적 관계를 다시 한번 이어갔다.
왕즈이는 중국 여자단식의 강자지만 안세영을 상대로는 유독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날 경기 전까지 두 선수는 25차례 맞붙어 안세영이 20승, 왕즈이가 5승을 기록하고 있었다. 이번 경기에서 안세영이 다시 승리하면서 상대전적은 21승5패가 됐다.
이어지는 야마구치와의 이번 결승은 세계선수권 우승을 놓고 펼쳐지는 만큼 의미가 크다.
안세영은 2023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서 한국 단식 선수 최초로 여자단식 금메달을 차지했다. 지난해에는 4강에서 천위페이에 패하면서 정상 등극에 실패했지만, 올해 다시 결승까지 올라 3년 만의 세계선수권 정상 탈환을 바라보게 됐다.
반면 야마구치는 이번 대회에서 디펜딩 챔피언으로 출전했다. 이번에도 우승하면 통산 4회 우승을 달성하게 된다.
안세영에게는 야마구치의 2연패와 통산 4회 우승을 동시에 저지하고 자신이 2023년에 차지했던 세계선수권 여자단식 정상에 다시 오를 기회다.
결승전은 23일 오후 7시 열릴 예정이다.
사진=연합뉴스
윤준석 기자 jupremebd@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