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2026 북중미 월드컵은 대회 개막 앞두고 큰 우려에 휩싸였다.
기존 32개국이었던 본선 참가국을 50% 늘려 48개국이 출전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특히 증가된 16장의 본선 티켓 중 적지 않은 비중을 축구 실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여겨지는 아시아, 아프리카에 할당했다. 아시아는 4.5장에서 8.5장으로 티켓이 확 늘었다. 아프리카의 본선 출전권도 기존 5장에서 9.5장으로 거의 두배 가까이 증가했다.
아시아와 아프리카는 나란히 이번 대회 예선 대륙간 플레이오프에서 승리를 거둬 각각 9팀과 10팀이 월드컵 무대를 밟았다.
여기에 북중미카리브해축구연맹(CONCACAF)도 미국, 멕시코, 캐나다 등 2022 월드컵에 출전했던 3개국이 나란히 공동 개최국으로 이번 대회 자동 출전하면서 파나마와 아이티, 퀴라소 등 월드컵 본선행 경험이 한 번 뿐이거나 아예 없었던 3개국이 월드컵에 명함을 내밀었다.
아시아의 요르단, 우즈베키스탄을 비롯해 북중미카리브해의 퀴라소, 아프리카 카보베르데 등 4개국이 월드컵에 데뷔했다.
사실 개막 전만 해도 혹평이 적지 않았다. 48개국 체제로 본선을 치를 경우, 조별리그에서 팀간 실력 차가 커 뻔한 승부, 재미없는 축구가 속출할 것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조별리그 중 볼만한 경기가 프랑스-노르웨이, 네덜란드-스웨덴, 브라질-모로코, 잉글랜드-크로아티아 등 손에 꼽을 정도"라는 분석도 나왔다.
하지만 뚜껑을 열고보니 예상보다 흥미진진했다.
특히 아프리카의 언더독 팀들이 굉장히 분전했다. 인구 34만의 소국 카보베르데는 이번 대회 결승에 오른 스페인, 아르헨티나와 모두 붙었는데 스페인과 조별리그 1차전에선 40세 골키퍼 보지냐가 스타로 거듭나면서 0-0으로 비겼다. 아르헨티나와의 32강에선 두 골을 넣으면서 디펜딩 챔피언을 위협하더니 연장 혈투 끝 2-3으로 패했다.
콩고민주공화국, 남아공은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토너먼트 진출을 일궈내면서 역시 주목받았다.
아프리카 10팀 중 튀니지 한 팀만 빼고 32강에 진출했다. 이 중 모로코가 8강, 이집트가 16강에 올랐다.
여기에 남미 중위권으로 불리던 팀들도 열심히 싸웠다. 에콰도르는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독일에 2-1 역전승을 챙기며 극적인 32강행을 일궈내 시선을 모았다.
파라과이는 독일을 32강에서 승부차기로 이겨 16강에 진출했다.
비록 조별리그에서 탈락했으나 처음 출전한 퀴라소는 독일을 상대로 득점하고 에콰도르와 0-0으로 비기며 승점을 따내 박수를 받았다. 나라가 갱단에게 넘어가 홈 경기를 치르지 못하는 아이티는 비록 3전 전패했으나 모로코에 두 골을 넣는 등 처참한 경기력은 아니었다.
그러면서 조별리그가 종반으로 갈수록 "생각보다 팀 간 전력 차가 크지 않고 재미있는 경기도 많다"는 긍정 평가가 나왔다. 중하위권 팀의 경우 컨디션을 조별리그에 맞추고, 우승 혹은 4강 후보들의 경우 몸 상태를 대회 후반에 맞추다보니 카보베르데와 콩고민주공화국이 스페인, 포르투갈과 비기는 일도 일어났다.
물론 아시아의 참패는 대회 수준을 떨어트리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나마 일본이 분전했으나 32강에서 브라질을 만나 역전패했다. 호주는 조별리그를 통과하긴 했으나 높은 수준은 아니었다.
최고의 대진 추첨 결과를 받아들고도 1승2패로 탈락한 한국은 이번 대회 워스트 팀 중 하나로 선정됐다. 이란은 나름대로 3무승부로 분전했으나 33위로 아깝게 탈락했고,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이라크, 카타르 등 중동 4개국도 스피드와 기술에서 한 수 아래였다.
그렇다고 아시아 국가들이 대량 실점을 자주 하며 무너진 것은 아니었다.
일단 이번 대회를 통해 국제축구연맹(FIFA)은 향후 48개국 본선 체제를 유지할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은 물론, 월드컵 100주년 기념 대회가 되는 2030년에 64개국까지 쿼터를 늘리는 구상에도 힘을 얻게 됐다.
특히 FIFA 스폰서(파트너)를 담당할 수 있는 유력 후보인 중국, 축구 열기 만큼은 전세계 최고 수준인 동남아 국가들을 월드컵에 합류시키려면 FIFA도 64개국 본선 체제를 테이블 위에 본격적으로 올려놓을 수밖에 없다.
실력에 비해 쿼터가 적은 유럽(16장), 이번 대회에서 경쟁력을 입증한 아프리카 등의 출전권도 더 늘려야 하는 필요성이 대두됐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