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2026 북중미 월드컵은 한국 축구가 원정 무대에서 최고의 성적 남길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대한축구협회의 연이은 대표팀 감독 선임 잘못으로 날려버린 역대 최악의 대회로 남게 됐다.
특히 이번 대회가 최고 스타인 손흥민의 전성기 끝자락에서 벌어졌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한국 축구는 더욱 땅을 칠 수밖에 없게 됐다.
손흥민의 경우는 총 네 차례 월드컵에 출전했는데 가장 크게 실패한 2014년 첫 대회와 2026년 네 번째 대회의 사령탑이 모두 홍명보 감독이라는 일도 겪었다.
손흥민은 2026 월드컵 앞두고 준비를 단단히 했다. 그는 4년 전 열린 카타르 월드컵에서 대회 직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경기 도중 안면 부상을 입어 마스크를 쓰고 월드컵에 나서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럼에도 포르투갈전에서 질풍 같은 50여m 드리블을 시도한 뒤 황희찬의 16강 확정 쐐기골을 어시스트하며 월드컵 3수 만에 처음으로 토너먼트 무대를 밟았다.
이번엔 월드컵 1년 앞두고 대회가 열리는 미국 MLS 구단 LAFC로 이적했다. 올 초엔 북중미카리브해축구연맹(CONCACAF) 챔피언스컵을 치르기 위해 다른 태극전사보다 먼저 멕시코 구단과 고지대에서 경기를 해봤다. 올해 MLS에서 골을 없었지만 어시스트 1위를 달리며 부상 없이 월드컵을 맞았다.
여기에 이강인(PSG),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황인범(페예노르트), 오현규(베식타시) 등 유럽에서 뛰는 후배들의 면모도 손흥민과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결과는 1승2패, 허망한 조별리그 탈락이었다. 조추첨 결과가 좋다보니 외신에서 앞다퉈 한국을 32강 넘어 16강 진출 후보로 꼽았으나 실제 결과는 정반대였다. 한국은 체코전 2-1 역전승 뒤 멕시코전과 남아공전에서 연달아 0-1로 지면서 한국 축구 역대 최악의 월드컵 순위인 34위를 받아들고 3경기 만에 대회를 마무리했다.
손흥민은 12년 전 자신의 첫 월드컵에서도 홍명보 감독과 함께 전장인 브라질로 향했다. 하지만 '홍명보호 1기'는 2차전 알제리전에서 처참한 2-4 패배를 당하는 등 졸전 끝에 1무2패를 기록, 21세기 한국 축구의 월드컵 최소 승점을 기록하고 3경기 만에 귀국했다. 손흥민은 한국이 10명으로 싸운 벨기에에 0-1로 진 뒤 울음을 터트렸다.
손흥민은 다음 대회였던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선 비록 한국이 조별리그 탈락했으나 태극전사들이 디펜딩 챔피언 독일을 2-0으로 누를 때 쐐기포를 넣는 등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돌아왔다.
카타르 월드컵에선 대어 포르투갈을 때려 눕히며 2-1 역전승을 챙기고 16강 무대도 누볐다.
2026 월드컵은 한국 축구 황금세대의 최전성기로, 손흥민을 위한 대회가 될 것으로 여겨졌으나 온국민이 분노한 남아공전 충격패와 함께 씁쓸하게 마무리하게 됐다.
12년 전 알제리전처럼 홍 감독은 남아공전에서 상대팀 베테랑 감독의 노림수에 전혀 대응하지 못하고 참패했다.
손흥민은 일단 대표팀에서 은퇴하지 않고 계속 A매치에 나설 뜻을 밝혔다.
그러나 4년 뒤 스페인과 포르투갈, 모로코가 공동 개최하는 2030 월드컵에선 손흥민의 나이 38살이 된다. 리오넬 메시처럼 40이 다 되어가는 나이에도 펄펄 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론 손흥민에게 맹활약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런 면에서 2026 월드컵은 한국 축구가 손흥민이라는 걸출한 스타를 데리고도 힘 한 번 쓰지 못하고 고개 숙인 대회로 남게 됐다.
2014 월드컵도 홍명보호, 2026 월드컵도 홍명보호로 손흥민은 무능한 감독 때문에 월드컵에서 두 차례나 좌절했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