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리오넬 메시의 '월드컵 2연패'는 없었다. 무적함대 스페인이 연장 접전 끝에 아르헨티나를 제압하며 16년 만에 세계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루이스 데라푸엔테 감독이 이끄는 스페인 축구대표팀은 20일(한국시간) 미국 뉴저지주 뉴욕·뉴저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결승전서 연장 후반 터진 페란 토레스의 결승골로 아르헨티나를 1-0으로 제압했다.
이번 대회 내내 공수 양면 짜임새 있는 조직력을 선보였던 스페인은 '디펜딩 챔피언' 아르헨티나를 상대로도 완벽히 경기를 지배한 끝에 승리를 거머쥐었다.
아르헨티나는 엔소 페르난데스의 퇴장으로 한 명 더 적은 상태에서 싸우긴 했으나 120분 동안 단 3개의 슈팅만 기록하는 등 졸전을 선보이며 무릎을 꿇었다.
스페인은 4-3-3 전형으로 나섰다.
우나이 시몬이 골문을 지켰고, 페드로 포로, 파우 쿠바르시, 에므리크 라포르트, 마크 쿠쿠레야가 백4를 구성했다. 로드리가 수비형 미드필더, 다니 올모, 파비안 루이스가 중원에 포진했고, 라민 야말, 미켈 오야르사발, 알렉스 바에나가 최전방 스리톱을 이뤄 득점을 노렸다.
대회 2연패에 도전하는 아르헨티나는 4-4-2 전형으로 맞섰다.
에밀리아노 마르티네스가 골키퍼 장갑을 꼈다. 니콜라스 탈리아피코, 리산드로 마르티네스, 크리스티안 로메로, 곤살로 몬티엘이 수비를 맡았다. 니코 곤살레스, 알렉시스 맥알리스터, 엔소 페르난데스, 로드리고 데폴이 중원에서 호흡을 맞췄다. 훌리안 알바레스가 리오넬 메시와 함께 투톱을 이뤘다.
디펜딩 챔피언 아르헨티나는 스페인을 꺾을 경우 대회 2연패와 함께 전무후무한 메이저 대회 4연패라는 대업을 이룩한 국가가 될 수 있었다.
아르헨티나는 2021 코파 아메리카를 시작으로 2022 카타르 월드컵, 2024 코파 아메리카 정상에 올라 메이저 대회 3연패를 기록 중이었다.
무적함대 스페인은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이후 16년 만에 세계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남미 챔피언'과 '유럽 챔피언'의 맞대결로도 관심을 모았다.
두 팀은 사실 지난 3월 피날리시마에서 맞붙을 예정이었으나 미국-이란 전쟁으로 중동 정세가 불안정해지면서 취소됐다. 약 4개월 만에 두 팀의 맞대결이 성사되면서 축구 팬들의 관심이 더욱 쏠리게 됐다.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와 스페인 초신성 라민 야말의 맞대결도 눈에 띄었다.
두 선수 모두 스페인 라리가 명문 바르셀로나를 대표하는 전현직 스타로 메시는 명실상부 바르셀로나 역대 최고 레전드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야말은 현재 바르셀로나를 이끄는 대표적인 에이스다. 메시가 착용하던 등번호 10번을 착용 중일 정도로 존재감이 크다.
19년 전인 2007년에는 한 자선 행사에서 메시가 갓난 아기였던 야말을 목욕시켜주는 묘한 인연도 있었다. 당시 사진이 재조명되면서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여러 서사를 담은 이번 결승전은 아르헨티나의 선축으로 시작됐다.
전반 4분 스페인이 포문을 열었다. 아르헨티나의 수비 실수로 야말이 박스 안에서 슈팅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야말의 왼발 슈팅이 수비 발에 맞 골키퍼 품에 안겼다.
직후 아르헨티나도 역습 찬스를 맞았으나 메시가 공을 잡기 직전 우나이 시몬이 뛰쳐나와 빠르게 걷어내 슈팅 기회를 내주지 않았다.
두 팀은 전반 초반 중원에서 치열한 볼 다툼을 벌이며 치열한 공방전을 펼쳤다. 세계 최고 미드필더 로드리를 앞세운 스페인이 조금 더 우세했다.
전반 17분 오른쪽 측면에서 볼을 잡은 야말이 수비를 따돌리고 반대편으로 낮은 크로스를 올렸으나 골키퍼가 잘 차단했다.
1분 뒤에는 곤살레스가 박스 안에서 공을 잘 잡아놓고 뛰어들어오는 동료에게 완벽한 찬스를 내줄 수 있었으나 포로가 막아냈다.
스페인은 압박 라인을 높게 가져갔고, 아르헨티나는 좀처럼 압박을 벗어나지 못했다. 스페인이 주도권을 가져간 가운데 순식간에 1쿼터가 끝났다. 전반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물 보충 휴식)가 진행됐다.
중반 이후에도 스페인이 점유율을 가져가며 경기를 주도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도 2인 협력 수비로 야말을 효과적으로 막아내며 0의 균형이 이어졌다.
전반 39분 스페인이 4번의 짧은 패스로 아르헨티나의 수비 블록을 뚫어낸 뒤 슈팅까지 시도했다. 하지만 오야르사발의 왼발 슈팅이 골키퍼 정면으로 향하며 아쉬움을 삼켰다.
경기 첫 옐로 카드가 나왔다. 아르헨티나의 공격이 무산된 후 오야르사발이 역습을 가져가자 리산드로 마르티네스가 태클로 저지했고, 주심은 곧바로 카드를 꺼냈다.
전반 43분에는 쿠쿠레야의 기습적인 왼발 슈팅이 나왔다. 박스 왼쪽에서 대각선 슈팅을 때려봤으나 골대 오른쪽으로 살짝 벗어났다.
직후 아르헨티나가 부상 변수를 맞았다. 쿠쿠레야의 슈팅이 벗어난 후 리산드로가 그라운드 위에 주저앉았다. 벤치에 교체 신호를 보냈고, 결국 니콜라스 오타멘디가 급하게 투입됐다.
추가시간 4분이 주어졌으나 득점이 나오지 않으면서 0-0으로 하프타임에 돌입했다. 아르헨티나는 1966년 이후 60년 만에 전반전 슈팅 0개를 기록하는 굴욕을 겪었다.
이번 결승전 하프타임에는 K-POP 그룹 BTS를 포함해 저스틴 비버, 마돈나, 샤키라 등 세계적 가수들이 등장해 약 30분간 하프타임 쇼를 진행했다.
역사상 유례 없는 하프타임 쇼가 진행되면서 늘어난 휴식시간이 양팀 선수들에게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도 주목할 만한 점이었다.
아르헨티나는 니콜라스 곤살레스를 빼고 레안드로 파레데스를 투입해 중원에 변화를 줬다.
하프타임 변수는 아르헨티나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아르헨티나 선수들은 몸이 가라앉은 듯 후반 초반 패스 미스를 연발했다. 후반 1분 만에 패스 실수로 바에나에게 슈팅 기회를 내줬으나 바에나의 슈팅이 약하게 맞으면서 실점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파레데스가 멍청한 카드를 받았다. 후반 7분 아르헨티나의 반칙으로 주심이 경기를 중단시킨 상황에서 파레데스가 갑자기 올모를 밀어 옐로카드를 받았다. 투입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스스로 족쇄를 채운 꼴이 됐다.
스페인이 좋은 기회를 잡았다. 후반 10분 오야르사발이 공을 몰고 간 후 파비안 루이스와 박스 안 원투 패스 후 슈팅까지 가져가보려 했으나 수비가 걷어냈다.
후반 11분에는 올모가 오른쪽 하프 스페이스 침투 후 날카로운 컷백을 내줬으나 쿠쿠레야에게 닿기 직전 몬티엘이 걷어냈다.
아르헨티나는 빠르게 또 다른 교체 카드를 사용했다. 몬티엘을 불러들이고 나우엘 몰리나를 투입해 풀백 자리에 변화를 줬다. 스페인도 오야르사발, 파비안 대신 페란 토레스, 페드리를 투입해 공격을 강화했다.
후반 19분 스페인은 올모의 중거리 슈팅으로 득점을 노렸으나 골키퍼가 간신히 쳐내며 득점으로 이이지지 못했다. 후반 22분에는 야말이 수비 2명을 따돌리고 올린 크로스를 토레스가 머리로 방향만 살짝 바꿔봤으나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직후 후반전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가 진행됐다. 아르헨티나가 네 번째 교체 카드를 사용했다. 부상이 의심되던 로메로 대신 파쿤도 메디나, 데폴 대신 줄리아노 시메오네를 투입했다.
스페인 또한 올모와 바에나 대신 니코 윌리엄스, 미켈 메리노를 투입해 공격을 더욱 강화했다. 후반 32분 페드리가 아크 정면에서 슈팅을 때렸으나 제대로 맞지 않으면서 골키퍼가 쉽게 잡아냈다.
1분 뒤에는 센터백 쿠바르시가 높게 전진해 강력한 오른발 슈팅을 때렸고, 골키퍼가 깜짝 놀라 쳐냈다. 후반 36분 메리노의 절묘한 헤더가 골키퍼에 막히면서 아쉬움을 삼켰다.
아르헨티나는 후반 막바지까지 단 한 개의 슈팅도 기록하지 못했다.
스페인이 계속해서 공격을 시도했다. 후반 42분 메리노의 로빙 패스를 페란 토레스가 오른발 발리 슈팅으로 연결했으나 골대를 벗어났다.
후반전에도 추가시간 4분이 주어졌다. 이번 경기 최대 변수가 발생했다. 앞서 주심에게 과한 항의로 경고 한 장을 받았던 엔소 페르난데스가 공중볼 경합 과정에서 거칠게 몸으로 부딪혀 두 번째 경고를 받고 퇴장 당했다.
정규시간 마지막 순간 스페인이 좋은 위치에서 프리킥을 얻었으나 야말의 왼발 프리킥을 이번에도 마르티네스 골키퍼가 막아내며 경기는 연장전으로 향했다.
수적 우세를 점한 스페인은 완전히 내려앉은 아르헨티나를 손쉽게 공략했다. 연잔 전반 3분 토레스가 아르헨티나 수비를 완전히 뚫어냈으나 마지막 패스가 좋지 못했다.
아르헨티나 수비가 걷어냈으나 스페인이 공을 다시 따냈고, 페드리가 문전으로 올려준 크로스가 니코 머리에 살짝 닿고 굴절됐으나 마르티네스 골키퍼가 놀라운 반사신경으로 쳐냈다.
연장 전반 6분 스페인이 마침내 아르헨티나의 골문을 열었다. 메리노의 슈팅이 골키퍼 맞고 흐른 걸 니코가 오른발로 가볍게 밀어넣었다.
그러나 주심은 직전 볼 경합 상황에서 메리노가 오타멘디의 발을 밟았다고 판단해 반칙을 선언, 득점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스페인도 교체 카드를 썼다. 로드리와 라포르트를 불러들이고 마틴 수비멘디, 에릭 가르시아를 투입했다.
한 명 적은 아르헨티나가 스페인의 공세를 잘 버텨냈으나 공격 전환은 쉽지 않았다. 메시는 전방에서 고립돼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연장 전반 11분 야말의 슈팅이 크게 벗어났고, 아르헨티나는 올 여름 토트넘 홋스퍼로 이적한 마르코스 세네시까지 투입해 더욱 수비에 치중했다.
연장 전반 막바지 스페인에게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왼쪽 측면에서 니코가 올려준 크로스를 메리노가 머리로 방향만 살짝 돌려놓는 슈팅을 시도했다. 그러나 공은 골대 오른쪽으로 벗어났다.
연장 후반 시작 직후 스페인이 마침내 균형을 깼다. 이번에는 그 어떤 의심의 여지도 없었다. 문전으로 붙여준 크로스를 니코가 머리로 떨궈줬고, 이를 쇄도하던 토레스가 왼발 발리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극적인 골을 터뜨린 토레스는 코너 플래그를 발로 차 부러뜨릴 정도로 격정적으로 포효했다. 실점을 내준 아르헨티나 선수들은 고개를 떨궜다.
토레스는 후반 8분 야말의 패스를 받아 아르헨티나의 골망을 다시 한번 흔들었으나 이번에는 오프사이드가 선언됐다.
아르헨티나도 공격을 몇 차례 시도했으나 스페인의 수비 조직력을 뚫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메시의 날카로운 크로스도 동료에게 닿지 못하고 윗그물을 출렁이는 등 세밀함까지 떨어졌다.
아르헨티나는 연장 후반 11분 메시의 슈팅으로 이날 첫 슈팅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메리노 몸에 맞고 튕겨나가며 유효슈팅으로 기록되진 않았다.
추가시간이 주어진 가운데 아르헨티나는 세트피스를 통해 득점을 노려봤으나 세네시의 골문 앞 슈팅을 스페인이 집념으로 걷어내며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이어진 코너킥에서는 메시의 낮은 크로스에 이은 시메오네의 슈팅이 나왔으나 위로 높게 뜨고 말았다. 추가시간 5분이 다 지나가면서 결국 경기는 스페인의 승리로 종료됐다.
이로써 스페인은 2010 남아공 대회 후 16년 만에 세계 정상에 올랐다.
사진=연합뉴스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