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우진 기자) 미국 메이저리그(MLB) LA 다저스가 '현존 최고의 좌완' 타릭 스쿠발(29)을 영입하면서 KBO리그 KIA 타이거즈 출신 에릭 라우어(31)가 과거 토론토 블루제이스 시절 강하게 거부했던 불펜 보직을 다시 맡을 수 있다는 현지 전망이 나왔다.
토론토 소식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매체 '제이스 저널'은 3일(한국시간) 다저스의 스쿠발 영입이 라우어에게 미칠 영향을 분석하며 "라우어는 토론토에서 원하지 않았던 바로 그 불펜 역할로 다시 밀려날 수 있다"고 전했다.
앞서 다저스는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에 외야수 자이어 호프와 우완 투수 리버 라이언, 브래디 스미스를 내주고 스쿠발을 영입하는 초대형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월드시리즈 3연패에 도전하는 상황에서 사이영상 수상자까지 품자 현지에서는 다저스의 막대한 자금력을 두고 샐러리캡 도입 필요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매체는 다저스의 전력 강화와 별개로 라우어에게 이번 트레이드가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고 짚었다. 라우어는 올 시즌 토론토에서 선발 보직을 놓고 구단과 갈등을 빚은 뒤 다저스로 옮겼지만, 불과 몇 달 만에 자신이 가장 꺼렸던 역할을 다시 받아들여야 할 처지에 놓였다.
라우어는 지난 4월 오프너 뒤 벌크 투수로 등판한 뒤 "솔직히 말하면 싫다. 견딜 수가 없다"며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오프너 기용이 경기 전 준비 과정과 투구 루틴을 무너뜨린다면서 앞으로 같은 방식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구단의 전략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라우어의 모습은 현지에서도 논란이 됐다. 토론토 출신 외야수이자 현재 MLB 분석가로 활동 중인 케빈 필라는 라우어의 태도를 두고 "마치 구단에 자신을 DFA(방출대기) 처리해 달라고 애원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평가했다.
결국 우려는 현실이 됐다. 토론토는 지난 5월 11일 라우어를 DFA 처리했고, 엿새 뒤인 17일 현금 트레이드를 통해 그를 다저스로 보냈다.
라우어는 선발진에 부상자가 속출한 다저스에서 다시 선발 기회를 잡았고, 이적 후 9경기 중 8경기에 선발 등판해 평균자책점 2.96, WHIP(이닝 당 출루 허용률) 0.987로 반등했다.
그러나 스쿠발의 합류로 다저스의 선발진 구도는 완전히 달라졌다.
매체는 "다저스는 부상 선수들이 복귀하는 10월이면 야마모토 요시노부, 스쿠발, 오타니 쇼헤이, 블레이크 스넬, 타일러 글래스나우로 5인 선발진을 구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기에는 저스틴 로블레스키, 사사키 로키, 랜던 낵과 라우어조차 포함되지 않았다"며 "다저스가 스쿠발을 영입한 이유는 우승을 노리는 선발진을 이끌거나 최소한 공동으로 이끌게 하기 위해서다. 결과적으로 나머지 투수들은 모두 한 단계씩 밀려나게 됐다"고 분석했다.
결국 라우어에게 남은 자리는 토론토 시절 구단이 맡기려 했던 역할과 크게 다르지 않다. 확실한 선발 로테이션 구성원이 아니라 롱릴리프와 스윙맨, 대체 선발 또는 부상자가 발생했을 때 투입되는 비상 선발 역할이다.
국내 팬들에게 라우어는 KIA의 2024시즌 한국시리즈 우승 멤버로 익숙하다.
시즌 도중 대체 자원으로 KIA에 합류한 라우어는 정규시즌 7경기에 모두 선발 등판해 34⅔이닝을 소화하며 2승2패, 평균자책점 4.93을 기록했다. 압도적인 성적을 남기지는 못했지만 볼넷 12개를 내주는 동안 삼진 37개를 잡아내며 뛰어난 탈삼진 능력을 보여줬다.
시즌 종료 후 KIA와 재계약하지 않은 라우어는 미국으로 돌아갔고, 토론토를 거쳐 다저스 유니폼까지 입으며 빅리그 경력을 이어갔다.
한국에서 선발투수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 라우어는 토론토에서도 선발 보직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뜻을 분명하게 드러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구단과 관계가 틀어져 DFA 통보를 받았고, 새롭게 정착한 다저스에서도 스쿠발 영입이라는 대형 변수와 마주하게 됐다.
사진=연합뉴스 / LA 다저스 / 엑스포츠뉴스DB
이우진 기자 wzyfoot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