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우진 기자) 이정후가 수비도 잘했다.
공격과 주루에만 능하다는 평가가 틀렸다는 것을 미국 전역에 중계된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이정후가 두 차례나 증명했다.
미국 메이저리그(MLB)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외야수 이정후는 4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의 글로브 라이프 필드에서 열린 2026 MLB 정규시즌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2번 타자 우익수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뒤 3회와 8회 각각 솔로포를 폭발하는 등 멀티 홈런을 쏘고 3안타 3타점 경기를 펼쳤다.
7월에 다소 주춤했던 이정후의 공격 본능이 텍사스전을 통해 8월엔 되살아날 것임을 알리는 경기가 됐다.
이정후가 한 경기 홈런 2개를 기록하기는 2024년 4월14일 뉴욕 양키스와의 원정 경기 이후 477일 만이다.
이정후는 이날 첫 타석에서 ABS 챌린지 요청 끝에 아쉽게 삼진으로 물러났다.
두 번째 타석에선 달랐다.
샌프란시스코가 2-0으로 앞선 3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타석에 다시 들어선 이정후는 상대 선발 칼 퀀트릴의 시속 83.0마일(133.6km) 스플리터가 한복판에 들어오자 이를 제대로 받아쳐 우중간 담장을 넘기는 타구 속도는 시속 100.6마일(161.9km), 비거리는 410피트(125.0m)의 솔로포로 연결했다.
이번 시즌 7호 홈런으로 지난달 26일 LA 에인절스전 9일 만에 대포가 다시 한 번 터졌다.
이정후는 이후 수비로 박수를 받았다.
4회말엔 수비 때 2사 주자 없는 가운데 텍사스의 닉키 로페즈가 때린 라인 드라이브 타구를 슬라이딩 캐치로 잡아낸 것이다. 이날 선발로 나선 샌프란시스코 에이스 로건 웹의 박수를 받은 환상적인 수비였다.
이정후의 좋은 수비는 ESPN 중계진의 눈도 사로잡았다. 중계진은 "이정후가 달려나와 슬라이딩 캐치를 하며 이닝을 끝냈다. 정말 대단한 수비"라면서 "라인드라이브 타구가 날아왔는데 이정후가 멋지고 편안한 슬라이딩으로 아주 수비게 잡아내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필드 곳곳에서 활약한다"고 극찬했다.
공수에서 기세가 오른 이정후는 멀티 히트에 도루까지 해냈다.
5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온 이정후는 콴트릴이 뿌린 6구째 89.3마일(143.7km) 커터를 공략, 좌중간을 갈랐다. 그리고 도루까지 하나 추가했다.
5회말엔 이정후의 호수비가 또 나왔다.
선두 타자 작 피더슨이 친 우중간 타구가 갑자기 뚝 떨어지자 앞으로 내밀었던 글러브를 급히 틀어 잡아낸 것이다. 삐졌으면 장타가 될 수 있었으나 이정후는 실수 없이 또 한 번의 좋은 수비로 샌프란시스코의 리드를 지켜냈다.
이 때도 중계진은 "조명이 이정후를 확실히 방해했다. 플라이볼을 잡으려다 조명을 똑바로 보는 순간 완전히 눈이 멀게 된다. 이정후에게도 그런 일이 일어났을 것이 확실하다"고 분석한 뒤 "(상대 타자)배트에서 공이 떠나는 순간 바로 확인했으나 이후 멈칫하는 게 보인다. 그래도 끝까지 쫓아서 바구니에 담듯 공을 쉽게 잡아냈다"며 이정후의 집념에 감탄했다. "오늘 홈런 포함 2안타에 멋진 수비까지, 대단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멀티 히트에 두 번의 호수비로 기세를 탄 이정후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샌프란시스코가 3-0으로 앞선 8회초 선두타자로 네 번째 타석에 들어선 뒤 바뀐 투수 페이튼 그레이의 시속 86.3마일(138km) 초구 슬라이더를 받아쳐 비거리 385피트(117m) 우중월 홈런으로 완성했다.
이정후는 시즌 8호 홈런까지 단숨에 찍으면서 지난해 이뤘던 개인 최다 홈런 타이기록에 도달했다.
이정후는 9회초 1사 만루에서도 타석에 나서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타점을 추가하며 '고급 야구'를 유감 없이 펼쳐보였다.
ESPN은 결국 경기 중 또 한 번 "이정후가 콘택트와 훌륭한 수비 등 '스킬 세트'를 갖췄다"며 호평했다. 수비에 아쉬움이 있다는 미국 현지의 평가를 보란 듯이 날렸다.
사진=연합뉴스
이우진 기자 wzyfoot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