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대구, 양정웅 기자) KBO 리그 23년 차,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포수도 새 외국인 투수의 투구에 박수를 보냈다.
삼성 라이온즈는 18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2026 신한 SOL Bank KBO 리그 정규시즌 홈경기에서 5-0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삼성은 전반기 마지막 경기인 9일 대구 LG 트윈스전부터 3연승을 달리고 있다. 시즌 53승 32패 2무(승률 0.624)가 된 삼성은 최근 4연패에 빠진 2위 LG의 추격을 뿌리치고 1위 자리를 유지했다.
이날 삼성은 새 외국인 투수 크리스 페덱이 선발 등판했다. 올해 삼성은 맷 매닝이 스프링캠프 기간 팔꿈치 통증으로 이탈했고, 대체 외국인 선수 잭 오러클린이 분전했으나 무언가 부족했다. 결국 전반기를 1위로 마친 삼성은 후반기 시작을 앞두고 두 선수를 모두 내보내고 페덱으로 교체했다.
페덱은 미국 메이저리그(MLB) 8시즌 동안 통산 132경기(선발 119경기)에서 32승 43패 평균자책점 4.83을 기록했다. 올 시즌에도 승리 없이 7패 평균자책점 6.79로 부진했지만, 불과 3주 전인 지난달 30일까지도 경기에 나왔던 현역 메이저리거였다.
그리고 경기가 시작하자마자 페덱은 자신의 클래스를 증명했다. 1회 선두타자 황성빈에게 152km/h의 패스트볼과 낙차 큰 커브로 카운트를 잡았고, 높은 커터로 헛스윙 삼진을 유도했다.
2사 후 빅터 레이예스에게 안타를 맞았으나, 한동희에게 낙차 큰 체인지업으로 헛스윙을 유도하더니, 커터로 2루수 땅볼을 유도해 이닝을 끝냈다.
이후로도 페덱은 좌우타자 가리지 않고 높은 커터와 낮은 체인지업으로 헛스윙을 유도하면서 롯데 타자들을 요리했다. 여기에 간간이 섞어 던지는 낙차 큰 커브도 타자들을 헷갈리게 만들었다. 덕분에 6회까지 안타 1개, 볼넷 1개, 실책 1개 등 총 3번의 출루만을 허용했다.
페덱은 이날 7회 마운드를 내려가기 전까지 6이닝 1피안타 1사사구 7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를 펼쳤다. 최고 구속 152km/h의 패스트볼과 체인지업, 커브, 커터 등을 잘 섞어 던지면서 완벽한 투구를 선보였다. 3번의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면서 큰 위기도 만나지 않았다.
이로써 페덱은 KBO 리그 데뷔전에서 선발승을 거뒀다. 역대 삼성 외국인 투수 중 KBO 데뷔 경기에서 선발승을 거둔 건 페덱이 15번째인데,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는 최초였다. 또한 안타를 한 개만 맞고 6이닝을 버티며 이긴 것도 처음이었다.
이날 페덱의 조력자는 포수 강민호였다. 프로 23년 차 베테랑인 그는 처음 KBO 리그를 경험하는 페덱과 호흡을 맞추며 완벽한 경기 운영을 선보였다.
경기 승리 후 취재진과 만난 강민호는 페덱에 대해 "생각했던 것보다 좀 더 컨트롤이 좋았다. ABS(자동 투구판정 시스템)를 잘 이용했고, 구석구석 던질 줄 안다"고 평가했다.
강민호는 "그동안 좋은 투수들이 많았는데, 페덱 선수도 굉장히 좋은 구위로 던지고 있다"며 "한 경기로 본인의 존재감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았나 생각한다"고도 얘기했다.
이날 페덱은 커터와 체인지업을 위닝샷으로 사용했다. 강민호는 "그 구종을 자기가 원하는 곳에 던지길래 이 구종만 던져도 충분히 상대 타자를 잡을 수 있겠다고 본인이 생각해서 그렇게 던졌던 것 같다"면서 "나도 그렇게 요구했다"고 밝혔다.
특히 체인지업에 대해서는 "무브먼트가 좋고 본인이 카운트 잡을 줄도 알고, 그걸로 유인구를 던질 줄도 안다"고 했다. 강민호는 "그냥 던져서 볼이 되는 게 아니고 알고 던진다는 느낌에서, '아 야구를 좀 알고 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경기 후 강민호는 페덱에게 "처음 치고 서로가 잘 통했다"고 했다. 그는 "오늘 경기 전에 페덱이 '이 리그에서 많이 뛰었으니 너를 믿고 가고 싶다'고 말을 하더라"라며 "순간순간 자기가 던지고 싶은 걸 세네 번 눌렀던 것 같은데 내 사인을 잘 따라줬다"고 했다.
강민호는 "수월했다. 워낙 구위도 좋았고, 받는 입장에서 편안하게 공을 잡을 수 있었다"며 높은 평가를 이어갔다.
외국인 투수들이 어려움을 겪는 슬라이드 스텝(퀵 모션)도 문제 없었다. 강민호는 "퀵 모션도 엄청 빠르게 하더라"라며 "본인이 '주자가 1루에 나가면 퀵 모션이 3개가 있다. 빠른 주자가 나가도 잡을 수 있으니 얘기만 해달라'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끝으로 강민호는 "구위도 구위지만 강약조절도 잘하고, 한국 리그에서 성공하기 좋은 변화구도 잘 던지고 그런 모습을 높이 평가한다"고 얘기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양정웅 기자 orionbea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