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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임생, 축구계 홍길동인가? '동남아 취업→청문회 불참→경찰엔 출석'…조사 과정서 "당신 판단 믿는다" 정몽규 발언 공개까지

기사입력 2026.08.10 03:24 / 기사수정 2026.08.10 03:54



(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2년 전 홍명보 전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이임생 전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가 마침내 등장했다.

최근 경찰 조사를 받은 데 이어, 법원에 제출한 서면을 통해 당시 정몽규 전 축구협회장과 나눴다는 구체적인 대화 내용까지 모두 공개했다.

대한축구협회의 소송에도 참여하기로 했다.

그동안 홍명보 선임 과정의 책임이 사실상 이임생 개인에게 집중되는 듯했는데, 이 전 이사는 "난 협회 수뇌부의 지시를 수행했을 뿐"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 전 이사는 지난 4일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축구협회의 분쟁을 심리 중인 서울고등법원에 소송 참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내용에는 2024년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 자신이 어떻게 업무를 맡게 됐고, 정몽규 전 회장에게 어떤 지시를 받았으며, 최종적으로 홍명보 감독이 어떻게 낙점됐는지를 비교적 구체적으로 적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024년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는 홍명보와 다비트 바그너 등 최종 후보군을 추려놓은 상태였다.

당시 정해성 전력강화위원회 위원장은 이 가운데 홍명보를 최우선 후보로 정해 정몽규 회장에게 보고했는데 정 전 회장에게 사실상 재검토를 요구받은 뒤 사퇴했다.

이 전 이사의 주장에 따르면 정 위원장 사퇴 후 정몽규 전 회장이 "홍명보 감독을 포함해 모든 후보자를 선입견 없이 검토하라"며 최종 후보 3명 모두와 계약이 가능하도록 면담하고 협상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또 "한국 축구를 위한 이임생 TD(기술이사)의 판단을 믿는다"고 했다.

이 전 이사는 이 말을 자신에게 후보를 마음대로 선택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인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각 후보가 실제 한국 대표팀 감독직을 얼마나 원하고 있는지, 혹여나 대한축구협회를 다른 팀과의 협상을 위한 카드로 활용하는 것은 아닌지 직접 확인하라는 의미로 이해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홍명보였다. 다른 후보였던 거스 포옛과 다비트 바그너는 이미 해외 면담 일정이 잡혀 있었다. 반면 홍명보는 협회의 면담 요청을 여러 차례 거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이사 입장에서는 정 전 회장의 '3명 모두 만나라'는 지시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홍명보와 어떻게든 얼굴을 마주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탄생한 게 한국 축구계를 뒤흔든 '빵집 회동'이다.

이 전 이사는 홍명보와 인연이 있던 최영일 당시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결국 늦은 밤 홍 감독 자택 인근 빵집에서 만남이 성사됐다.

이 전 이사의 설명에 따르면 다음 날 홍명보는 "소속 구단(울산HD)에서 나를 보내준다면 국가대표 감독을 맡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이 전 이사는 이를 그대로 정몽규 회장에게 보고했고, 그러자 정 전 회장이 "그러면 홍명보 감독으로 하라. 자세한 것은 김정배 부회장과 상의하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 전 이사의 주장대로라면 최종 낙점 과정에서 정몽규 전 회장의 구체적인 지시가 존재했다는 게 된다.

이후 김정배 당시 상근부회장이 정 전 회장과 소통을 마쳤다며 내정 발표와 계약 등 후속 절차를 지시했다는 것이 이 전 이사의 설명이다.

이는 그동안 이임생 개인의 '독단적인 추천'으로 설명돼온 문화체육관광부 감사 결과와도 정면으로 충돌한다.

문체부는 2024년 감사에서 이 전 이사가 감독 후보를 최종 추천할 적법한 권한이 없었음에도 사실상 임의로 홍명보를 선택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정몽규, 김정배, 이임생 등에 대해 자격정지 이상의 중징계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이 전 이사는 "추천한 것이 아니다"라고 맞서고 있다. 이미 전력강화위원회가 선정해 놓은 최종 후보들을 만나 계약 가능성을 확인하고 수뇌부 지시에 따라 협상을 진행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법률대리인 역시 "이미 추천된 최종 후보자 3명을 만나 대표팀 감독직에 대한 의향을 확인하고 계약 조건을 조율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경찰 수사팀은 정몽규 전 회장과 이임생 전 이사 등 협회 고위 인사들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전력강화위원회나 이사회 업무에 부당하게 개입했는지를 조사 중이다.

최근 대한축구협회 사무실을 압수수색, 행정 서류뿐 아니라 당시 관계자들이 사용했던 노트북 등 전자기기까지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확보한 메신저와 자료에서 이 전 이사의 주장을 뒷받침할 기록이 나온다면 이 전 이사는 감독 선임 논란에서 한 발 물러나 있을 수 있다.

지난달 초 동남아 캄보디아 구단 나가월드FC 기술고문에 취임해 축구계 화제를 뿌린 이 전 이사는 이후 나가월드FC 직무에 따른 해외 체류를 이유로 청문회에 불참 한바탕 논란을 키웠다.

그런 이 전 이사가 이번엔 서류 한 장으로 또다시 화제의 중심에 섰다.

등장할 때마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이번 사건을 뒤집어 놓는 이 전 이사를 두고 '축구계 홍길동'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하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 연합뉴스 / SNS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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