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대구, 김지수 기자) "감독님께서 자신을 믿고 해보라고 하셨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한화 이글스는 지난 4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4-1 승리를 거두고 3연패의 사슬을 끊어냈다. 수원 원정에서 KT 위즈에 스윕을 당하며 3연속 위닝 시리즈로 상승세를 타고 있던 분위기가 다소 꺾였던 가운데 반등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날 게임을 마친 한화 선수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크게 번져 있었다. 기분 좋게 경기장을 떠날 채비를 하던 상황에서 외국인 타자 요나단 페라자의 모습이 현장 취재진의 눈에 들어왔다.
페라자는 싱글벙글한 표정으로 원정 감독실 문앞에 서있었다. 이날 2번타자 겸 우익수로 선발출전, 3타수 1안타 1타점 2볼넷으로 활약을 펼친 가운데 마치 선물을 받으러 가는 어린아이 같은 모습으로 감독실 문을 두드렸다.
통상 정규시즌 중 경기가 끝난 직후 선수가 감독실로 자기 발로 직접 들어가는 모습은 쉽게 보기 어렵다. 페라자가 왜 김경문 감독에게 가는지 자연스럽게 궁금증이 생겼다.
궁금증은 이튿날 풀렸다. 페라자는 당연하게도 김경문 감독의 호출을 받아 감독실을 찾았고, 경기 종료 후 짧은 면담을 가졌다. 김경문 감독은 후반기 타격감 저조로 마음고생이 컸을 페라자를 따로 불러 자신 있는 플레이를 재차 주문했다.
페라자는 5일 대구 삼성전 폭염취소 결정 후 대전으로 이동 전 현장 취재진과 만나 "감독님께서 전날 게임이 끝난 뒤 나를 부르셔서 응원의 한마디를 해주셨다"며 "감독님은 내게 '야구는 좋을 때도 있고 안 좋을 때도 있다. 자기 자신을 믿어라'라는 좋은 얘기를 해주셨다"고 말했다.
페라자는 2026시즌 전반기 '리그 최강 2번타자'로 펄펄 날았다. 82경기 타율 0.314(306타수 96안타) 17홈런 53타점 8도루 OPS 0.974로 맹타를 휘두르며 한화 타선을 이끌었다.
하지만 페라자는 지난 9일 전반기 종료 후 올스타 휴식기를 마친 뒤 거짓말처럼 방망이가 차갑게 식었다. 지난 2일 수원 KT 위즈전까지 후반기 16경기에서 타율 0.192(52타수 10안타) 1홈런 7타점 OPS 0.636으로 슬럼프에 빠졌다.
한화는 찬스 창출은 물론 클러치 상황에서 해결사 역할까지 해냈던 페라자가 침묵하면서 전체적인 타선의 화력이 크게 감소할 수밖에 없었다. 다만 페라자 살아나야만 가을야구 희망을 다시 키워볼 수 있는 만큼 김경문 감독은 페라자를 믿고 기용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김경문 감독은 지난 4일 삼성전에 앞서 "야구는 항상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다. 문현빈과 페라자가 후반기에 조금 다운돼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페라자와 문현빈이 분발해서 칠 때 우리가 연승이라는 게 따라온다. 조금 더 기다려줘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페라자를 향한 변함없는 신뢰를 보냈다.
페라자는 일단 지난 4일 삼성전 3출루로 침묵을 깼다. 폭염 취소로 6일까지 휴식을 취할 예정인 가운데 오는 7~9일 키움 히어로즈와의 대전 홈 3연전에서 상승세를 이어가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사진=한화 이글스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