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시리즈 '동궁'을 보다 보면 어느 순간 주인공보다 먼저 눈길이 가는 존재가 있다. 남주혁도, 노윤서도, 조승우도 아니다. 구천 곁을 졸졸 따라다니는 작은 귀매 '꺼먹살이'다. 첫 등장부터 "이 캐릭터는 흥행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구나"라는 인상을 남길 만큼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 꺼먹살이는 공개 직후 '반려 귀매', '조선판 그루트'라는 별명을 얻으며 작품의 예상 밖 신스틸러로 떠올랐다.
지난 17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동궁'은 귀의 세계를 넘나드는 능력을 가진 구천(남주혁)과 비밀을 간직한 궁녀 생강(노윤서)이 왕(조승우)의 명을 받아 동궁에 깃든 저주를 파헤치는 오컬트 사극이다. 공개 직후 넷플릭스 '오늘 대한민국 TOP10 시리즈' 1위에 오르며 화제를 모았다.
그 가운데 시청자들의 시선을 가장 강하게 붙든 것은 의외의 캐릭터였다.
'반려 귀매' 열풍…무서운데 자꾸 눈이 간다
극 중 꺼먹살이는 사람의 양기를 노리는 위험한 귀매다. 하지만 인형처럼 작은 체구와 동그란 눈, 나무를 닮은 독특한 질감의 외형, 무엇보다 구천만 졸졸 따라다니는 강아지 같은 행동이 더해지면서 공포의 대상보다 애정을 부르는 존재로 자리 잡았다. 어둡고 긴장감 넘치는 세계관 속에서 자연스럽게 웃음을 만드는 완급 조절 역할도 톡톡히 해낸다.
이 때문에 온라인에서는 일찌감치 "반려 귀매", "조선판 그루트"라는 별명이 붙었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꺼먹살이의 움짤과 팬아트가 잇따라 올라왔고, 봉제인형과 피규어 등 공식 굿즈를 만들어 달라는 요청도 이어지고 있다.
넷플릭스 '동궁'에 등장하는 캐릭터 '꺼먹살이'
첫 등장부터 느껴진 '캐릭터 IP'의 설계
이 같은 반응은 단순히 캐릭터가 귀엽기 때문만은 아니다. 첫 등장부터 캐릭터 자체가 독립적인 IP로 확장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설계된 듯한 인상을 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강렬한 실루엣만으로도 단번에 기억되는 디자인, 말보다 행동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표현 방식, 작품을 보지 않은 사람도 호감을 느낄 수 있는 친숙함까지 갖췄기 때문이다.
실제로 촬영 현장에서도 꺼먹살이는 CG만으로 존재한 캐릭터가 아니었다. 배우들과 자연스러운 호흡을 위해 실제 크기와 동일한 모형 인형을 별도로 제작해 촬영장에 상주시켰고, 이후 해당 인형이 스태프 SNS를 통해 공개되면서 "꺼먹살이가 실존한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넷플릭스 역시 이런 관심을 빠르게 콘텐츠로 연결했다. 공식 유튜브 채널에는 꺼먹살이가 현대 서울을 돌아다니는 특별 영상을 공개했고, 해당 영상은 공개 이틀 만에 조회수 25만 회를 넘기며 캐릭터 자체의 화제성을 입증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등장 캐릭터 '더피'
더피처럼 될까…한국형 캐릭터 IP의 가능성
꺼먹살이가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최근 콘텐츠 산업의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흥행하는 콘텐츠는 이제 이야기뿐 아니라 오래 사랑받는 캐릭터를 함께 만들어낸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인기 캐릭터 더피가 봉제인형과 피규어 등 다양한 상품으로 확장되며 작품 IP의 가치를 키운 사례가 대표적이다.
'동궁' 역시 한국 전통 무속과 귀신 설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다. 그 안에서 탄생한 꺼먹살이는 단순한 마스코트를 넘어 한국적 소재를 세계 시장에서도 통할 캐릭터로 발전시킬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국 설화를 기반으로 한 오리지널 캐릭터가 글로벌 플랫폼에서 팬덤을 형성하고 IP로 확장되는 사례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강아지 같은 귀매를 찾다가 탄생했다"
권소라·서재원 작가는 꺼먹살이의 탄생 배경에 대해 "꺼먹살이는 구전된 도시전설에서 착안한 존재"라며 "칠흑 같은 어둠을 뜻하는 '꺼먹'과 살아가는 존재라는 의미의 '살이'에서 이름을 가져왔고, 구천과 콤비를 이루는 강아지 같은 귀여운 귀매를 찾다가 이를 작품에 접목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꺼먹살이는 단순한 귀여운 조연 이상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 긴장감 넘치는 오컬트 사극의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신스틸러이자, '동궁'이라는 세계관을 오래 기억하게 만드는 얼굴이다. 공개 직후부터 쏟아지는 팬들의 반응은 이 작은 귀매가 앞으로 '동궁'의 대표 캐릭터 IP로 성장할 수 있을지에도 자연스럽게 관심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