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아르헨티나에 뼈아픈 역전패를 당하며 또 다시 결승 진출에 실패한 잉글랜드의 주장 해리 케인이 월드컵 탈락 직후 경기 내용을 냉정하게 돌아봤다.
토마스 투헬 감독의 전술을 직접적으로 비판하지는 않았지만, 리드를 잡은 뒤 지나치게 수비에 치중한 경기 운영이 결국 패배로 이어졌다고 인정했다.
잉글랜드는 16일(한국시간) 미국 애틀랜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준결승에서 아르헨티나에 1-2 역전패를 당했다.
이 패배로 잉글랜드는 1966년 이후 60년 만의 월드컵 결승 진출을 눈앞에서 놓쳤다. 월드컵에서는 최근 세 차례 준결승(1990·2018·2026)에서 모두 탈락했고, 메이저 대회 우승 도전도 또 한 번 다음으로 미뤄졌다.
잉글랜드는 이제 프랑스와 3·4위전을 치르며 이번 대회를 마무리한다.
이날 잉글랜드는 후반 10분 앤서니 고든의 선제골로 먼저 결승 진출에 한 발 다가섰다.
하지만 투헬 감독은 후반 이른 시간부터 수비에 집중하는 경기 운영을 선보였다.
댄 번과 니코 오라일리 등 수비수들을 연달아 투입하며 수비 숫자를 늘려 5백 형태로 경기를 마무리하려 했다.
오히려 이 선택이 패배의 원인이 됐다. 잉글랜드는 그대로 경기 주도권을 빼앗겼고, 후반 40분 엔소 페르난데스가 강력한 중거리 슈팅으로 동점을 만든데 이어 추가시간에는 리오넬 메시의 크로스를 라우타로 마르티네스가 헤더로 마무리하며 역전패를 당했다.
축구 통계 매체 '풋몹'에 따르면 잉글랜드는 후반 11분부터 마르티네스의 결승골이 나온 후반 추가시간까지 37분간 평균 점유율이 12%에 머물렀다.
경기 후 영국 공영방송 'BBC'와 인터뷰한 케인은 선제골 이후 팀이 의도와 다르게 경기를 운영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선수들은 언제든 경기 상황에 대응할 준비가 돼 있었다. 우리가 앞서간 뒤 전달된 메시지는 한 골을 더 넣으러 가자는 것이었다"며 "하지만 상대가 두 골을 넣은 뒤에는 다시 뭔가를 만들어내려 했지만 경기 흐름을 되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케인은 투헬 감독의 경기 운영을 문제 삼기보다는 경기 흐름 자체가 아르헨티나 쪽으로 넘어갔다고 분석했다.
그는 "공에 압박을 가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전반과 후반 초반에는 높은 위치에서 잘 압박했고, 공을 빼앗아 경기를 통제할 수 있었다"며 "하지만 골을 넣은 뒤에는 상대가 더 많은 선수를 앞으로 투입했는지, 아니면 우리가 일대일 대응을 하지 못했는지 모르겠지만 계속해서 파상공세가 이어졌다. 선수들이 몸을 던져 막아냈지만 결국 충분하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특히 케인은 리드를 잡은 뒤 지나치게 수비적으로 변한 점을 가장 큰 아쉬움으로 꼽았다.
그는 "정말 실망스럽다. 선수들, 스태프, 팬들 모두에게 미안하다"며 "경기 대부분은 좋은 내용을 보여줬다. 하지만 1-0으로 앞선 뒤 우리는 리드를 지키기 위해 수비하는 데에만 급급했고, 이 수준에서는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이 자리에 오기 위해 정말 열심히 준비했고 선수들도 마지막까지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피와 땀, 눈물을 흘렸지만 결국 목표에 미치지 못해 너무나 아쉽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그는 "이번 대회에서도 좋은 경기들이 많았고 또 한 번 준결승에 올랐다. 우리는 계속 문을 두드리고 있다. 정말 가까이 와 있지만 토너먼트 마지막 단계에서 필요한 마지막 한 조각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대회는 엄청난 노력과 압박, 정신력을 요구한다. 지난 6~7주 동안 우리는 그런 모습을 충분히 보여줬지만 마지막 퍼즐 하나가 부족했다"고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사진=연합뉴스
윤준석 기자 jupremebd@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