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고척, 이우진 기자) KIA 타이거즈의 '대투수' 양현종이 또 하나의 의미 있는 이정표를 세웠다. KBO리그 역대 두 번째로 13시즌 연속 100이닝 이상을 소화하면서 자신의 꾸준함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양현종은 2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2026 신한 SOL KBO리그 팀 간 13차전에 선발 등판해 5⅓이닝 2피안타 3볼넷 5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KIA가 키움을 11-1로 완파하면서 양현종은 시즌 9승째를 수확했다. 올 시즌 키움을 상대로 네 차례 등판해 모두 승리를 챙기면서 유독 강한 면모도 이어갔다.
승리와 함께 값진 기록까지 따라왔다.
이날 경기 전까지 올 시즌 95⅔이닝을 소화했던 양현종은 5회말 선두 타자 김건희를 좌익수 뜬공으로 처리하면서 4⅓이닝째를 채웠고, 시즌 100이닝 고지를 밟았다.
지난 2013년부터 미국 메이저리그(MLB)에 진출했던 2021시즌을 제외한 13시즌 연속 100이닝 이상 투구. KBO리그 역사상 송진우에 이어 역대 두 번째에 해당하는 대기록이었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양현종은 기록의 원동력으로 '꾸준함'을 꼽았다.
그는 "꾸준하게 던진 게 가장 큰 원동력인 것 같다. 예전에는 170이닝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던졌지만 올 시즌에는 이닝도 많이 줄었다. 그래서 목표 이닝을 위해 달려가고 있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래도 아프지 않고 꾸준히 마운드에서 던지다 보니 이런 뜻깊은 기록이 따라오는 것 같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기록을 세운 날인 만큼 조금 더 긴 이닝을 책임지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양현종은 6회말 1사 1, 3루에서 마운드를 내려왔는데, 당시 투구수는 77개에 불과했다.
특히 KIA가 이번 주중 대전에서 한화 이글스와 치른 3연전에서 불펜 소모가 적지 않았던 만큼 양현종은 베테랑 선발로서 조금이라도 더 많은 이닝을 책임지고 싶었다.
그는 "오늘은 컨디션이나 구위도 좋았고 투구수도 적절했다. 우리가 대전에서 세 경기를 하면서 중간 계투들이 너무 고생을 많이 했다"고 돌아봤다.
이어 "그래서 오늘은 내가 조금 여유가 있으면 부담을 덜어주고, 예전에 좋았을 때 내 역할을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며 "초반에 타이트하게 승부가 진행되긴 했지만 조금만 더 여유가 생긴다면 더 던지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벤치의 교체 판단에는 이견이 없었다.
양현종은 "감독님과 코치님도 그때를 위기라고 생각했고, 꼭 막을 수 있는 투수가 올라가야 한다고 판단하셨다"며 "거기서는 나도 군말 없이 내려가는 게 맞다. 나보다 좋은 (이)태양이가 올라가서 최대한 위기를 막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양현종의 뒤를 이어 등판한 이태양은 박찬혁을 포수 파울플라이, 김웅빈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추가 실점 없이 위기를 정리했다.
그래도 선발투수로서 책임감은 숨기지 않았다. 양현종은 "1~2회부터 구위가 나쁘지 않아서 조금 길게 던지고 싶었고, 길게 던져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그러지 못해) 항상 투수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양현종의 호투를 앞세운 KIA는 파죽의 6연승을 완성했다. 공교롭게도 연승의 시작이었던 지난 15일 광주 두산 베어스전에서도 선발 마운드를 지킨 투수가 양현종이었다.
양현종은 "좋다. 팀 분위기도 워낙 좋고 선수들도 지금이 중요한 시기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우리 선수들은 앞뒤로, 위아래로 순위를 보는 게 아니라 정말 우리가 이겨야 싸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한 경기, 한 경기가 중요하다는 걸 선수들이 잘 알고 있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타자를 상대하는 방식은 달라졌지만, 선발투수로서 최대한 많은 이닝을 책임지고 싶은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양현종은 "마음가짐은 똑같다. 항상 많은 이닝을 던지고 싶고 타자를 내 힘으로 잡아내고 싶은 마음은 똑같다"며 "현실적으로 아무래도 구위가 떨어졌기 때문에 타이밍 싸움이나 볼 배합을 더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를 풀어가는 과정은 많이 바뀌었지만 개인적으로는 항상 마운드에서 타자를 윽박지르고 싶고 많은 이닝을 던지고 싶다. 항상 그런 마음가짐으로 마운드에 올라간다"고 힘줘 말했다.
전성기와 비교해 마운드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달라졌어도 더 많은 이닝을 책임지고 싶다는 마음만큼은 그대로다. 그 변함없는 자세가 양현종을 '13시즌 연속 100이닝'이라는 또 하나의 이정표까지 이끌었다.
사진=고척, 김한준 기자
이우진 기자 wzyfoot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