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영국의 기록적인 폭염이 13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적인 골프장까지 완전히 바꿔놨다.
디 오픈(브리티시 오픈)을 무려 15차례 개최한 잉글랜드의 전설적인 골프장 로열 세인트 조지스가 극심한 가뭄과 폭염으로 마치 사막처럼 변한 광경이 공개됐다.
영국 더선은 19일(한국시간) "디 오픈 기록을 세운 전설적인 골프장, 영국 폭염에 완전히 타버린 듯한 모습으로 변했다"며 로열 세인트 조지스의 충격적인 최근 모습을 소개했다.
매체에 따르면 영국 남부는 최근 몇 주 동안 엄청난 고온과 극심한 강수 부족에 시달렸다. 특히 지난 7월은 1836년 관련 기록이 시작된 이후 가장 건조한 7월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았고, 기온은 치솟았다. 로열 세인트 조지스가 위치한 켄트주 샌드위치에서는 최근 최고 기온이 35도까지 올라갔다.
해안가 링크스 코스는 직격탄을 맞았다. 페어웨이도 빠르게 수분을 잃었다. 잔디는 누렇게 변하는 단계를 넘어 회색빛에 가까울 정도로 말라버렸다.
최근 공개된 사진은 충격적이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디 오픈 우승을 놓고 경쟁했던 골프장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다.
넓게 펼쳐진 페어웨이는 대부분 회갈색으로 변했다. 반면 골프장 측이 경기 가능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집중적으로 물을 공급한 그린 주변에만 군데군데 색깔이 남아 있다.
로열 세인트 조지스는 골프 역사에서 특별한 위상을 갖는 장소다.
디 오픈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으로 1894년 스코틀랜드 이외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디 오픈을 개최한 골프장이었다.
이후 무려 15차례 디 오픈을 개최했다. 전체 개최지 가운데 네 번째로 많은 횟수다. 특히 잉글랜드 골프장으로 범위를 좁히면 역대 최다 개최 기록이다.
그런 역사적인 장소가 불과 몇 주간의 폭염으로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한 것이다. 영국 골프 팬들에게는 더욱 충격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피해를 입은 곳은 로열 세인트 조지스만이 아니다.
영국 남부 골프장 대부분이 비슷한 위기에 처했다.
앨드윅베리 파크 골프클럽도 잔디의 초록빛이 거의 사라졌다. 사진을 보면 거대한 황무지에 골프 홀을 만들어놓은 것처럼 보일 정도다.
런던의 리치먼드 골프클럽 역시 페어웨이 곳곳에 거대한 회색 반점이 생겼다. 바싹 마른 구역이 점점 넓어지면서 마치 얼룩무늬처럼 변하고 있다.
브로켓 홀 골프클럽도 마찬가지다. 그린은 여전히 녹색을 유지하고 있으나 그린을 둘러싼 페어웨이는 갈색이다.
매체에 따르면 가뭄이 심해지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골프장에도 호스 사용 제한이 적용되고 있다. 무제한으로 잔디에 물을 뿌릴 수 없는 상태다.
결국 모든 코스를 살리는 대신 경기를 진행하는 데 가장 중요한 그린과 티잉 구역에 제한적으로 물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버티고 있다.
수주 동안 이어진 고온과 강수 부족이 겹치면서 골프장들이 잔디 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정도까지 상황이 악화됐다.
골프 역시 기후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스포츠라는 사실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장면이다.
경기를 위해서는 수백만㎡에 달하는 잔디를 관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막대한 양의 물이 필요하다.
여기에 폭염과 가뭄이 오면 지역 주민들의 물 사용까지 제한해야 하는 상황에서 골프장 잔디를 위해 무한정 물을 공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다행히 장기간 계속된 폭염은 조만간 완화될 전망이다.
매체는 "영국 남부에는 앞으로 약 2주 동안 간헐적으로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됐다"고 전했다.
사진=더선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