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노박 조코비치가 테니스 경기 시간을 대폭 줄이자는 파격적인 주장을 꺼냈다가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현재 한 세트에 6게임을 따내야 하는 테니스의 기본 틀을 아예 4게임으로 줄이고, 듀스 이후 어드밴티지 방식까지 없애자는 건데 테니스계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영국 스포츠바이블은 15일(한국시간) "신시내티 오픈을 앞두고 테니스계 레전드가 노박 조코비치의 '황당한' 규칙 변경 제안을 맹비난했다"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조코비치는 최근 인터뷰를 통해 "득점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세트는 더 이상 6게임으로 진행할 필요가 없다. 4게임으로 줄이고 어드밴티지 방식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ATP 투어에서 선수들이 세트를 따내려면 2게임 차로 6게임을 먼저 가져와야 한다. 5-5가 되면 7-5로 이기는 선수(복식은 팀)가 승리한다. 6-6이 되면 한 쪽이 7-6으로 이기기 위한 타이브레이크에 들어간다.
일반 ATP 투어 경기는 3세트 중 2세트를 먼저 따내는 방식이고 남자 그랜드슬램은 5세트 중 3세트를 먼저 얻어야 한다.
이 때문에 접전이 펼쳐질 경우 그랜드슬램 경기는 4시간을 넘어 5시간 이상 이어지는 경우도 나온다.
조코비치는 이 구조를 바꾸자고 주장했다. 이러한 방식이면 그랜드슬램 5세트 경기도 약 2시간이면 끝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테니스계에서 강력히 반발했다. 그랜드슬램 단식에서 두 차례 우승했던 예브게니 카펠니코프는 조코비치의 아이디어를 듣자마자 "말도 안 된다"고 일축하면서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만약 이런 일이 실제로 벌어진다면 테니스에 완전히 실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테니스 전설 줄리앙 베네토는 경기 초반부터 중요도가 높아지고 긴 경기에서 발생하는 지루한 구간을 줄일 수 있다는 조코비치의 취지 자체는 이해한다면서도 스포츠의 경기 시간을 단순히 줄이는 방식은 답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베네토는 "그럼 내일부터 축구를 10분짜리 경기로 할 것인가?"라면서 "투르 드 프랑스(사이클 대회)에서 150km를 달리는 과정은 없애고 알프 뒤에즈 오르막 15km만 달리게 할 것인가? 말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테니스는 세트가 끝날 때까지 만들어지는 드라마가 중요한 스포츠"라고 강조했다.
초반 탐색전부터 상대의 패턴을 파악하는 과정, 체력이 떨어지면서 나타나는 변화, 긴 랠리와 멘털 싸움 등 모든 게 쌓여 마지막 승부의 긴장감을 만드는 건데 경기 시간을 짧게 만들면 이런 서사가 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베네토는 최근 스포츠계가 젊은 시청자들의 짧아진 콘텐츠 소비 시간에 맞춰 경기 자체를 줄이려는 흐름도 경계했다.
그는 "스포츠를 보는 습관이 변하면서 경기 시간을 줄이려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은 너무 쉬운 해결책처럼 보인다"며 "15분짜리 세트가 과연 우리가 진정 원하는 걸까?"라고 지적했다.
물론 조코비치의 주장에 모두가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세계랭킹 5위 벤 셸턴은 "꽤 괜찮을 것 같다"면서 "조코비치에게서 그런 이야기가 나왔다는 것이 흥미롭다. 그는 항상 투어에서 체력이 가장 뛰어난 선수 가운데 하나였고 경기가 5시간이든 6시간이든 버틸 수 있었던 선수"라고 말했다.
이어 "분명 흥미로운 변화가 될 것 같다. 테니스는 전통적인 스포츠고 대회들도 전통을 지키는 경향이 있지만 이런 방식으로 한번 경기해보는 것에는 관심이 있다"고 덧붙였다.
조코비치의 파격 제안에 테니스계 반응이 엇갈리는 가운데 실제로 규칙 변화까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연합뉴스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