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잠실, 이우진 기자) "우리가 단합해서 KT를 꼭 잡자고 얘기했다."
LG 트윈스의 토종 에이스 임찬규가 최근 되찾은 안정감을 다시 한번 증명하며 팀의 '천적' KT 위즈 상대 설욕에 앞장섰다.
위기에서는 평소보다 의도적으로 호흡을 늦추는 노련한 경기 운영까지 선보이며 시즌 11승째를 수확했다.
LG는 1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T와의 2026 신한 SOL KBO리그 팀 간 13차전에서 9-1 압승을 거뒀다.
LG로서는 어느 때보다 반가운 승리였다. 올 시즌 KT와의 앞선 12차례 맞대결에서 3승9패로 크게 밀렸고, 특히 잠실에서 열린 6경기에서는 단 한 번도 승리하지 못했다.
특히 지난달 16일부터 19일까지 펼쳐진 후반기 첫 4연전에서는 KT에 스윕을 당한 아픈 기억이 있었다.
중요한 경기에서 선발 중책을 맡은 임찬규가 기대에 완벽하게 부응했다.
임찬규는 이날 6이닝 동안 94개의 공을 던지며 3피안타(1피홈런) 2사사구 3탈삼진 1실점으로 KT 타선을 틀어막았다.
시즌 11승째를 챙기며 다승 공동 선두로 올라선 임찬규는 지난달 30일 잠실 키움 히어로즈전(6이닝 3실점), 지난 12일 고척 키움전(6⅓이닝 1실점)에 이어 3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까지 완성했다.
유일한 실점은 4회초 나왔다. 선두 타자 안현민에게 비거리 144.6m짜리 초대형 솔로 홈런을 허용한 뒤 힐리어드에게 연속 안타까지 맞았다.
자칫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임찬규는 달랐다. 이후 세 타자를 차례로 잡아내면서 추가 실점을 막았고, 5회에는 실책과 도루로 만들어진 2사 2루 위기도 직접 투수 땅볼을 처리해 넘겼다.
6회 역시 선두 타자를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시킨 뒤 후속 세 타자를 범타로 돌려세웠다.
경기 후 만난 임찬규는 안현민과의 승부를 두고 "3볼 1스트라이크에서 고민했다. 여기서 홈런이나 장타를 허용하더라도 직구로 들어갈지, 볼넷을 주더라도 체인지업으로 잡고 갈지 생각했다"며 "참치(박동원) 형도 그렇고 일단 (직구로) 들어가 보자고 했는데 강한 타구가 나왔다"고 돌아봤다.
중요했던 것은 그 다음이었다. 임찬규는 올 시즌 자신이 무너졌던 경기들을 되짚으며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는 "제가 빅이닝을 허용한 경기들을 몇 번 되짚어보면 연속 안타들이 많이 나오기 시작했다"며 "그래서 조금 어렵게 템포를 가져갔다. 원래 빨리빨리 승부하는 스타일인데 이날은 조금 더 템포를 길게 가져가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덕분에 타자들을 범타로 많이 잡아냈고, 호흡을 한번 고르고 더 던졌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최근 상승세의 비결로는 '체인지업'을 꼽았다. 임찬규에게 올 시즌은 순탄하게만 흘러가지 않았다. 시즌 첫 네 경기를 치르도록 승리를 따내지 못했고, 5월 이후 안정감을 찾아가는 듯 했으나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에는 대량 실점 경기들을 반복하는 등 기복을 보였다.
임찬규는 "사실 올해가 쉬운 시즌은 아닐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캠프 때부터 어려움이 닥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초반에 많이 힘들었고, 중간에도 한두 경기씩 계속 빅이닝을 허용했다"고 털어놨다.
스스로 찾아낸 원인은 체인지업이었다.
그는 "돌아보면 대부분 체인지업이 날카롭지 않을 때 항상 그런 결과가 나왔다. 그래서 캠프 때부터 체인지업을 많이 신경 썼던 것"이라며 "최근에 다시 흐름을 찾은 것 같다. 그래서 경기 내용도 다시 좋아지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이날 LG 선수단에는 KT를 반드시 넘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 올 시즌 유독 KT만 만나면 고전했던 만큼 선수들끼리도 이번 시리즈를 앞두고 각오를 다졌다는 게 임찬규의 설명이다.
임찬규는 "선수들도 (KT전 성적을) 다 알고 있었고, 저희끼리도 아무래도 이야기를 했다"며 "'우리가 단합해서 KT를 꼭 잡자'는 마인드로 나갔던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 결과 저희가 하나하나 소중하게 경기에 임했던 것 같고,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올 시즌 쉽지 않은 순간을 여러 차례 마주했던 임찬규는 자신의 흔들렸던 경기를 복기하며 해답을 찾아가고 있다.
이날도 홈런 직후 찾아온 위기에서 과거와 같은 흐름을 되풀이하지 않았고, 그 변화는 LG가 잠실에서 마침내 KT를 넘어서는 든든한 발판이 됐다.
사진=잠실, 이우진 기자 / 엑스포츠뉴스DB
이우진 기자 wzyfoot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