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리오넬 메시의 경제난 발언을 둘러싸고 아르헨티나 정부 내에서 서로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과 대통령실 대변인은 메시의 발언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반면, 대통령실 산하 '공식대응국'이 낸 해명문은 오히려 메시의 발언이 "전적으로 사실"이라고 인정해 온도차를 드러냈다.
메시는 지난 16일(현지시간) 잉글랜드와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준결승에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둔 직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 인터뷰에서 "상황이 어렵거나 일자리가 없고, 월급으로 월말까지 한 달을 버티기 힘든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비록 잠시 동안일지라도 이러한 기쁨을 국민들께 선물할 수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메시가 언급한 '월말까지 버티지 못한다'는 표현은 아르헨티나에서 서민들의 생활고를 상징적으로 나타낼 때 널리 쓰이는 관용구로, 이번 발언 역시 장기간 이어진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 속 국민들의 현실을 지적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며 큰 관심을 모았다.
이 발언에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대통령실 아드리안 라비에르 대변인이었다.
아르헨티나 대통령실 아드리안 라비에르 대변인은 17일 "정부는 국민들이 월급으로 한 달을 버티기 힘들다는 진단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공개 반박했다.
이어 밀레이 대통령 역시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메시를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축구 선수들이 경제를 얼마나 아느냐"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또 다른 논란을 낳았다.
현지 매체들은 이를 두고 밀레이 대통령이 메시에게 선을 넘지 말라고 경고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여기에 아르헨티나가 잉글랜드전 승리 후 포클랜드 전쟁을 연상시키는 "말비나스는 아르헨티나 땅"이라는 현수막을 펼쳐 든 것을 두고도, 정부가 정치적 이유로 불편해했다는 보도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이후 아르헨티나 대통령실 산하 기구로서 정부를 둘러싼 허위 정보나 논란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발표하는 조직인 '공식 대응 사무국(Oficina de Respuesta Oficial)'이 내놓은 입장은 결이 달랐다.
아르헨티나 매체 '디아리오 멘도자 투데이'의 18일 보도에 따르면, 공식대응국은 밀레이 대통령이 말비나스 현수막이나 메시의 발언에 실제로 분노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를 "완전히 거짓이며 전부 지어낸 이야기"라고 반박하는 장문의 해명문을 냈다.
밀레이 대통령 역시 해당 해명 글을 자신의 SNS 계정에 공유하며 "거짓말쟁이들의 가면을 벗긴다"는 글을 남겼다.
해명문에는 먼저 말비나스 현수막 논란부터 다뤘다.
공식 입장문은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은 경기장에서 선수들이 하는 행동은 외교의 일부가 아니라고 분명히 말했다"며 "말비나스에 대한 감정은 모든 아르헨티나 국민이 공유하는 것이며 선수들이 이를 표현하는 것은 완전히 정당하고 합법적인 일이라고 밝혔다"고 설명했다.
또한 대통령이 "책임 있는 위치에서는 일부 실수가 용납될 수 없고 외교적으로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던 대상은 선수들이 아니라 국가를 대표하는 공직자들이었다고 강조했다.
'디아리오 멘도자 투데이'는 이 부분이 경기 전 영국을 향해 강경 발언을 했던 빅토리아 비야루엘 부통령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전했다.
메시의 경제 관련 발언에 대해서도 정부는 기존과는 결이 다른 설명을 내놓았다.
공식 대응국은 "역사상 최고의 축구 선수 리오넬 메시가 '국민들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한 것은 전적으로 사실"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 원인에 대해서는 현 정부가 아니라 과거 정부의 책임이라고 주장하는 듯한 입장을 내놓았다.
정부는 "20년에 걸친 키르치네르주의의 쇠퇴는 24개월 만에 사라질 수 없다"며 "2년 동안 강도 높은 개혁을 추진했고, 2년 전 빈곤율 60%, 극빈층 20%, 연간 환산 인플레이션 1만5000%, 형편없는 임금과 매일 가치가 떨어지는 통화를 가진 나라보다 지금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나아졌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 누구도 쉬운 길이라고 약속한 적은 없다. 매우 힘든 과정이지만 아르헨티나를 다시 위대하게 만들 길"이라고 덧붙였다.
메시가 언급한 국민들의 어려운 현실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이를 밀레이 정부의 경제 정책 실패로 연결하는 해석에는 선을 그은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윤준석 기자 jupremebd@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