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여성 선수의 신체를 어디까지 카메라에 담아도 될지를 둘러싼 논쟁이 유럽 육상계를 달구고 있다.
2024 파리 하계올림픽 육상 혼성 1600m 계주 금메달리스트 리케 클라버가 "엉덩이가 찍혔다는 이유만으로 사진을 금지하는 것은 지나치다"라며 소신을 밝힌 데 이어, 클라버의 네덜란드 육상 대표팀 동료 요린데 판클링컨도 "사람들이 아름다운 몸매를 보기 위해 여성 스포츠를 시청하는 측면도 있다"며 최근 유럽 내에서 불고 있는 여자 선수 원거리 촬영 원칙에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네덜란드 매체 '스포르트늬우스'는 8일(한국시간) "네덜란드 정상급 육상선수 판클링컨은 여성 선수들을 성적 대상으로 보는 시각의 변화가 스포츠만의 문제가 아니라 훨씬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보도했다.
유럽방송연맹(EBU)은 최근 여성 선수의 성적 대상화를 막기 위해 특정 신체 부위를 장시간 클로즈업하거나 선수 뒤·아래에서 촬영하는 저각도 장면, 경기 이해에 필요하지 않은 슬로모션 등을 피하도록 하는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오는 10일 영국 버밍엄에서 열리는 2026 유럽육상선수권이 첫 시험대다.
이를 두고 네덜란드 정상급 육상 선수들이 생각을 드러냈다.
클라버는 "여성 선수를 촬영할 때 기본적인 규범과 예의를 지켜야 하지만, 이대로 가면 여성의 몸 자체가 다시 금기시될 수 있다. 난 이를 원하지 않는다"며 우려를 드러냈다.
그는 "출발 장면에서 엉덩이가 찍혔다는 이유만으로 사진을 금지하는 것은 지나치다"라며 "만약 계주 바통이 내 엉덩이 높이에 있다면, 그 장면은 충분히 촬영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세계선수권 메달리스트 판클링컨도 클라버에 힘을 실었다.
판클링컨은 원반던지기와 포환던지기를 병행하는 네덜란드의 정상급 투척 선수로, 2025 도쿄 세계선수권 원반던지기 은메달리스트다. 2024 유럽선수권에선 원반던지기와 포환던지기 두 종목에 나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판클링컨은 새 촬영 가이드라인에 대해 "이런 시도의 취지는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고, 일부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면서 "그러나 내 생각엔 이건 훨씬 더 큰 문제다"고 주장했다.
그는 "여성 스포츠는 성적 대상화, 신체의 곡선, 예쁜 장면과 굉장히 많이 연결돼 있다"며 "팔로워가 가장 많은 여성 스포츠 선수들의 게시물을 봐도 알 수 있다. 순전히 예쁜 몸을 보기 위해 여성 스포츠를 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모든 걸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는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여성 스포츠가 선수들의 외모와 신체적 매력 등 다양한 요소와 맞물려 소비되고 있는 만큼, 촬영 방식의 변화만으로는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사진=판클링컨 SNS / 클라버 SNS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