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잠실, 양정웅 기자) 누군가에겐 한 경기 3타점이 쉬운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정범(KT 위즈)에게는 프로 입단 후 무려 10년이 걸린, 그것도 시즌 중 방출됐다가 다시 구제받으며 얻어낸 값진 기록이었다.
KT는 2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2026 신한 SOL Bank KBO 리그 정규시즌 원정경기에서 16-4 승리를 거뒀다.
시즌 63승 41패 2무(승률 0.606)를 기록 중인 KT는 경기 전 기준 승차 없이 승률에서 갈린 2위 삼성 라이온즈가 패배하면서 1경기 차로 1위 자리를 지켰다. 올해 잠실 LG전에서 처음으로 졌던 KT는 마지막 경기를 역전승으로 장식하면서 스윕패 위기에서 탈출했다.
이날 KT는 최원준(중견수)~김현수(1루수)~안현민(우익수)~샘 힐리어드(좌익수)~허경민(3루수)~류현인(2루수)~이정범(지명타자)~한승택(포수)~권동진(유격수)이 선발 라인업에 올랐다.
7번 지명타자로 나온 이정범의 이름이 주목할 만했다. 그는 KT 소속으로는 처음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고, 전 소속팀 SSG 랜더스 시절인 5월 24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서 1루수로 나온 이후 88일 만에 스타팅으로 나왔다.
20일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이강철 KT 감독은 "잘 친다더라"라고 이정범에 대해 언급했다. 실제로 그는 KT 이적 후 퓨처스리그 7경기에서 타율 0.417(24타수 10안타), 1홈런 10타점 4득점으로 좋은 모습을 보였다.
19일 이천 두산 베어스전에서는 4타수 3안타 3타점 2득점으로 맹타를 휘둘렀고, 결국 다음날 KT 이적 후 첫 1군 등록까지 성공했다. 여기에 김민혁이 손가락 통증을 느끼면서 아예 스타팅까지 나오게 됐다.
2회 첫 타석에서 좌익수 플라이로 물러났지만, 낙차 큰 변화구를 타이밍을 잡아 좌익수 쪽으로 밀어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어 4회에는 볼넷을 골라내 이적 후 첫 출루에도 성공했다. 다만 6회에는 3루수 땅볼로 선행주자를 아웃시키고 말았다.
하지만 막판 이정범은 팀의 대승에 기여하는 점수를 올렸다. 1-3으로 뒤지던 KT는 7회 4연속 볼넷으로 밀어내기 득점을 올린 후, 김민혁의 3타점 2루타와 류현인의 1타점 2루타로 6-3 역전에 성공했다. 여기서 이정범의 희생플라이를 기록했다. 안타가 될 수도 있었으나 중견수 박해민의 호수비에 걸렸다.
이후 9-3으로 앞서던 8회 2사 1, 2루에서는 우익수 앞 잘 맞은 적시타를 뽑아내면서 두 자릿수 득점을 채웠다. 이정범 본인도 KT 유니폼을 입고 첫 안타를 기록하는 순간이었다. 여기에 9회 1루수 땅볼로 타점 하나를 더 추가했다.
이날 이정범은 4타수 1안타 3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한 경기 개인 3타점은 처음 있는 일로, 이전에는 2타점이 최고 기록이었다.
인천고 출신의 좌투좌타 1루수/외야수인 이정범은 2017년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SSG의 전신인 SK 와이번스의 2차 5라운드 지명을 받았던 선수다. 통산 1군 50경기에서 타율 0.226, 3홈런 14타점 12득점, OPS 0.626의 성적을 거뒀다.
이정범은 지난 6월 30일 외야수 하재훈, 투수 박상후, 최수호 등과 함께 SSG로부터 방출 통보를 받았다. 이후 KT는 일주일이 지난 7월 7일 이정범을 영입했다. 퓨처스리그에서 담금질을 거쳤고, 콜업 첫 날부터 인상적 활약을 펼쳤다.
경기 후 이정범은 "1군 콜업 첫날 팀 연패를 끊고, 잘 맞는 타구도 많이 나와서 기분이 좋다. 최대한 편하게 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첫 타점 상황에 대해서는 "주자가 3루에 있었기 때문에, 외야로 치려고 한 게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돌아봤다.
프로 10년 만에 한 경기 3타점을 올린 이정범은 "경기 끝까지 기회를 주신 감독님께 감사드린다. 찬스 상황에서 잘 해결한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전했다.
방출 당시를 떠올린 이정범은 "기회가 왔을 때 못 잡았다. 내가 너무 못한 거니까 그건 좀 아쉬웠다"면서도 "새로운 기회 주셔서 KT에서 더 잘해야 그만큼 보답을 하는 거다"라고 얘기했다.
웨이버 공시된 선수는 일주일 안에 타 팀에서 양도신청을 하지 않으면 잔여시즌에 뛸 수 없다. 이정범은 "처음 2, 3일은 괜찮았는데, 이후로는 혼자 촉박해졌다"고 했다.
이후 울산 웨일즈의 영입 제안을 받았던 이정범은 "감사하게도 연락주셨다. '안 되면 와라'라고 해주셨다"고 전했다. 그래도 웨이버 마지막 날 KT가 영입 의사를 밝히면서 다시 기회를 얻은 이정범이었다.
이정범은 "KT가 계속 더 올라갈 수 있게 나도 보탬이 되도록 하겠다. 오늘보다 더 잘해서 계속 팀이 이길 수 있게 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 KT 위즈
양정웅 기자 orionbea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