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6-07-30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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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인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수상…극찬 이어진 이 영화

기사입력 2026.07.30 17:17 / 기사수정 2026.07.30 17:17

영화 '코다'의 한 장면. 주인공 루비가 가족을 위해 노래하며 수화를 하고 있다.
영화 '코다'의 한 장면. 주인공 루비가 가족을 위해 노래하며 수화를 하고 있다.


딸은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른다. 객석은 숨을 죽인 채 귀를 기울인다. 하지만 정작 그 노래를 들을 수 없는 부모는 관객들의 표정을 살핀다.

주인공 루비의 노래가 절정에 이르는 순간, 영화는 오히려 모든 소리를 지운다. 관객은 농인 가족과 같은 침묵 속에서 무대를 바라보게 되고, 그 짧은 몇 분은 어떤 노래보다 오래 기억에 남는다.
 

가족의 귀와 목소리가 된 17세 소녀


코다(CODA)는 'Children of Deaf Adults'의 약자로, 농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청인 자녀를 뜻한다. 션 헤이더 감독은 이 설정을 설명하기보다 한 가족의 일상을 따라간다.

17세 루비는 가족 가운데 유일하게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새벽이면 어선에 올라 부모의 일을 돕고, 병원과 은행에서는 통역을 맡으며 가족과 세상을 이어준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 합창부에서 자신의 노래 재능을 발견하면서 처음으로 가족이 아닌 자신의 미래를 바라보기 시작한다.

루비는 음악대학에 가고 싶지만 가족을 떠날 수는 없다. 반대로 부모는 딸을 곁에 두고 싶지만, 그의 재능을 외면할 수도 없다. 영화는 누구의 선택이 맞다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기까지의 시간을 차분히 따라간다.
영화 '코다' 포스터
영화 '코다' 포스터


노래가 절정에 이르자 모든 소리가 사라졌다


영화를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면은 공연이다.

루비가 노래를 시작하자 반주도, 박수도, 노랫소리도 사라진다. 관객은 자연스럽게 농인 부모의 시선으로 무대를 바라보게 된다.


아버지 프랭크는 딸의 목소리 대신 객석을 바라본다. 눈물을 훔치는 사람들, 미소를 짓는 사람들, 기립박수를 보내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며 딸에게 자신이 미처 알지 못했던 재능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후 루비의 목에 손을 얹고 성대의 떨림을 느끼는 장면은 영화를 대표하는 순간으로 꼽힌다.

'코다'는 이 장면을 특별하게 꾸미지 않는다. 부모는 끝내 딸의 노래를 듣지 못하지만, 서로를 이해하는 데 꼭 소리가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영화 '코다' 스틸컷. 루비의 가족이 노래를 들을 수 없어 객석을 둘러보고있다.
영화 '코다' 스틸컷. 루비의 가족이 노래를 들을 수 없어 객석을 둘러보고있다.

 

실제 농인 배우들이 완성한 가족의 모습


이런 분위기는 배우들의 연기에서도 이어진다. 부모 프랭크와 재키, 오빠 레오를 연기한 트로이 코처, 말리 매트린, 다니엘 듀런트는 모두 실제 농인 배우다. 션 헤이더 감독은 농인 역할을 농인 배우에게 맡기며 수어와 침묵을 영화의 중요한 언어로 담아냈다.

루비를 연기한 에밀리아 존스는 수어와 노래를 함께 익혀 가족을 향한 책임감과 자신의 꿈 사이에서 흔들리는 10대의 시간을 자연스럽게 표현했다. 친구이자 첫사랑 마일스를 연기한 퍼디아 월시-필로와의 호흡도 영화에 한층 여유를 더한다.

영화 '코다' 스틸컷
영화 '코다' 스틸컷


음악이 가족을 이어주는 방식
 

음악 역시 이야기를 이끄는 중요한 축이다. '라라랜드'와 '물랑 루즈' 등에 참여한 마리우스 드 브리스가 음악을 맡았고, 조니 미첼과 마빈 게이의 노래가 루비의 시간을 따라 흐른다.

영화에서 음악은 배경에 머물지 않는다. 루비에게는 세상과 이어지는 창이고, 가족에게는 딸을 새롭게 바라보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가장 큰 울림을 남기는 장면이 침묵 속에서 완성된다는 점도 그래서 더욱 인상적이다.

영화 '코다' 스틸컷
영화 '코다' 스틸컷


골든에그 99%에서 아카데미 작품상까지
 

국내에서도 입소문은 빠르게 퍼졌다. 2021년 개봉 당시 CGV 골든에그지수 99%를 기록했고, 가족 영화와 성장 영화의 매력을 모두 갖춘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해외에서도 선댄스영화제 미국 극영화 부문 심사위원대상, 관객상, 감독상, 앙상블상을 휩쓴 데 이어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각색상,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특히 프랭크를 연기한 트로이 코처는 농인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거머쥐며 새로운 기록을 썼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시상자 윤여정이 수화로 수상자를 발표하고 있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시상자 윤여정이 수화로 수상자를 발표하고 있다.

 

윤여정이 보여준 짧고 세심한 배려


그 순간은 시상식에서도 영화를 떠올리게 했다.

시상자로 무대에 오른 윤여정은 트로이 코처가 자신이 수상자임을 바로 알 수 있도록 수어로 축하 인사를 건네며 그의 이름을 발표했다. 이후 코처가 수어로 수상 소감을 전하는 동안에는 두 손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오스카 트로피를 대신 들어주며 곁을 지켰다. 자연스러운 배려는 시상식 직후 큰 화제를 모았고, 국내외 언론과 관객들의 호평을 받았다.

영화가 보여준 존중과 배려는 스크린 밖에서도 이어졌다.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받은 트로이 코처와 시상자 배우 윤여정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받은 트로이 코처와 시상자 배우 윤여정

 

큰 설명 없이도 전해지는 마음


'코다'는 꿈을 향해 나아가려는 한 소녀와 그를 사랑하는 가족의 시간을 차분히 따라간다. 큰 설명이나 과장된 연출 대신 인물들의 표정과 침묵으로 마음을 전하는 영화다. 그래서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뒤에도 긴 여운을 남긴다.

네이버 영화에서는 실관람객 평점 8.77점, 네티즌 평점 9.26점을 기록했다. 관객들은 음악과 이야기, 영상미가 고르게 어우러졌다는 점과 영화를 본 뒤에도 오래 남는 여운을 주로 언급했다. “귀로 들으려 갔다가 마음이 뭉클해졌다”, “힘들 때 다시 꺼내 보고 싶은 영화”라는 반응도 눈에 띄었다.

영화 '코다'는 현재 쿠팡플레이, 티빙 등에서 감상할 수 있다.
 


차기현 기자 ghcha@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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