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거스 히딩크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북한과도 연을 맺을 뻔 했던 사연을 공개했다.
히딩크는 한국 축구 역사에서 가장 특별한 이름이다. 2002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을 이끌고 4강 신화를 썼다.
이전까지 월드컵 본선에서 단 1승도 없었던 한국은 히딩크 감독 아래에서 폴란드,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을 차례로 넘으며 세계 축구를 놀라게 했다.
히딩크는 최근 영국 축구 전문 매체 포포투와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에서 받았던 분에 넘치는 사랑을 떠올렸다.
그는 "한국 사람들이 날 바라보는 눈빛과 날 향한 애정이 때로는 좀 어색하게 느껴졌다. 한국어로 날 '보스 중의 보스'라고 부르더라. '이제 정말 충분하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신문에서는 내게 한국 이름을 추천하기도 했고, 경기장에는 '희동구 대통령'이라는 현수막이 걸리기도 했다"며 "어떤 사람들은 내가 귀화했더라면 좋은 대통령 후보가 됐을 거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 헛소리"라고 웃었다.
또한 히딩크는 서울시 명예시민으로 임명됐고, 온갖 제안도 받았다. 심지어 제주도에 있는 별장까지 제안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거절하는 건 예의가 아니지만 모든 걸 다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며 "화산섬인 제주도에 있는 별장도 제안받았지만, 유럽으로 돌아가는 길에 주말마다 그곳에 갈 일은 없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히딩크는 여전히 1년에 한두 차례 한국을 찾는다고 했다. 그 인연은 재단 활동으로 이어졌다.
히딩크는 "파트너의 제안으로 거스 히딩크 재단을 설립했다. 한국에 여러 축구장을 지었다. 시각장애 아동들을 위한 축구장도 있다"고 설명했다.
히딩크는 자신의 재단을 통해 북한에서도 활동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재단을 통해 북한에서도 무언가를 하고 싶었다. 나도 북한에 가봤는데 물자를 실은 트럭들이 이미 대기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치적인 이유로 무산됐다"며 계획은 실행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을 추진했는지는 자세히 밝히지 않았지만, 한국에서 진행한 재단 활동을 고려하면 축구를 통한 사회공헌 성격의 프로젝트였을 가능성이 크다.
히딩크는 남북 축구 교류의 특별한 장면도 회상했다.
2002 월드컵 이후 서울에서 남북 친선경기가 열렸다. 히딩크는 "정말 특별한 순간이었다. 경기 전날 밤에는 남북한 선수단이 함께 저녁 식사를 했다"고 떠올렸다.
이어 "북한 측에서는 선수들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감시하고 있었다. 그래서 경기는 외교적인 의미에서 0-0 무승부로 끝났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