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인천, 이우진 기자) KBO리그가 올여름부터 새롭게 도입한 폭염 대응 매뉴얼이 시행 첫날부터 시험대에 섰다.
서울 잠실야구장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 경기는 폭염을 이유로 취소됐지만, 같은 시각 오히려 더 높은 기온을 기록한 인천 SSG랜더스필드는 정상 개최 방침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KBO는 4일 폭염 대응 기준을 대폭 손질했다. 기존에는 경기 당일 현장 심판진과 경기운영위원의 판단에 따라 경기 개시 여부를 결정했지만, 기상청 폭염 특보 단계에 맞춰 운영 기준을 세분화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특히 폭염중대경보가 발효될 경우 경기일 오후 1시 이전까지 경기 취소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명문화했다. 팬들이 이미 야구장으로 이동한 뒤 취소 소식을 접하는 혼란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새 기준에 따르면 일최고 체감온도 33도 이상이 이틀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 폭염주의보, 35도 이상이면 폭염경보, 38도 이상 또는 일최고기온 39도 이상이 예상되면 폭염중대경보가 각각 발효된다.
경기장이 위치한 지역에 폭염경보 이상이 내려질 경우 홈 구단 의견을 반영해 최대 1시간까지 경기 시작을 늦출 수 있다. 폭염중대경보가 발효되면 오후 1시 이전 경기 취소 결정이 가능하며, 경기 시작 이후 폭염중대경보가 내려질 경우에는 현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한다.
또한 경기장이 위치한 지역이 아닌 인접 지역에 폭염중대경보가 발효된 경우에는 취소 대상이 아니다.
실제로 KBO는 4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NC 다이노스-두산 베어스전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예정됐던 KT 위즈-KIA 타이거즈전을 폭염으로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두 경기는 추후 재편성된다.
그러나 같은 시각 인천의 상황은 오히려 더 심각했다.
기상청 기준 오후 2시 인천 SSG랜더스필드의 기온은 37.2도, 체감온도는 37.7도를 기록했다. 반면 경기 취소가 결정된 서울 잠실야구장은 기온 35.6도, 체감온도 35.4도였다.
단순 수치만 놓고 보면 인천이 잠실보다 기온은 1.6도, 체감온도는 2.3도 더 높은 셈이다. 관중과 선수들이 실제로 느끼는 더위 역시 인천이 훨씬 강한 환경이었다.
오후 3시 30분 기준 기온 역시 체감 36.8도로 취소가 확정된 잠실(35.9도), 광주(36도)보다 높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인천에는 이날 폭염중대경보가 아닌 폭염경보만 발효된 상태였다. KBO의 새 규정상 경기 취소 기준은 '실제 기온'이 아니라 '기상청의 폭염중대경보 발효 여부'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LG 트윈스와 SSG 랜더스의 경기는 정상 개최 절차를 밟고 있다.
결국 이번 사례는 새 폭염 규정의 취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새 제도는 현장의 혼란을 줄이고 명확한 기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크다. 하지만 실제 체감 환경이 취소된 경기장보다 훨씬 열악한데도 행정적인 특보 단계 차이만으로 경기 개최 여부가 갈리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현장 안전과 규정 사이의 간극이 드러났다는 지적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특히 한여름 야외 구장에서 선수들은 수 시간 동안 고강도 경기를 치르고, 관중들 역시 직사광선 아래 장시간 머무르게 된다. 폭염중대경보가 아니더라도 실제 체감온도가 37도를 웃도는 상황이라면 건강과 안전 문제를 보다 유연하게 고려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물론 KBO는 현재 규정에 따라 운영하고 있다. 인천 지역에는 폭염중대경보가 발효되지 않았고, 규정상 경기 취소 사유도 충족하지 않았다. 따라서 LG와 SSG의 경기를 예정대로 진행하는 것 자체는 현행 매뉴얼에 부합하는 결정이다.
다만 이번 사례는 '기상 특보'와 '실제 경기장 환경'이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 첫 사례가 됐다.
새 폭염 운영 기준이 시행 첫날부터 예상치 못한 논란을 낳은 가운데, 이날 인천에서 LG와 SSG의 경기가 선수와 관중의 안전을 확보한 채 정상적으로 시작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인천, 이우진 기자 / 엑스포츠뉴스DB / 기상청
이우진 기자 wzyfoot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