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잠실, 이우진 기자) "내가 생각해도 이번 시즌 제일 좋았던 투구였다."
LG 트윈스 외국인 투수 앤더스 톨허스트가 중요한 순간 에이스의 위용을 되찾았다. 최근 떨어졌던 릴리스 포인트를 바로잡은 것이 반등의 열쇠였다.
톨허스트는 1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2026 신한 SOL KBO리그 팀 간 14차전에 선발 등판해 7이닝 2피안타 1볼넷 5탈삼진 무실점으로 완벽에 가까운 투구를 펼쳤다.
LG는 톨허스트의 호투를 앞세워 KT를 1-0으로 제압했다. 전날 9-1 대승에 이어 이틀 연속 승리를 거두면서 후반기 들어 7번째 도전 만에 마침내 첫 연승에 성공했다. 올 시즌 잠실 KT전에서도 처음으로 위닝시리즈를 확보했다.
무엇보다 톨허스트의 반등이 반가웠다.
톨허스트는 지난달 16일 잠실에서 KT를 상대로 6이닝 7피안타(1피홈런) 2볼넷 4탈삼진 4실점을 기록하고 패전투수가 됐다. 그러나 약 한 달 만에 다시 만난 KT 타선을 상대로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면서 완벽하게 설욕했다.
출발부터 좋았다. 1회초를 삼자범퇴로 정리한 톨허스트는 4회 1사까지 단 한 명의 주자도 내보내지 않는 퍼펙트 투구를 펼쳤다.
4회 김현수와 안현민에게 연속 안타를 맞아 이날 처음으로 위기를 맞았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힐리어드를 파울플라이, 김민혁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다.
이후에는 다시 KT 타선을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6회 최원준, 김현수, 안현민으로 이어지는 상위 타선을 삼자범퇴로 처리했고, 7회에도 힐리어드와 김민혁, 허경민을 차례로 잡아내면서 자신의 임무를 끝냈다.
총 97개의 공을 던진 톨허스트는 1-0으로 앞선 8회 우강훈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LG 불펜이 한 점 차 리드를 끝까지 지켜내면서 톨허스트는 시즌 11승째를 수확해 다승 공동 선두에 올랐다.
6이닝 이상을 소화하면서 무실점 투구를 펼친 것은 지난 6월 24일 잠실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6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이후 약 두 달 만이었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톨허스트 역시 만족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내가 생각해도 이번 시즌 제일 좋았던 등판이었던 것 같다"며 "이번 경기 전에 조정의 시간을 가졌다. 메카닉을 조정했고, 그걸 통해 자신감을 얻었다. 그 자신감을 바탕으로 강하게 경기에 임하려고 했는데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돌아봤다.
구체적으로 손을 댄 부분은 릴리스 포인트였다.
톨허스트는 "많은 이닝을 거듭할수록 피로도 때문이었는지 릴리스 포인트가 조금 낮아지는 경향이 있었다. 그 부분을 수정했다"며 "수정하면서 투구의 터널링도 좋아진 것 같고, 내가 원래 잘할 수 있는 피칭으로 돌아갈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날 LG 타선이 뽑아낸 점수는 1회말 송찬의의 적시타로 만든 단 한 점뿐이었다. 작은 실수 하나가 곧바로 동점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도 톨허스트는 좀처럼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투구하는 동안 점수 자체를 의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톨허스트는 "경기 중간에는 최대한 스코어를 신경 쓰지 않으려고 했다. 7이닝을 마무리했을 때 처음으로 스코어보드를 확인하고 내려갔다"고 말했다.
이어 "1-0이라는 스코어였지만 내 뒤에 올라오는 팀원들을 믿었다. 우리가 그 점수를 지키면서 승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동료들을 향한 믿음을 드러냈다.
KT의 중심 타선을 봉쇄한 비결도 확실했다. 특히 장타력을 갖춘 안현민과 힐리어드를 상대로 공격적인 승부를 펼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톨허스트는 "두 선수를 상대할 때는 스트라이크존을 꽉 채워서 상대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들어왔다"며 "파워가 있는 타자들이기 때문에 유리한 카운트를 빨리 선점할 수 있도록 게임 플랜을 세웠다. 그래야 내가 더 유리하게 승부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KBO리그 2년 차를 맞은 올 시즌에는 새로운 어려움과도 싸우고 있다. 상대 타자들의 분석이 더욱 세밀해진 데다 시즌이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누적된 피로까지 이겨내야 한다.
톨허스트는 "이번 시즌은 확실히 많은 이닝을 소화하면서 피로도가 누적되는 것 같고, 한국 선수들이 나를 더 잘 안다는 점도 힘들게 다가오는 것 같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이를 핑계로 삼지는 않았다.
그는 "불평할 수는 없다. 지금 시점이면 선발 투수든 야수든 모두 피곤하다"며 "스스로 그 부분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야 하는지를 찾는 게 우리의 숙제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어쨌든 야구는 계속된다. 시즌을 끝까지 다치지 않고 치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시즌 후반 찾아온 체력적인 부담과 더욱 집요해진 상대의 분석 속에서도 해답을 찾아가고 있는 톨허스트.
릴리스 포인트를 바로잡으며 '원래 잘할 수 있었던 피칭'을 되찾은 이날의 7이닝 무실점 역투는 남은 시즌을 향한 반등의 신호탄이 됐다.
사진=잠실, 이우진 기자 / 엑스포츠뉴스DB
이우진 기자 wzyfoot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