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18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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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스포츠탐방기④] 오미야, 이 구단이 살아남는 법

기사입력 2012.02.21 07:59 / 기사수정 2012.02.22 21:41

서영원 기자


[엑스포츠뉴스=사이타마 서영원기자] 무엇이든지 기념하고 기록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라가 일본이다. 마니아들이 많아 세세한 부분까지 파고드는 것을 좋아하는 일본인들의 습성은 스포츠에서도 드러난다.

일본프로축구에만 40~50명의 한국 선수가 활약하고 있고 일본프로야구에도 이대호, 임창용, 김무영 등이 올 한해 한국을 대표해 열도 정벌에 나설 전망이다. 축구박물관, 야구박물관, 국립체육박물관, J리그 오미야 아르디자 탐방기를 통해 나날이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일본스포츠를 조명해 봤다. 

한국과 연계, 오미야 아르디자

J리그의 중하위권을 맴도는 팀이지만 한국과 연관되는 매개체가 많았다. 장외룡 감독부터 이천수, 박원재, 마토 등이 뛰었으며 현재도 김영권, 조영철 등이 활약하고 있다. 사이타마에 중소도시 오미야를 연고로 하는 오미야 아르디자는 우리에게 낯선 팀이 아니다.

이 구단에는 한국인 직원도 있다. 사이타마 대학 졸업 후 오미야에서 근무 중인 진희균씨는 2007년 인턴 입사 이후 줄곧 오미야와 함께 하고 있다. 지역 협력, 유소년팀 관리를 하다 지금은 홈경기 운영을 담당하는 그에게서 J리그 마케팅과 오미야, 한국 선수에 대한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지역 마케팅으로 신뢰 얻는 오미야

오미야의 모기업은 NTT로 한국의 KT와 같은 회사다. 자금력이 탄탄하지만 모기업 지원이 풍족한 편은 아니다. 게다가 연고지에는 무수한 관중이 들어차는 우라와 레드 다이아몬드(축구)와 사이타마 세이부 라이온스(야구) 등 인기구단이 있어 애로점이 많다. 그러나 오미야는 이런 악재 속에 살아남는 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며 실제 자생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진씨로부터 들은 오미야의 지역 마케팅은 독특했다. 구단 프런트들은 기본 역할은 물론이고 모두가 영업사원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오미야는 총 80개의 크고 작은 스폰서십이 있다. 지역 기반의 큰 기업부터 작은 선술집까지 다양하다. 구단 프런트들은 규모에 상관없이 발품을 팔며 스폰서를 유치한다. 지역상가 번영회 등과의 결연을 통해 오미야 홈구장인 NACK5 스타디움으로 걸어가는 길에는 365일 오미야의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고도 했다. 구단은 서포터와 함께하는 행사나 팀 주관 행사 등에 스폰서를 참여하게 하고 일종의 '프리마켓'을 제공한다. 



(사진설명: 오미야역 앞 먹자골목에 오미야 아르디자를 지지하는 상인회 간판이 걸려있다.)


진씨는 “우리팀은 서포터와 관계가 좋고 스폰서 유치도 잘 되는 편”이라며 구단과 서포터, 지역기업이 끈끈한 인연을 맺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구단은 서포터를 연령별, 지역별로 관리하며 열정적인 팬들을 초대해 수시로 의견을 나눈다고 한다. 진씨는 “예를 들어 서포터들이 이런 응원을 하는데 구단에서 도와주면 좋겠다는 의견을 주고 반대로 구단에선 이런 정책을 추진할 계획인데 서포터들의 생각은 어떠냐는 식으로 항상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신뢰 관계는 구단이 중심이 되어 스폰서 기업과 서포터의 경제적 파급 효과를 주도하게 된다.

일본은 지역마다 특색있는 축제가 개최되는데 오미야 구단 역시 지역 축제에 한 부분을 담당하기도 한다. 선수 사인회나 마스코트 사진 촬영 등을 서포터들과 함께 즐긴다고 한다. 또 구단, 서포터, 스폰서 등이 하나가 돼 지역 환경미화를 하는 ‘클린 오미야’를 지속적으로 열어 연고민들의 호감을 높이고 있다.

지난 해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경제침체가 찾아왔지만 오미야 스폰서는 기존 60여개에서 80여개로 늘었다. 연간회원 비율도 1만4천 수용구장에 5천여명 가량이 채워질 정도로 확대돼는 경쟁력을 갖췄다. 구단은 서포터 얘기에 귀를 기울이고 서포터는 구단 스폰서 기업을 이용해 지역 경제의 한 부분에 일조하고 있다.

유소년 클럽 운영을 통한 마케팅

오미야 산하의 유소년팀은 19세 팀까지 연령대별 팀을 확보하고 있다. J리그 규정상 유소년팀 보유의 의무도 있지만 이것이 곧 마케팅 강화의 계기가 되고 있다. 연고지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유소년 축구대회를 개최하고 유소년팀 선발 오디션을 통해 관심을 유도한다.

유소년팀은 취미반부터 육성반까지 다양하다. 진씨는 “유소년팀 선수가 500여명 선이다. 오미야에 관심이 없어도 축구를 몸소 체험하고 싶어하는 어린이들이 몰린다. 이들의 가족까지 자연스레 팀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서포터가 된다”라며 유소년팀 운영의 장점을 밝혔다. 

국가관보다 지역관이 강한 일본인들에게 유소년팀 마케팅은 꼭 축구 선수가 되지 않아도 추후 팀에 관심을 보일 수 있는 일종의 계기가 되고 있다. 진씨는 “우리팀 모기업인 NTT는 유소년클럽 출신자의 경우 입사지원시 가산점을 부여한다”라며 제도적 장치도 뒷받침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설명: 김영권 선수의 판매용 책받침대 디자인) 

오미야의 한국 선수들

진씨가 그동안 옆에서 지켜보고 도와준 한국 선수는 장외룡 전 감독을 비롯해 박원재, 이천수, 김영권 그리고 새로 입단하는 조영철이다. 진씨는 “모두 팀에 도움이 됐다. 개인적으로는 (박)원재와는 친하게 지냈다”며 오미야를 거쳐간 한국 선수들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그는 박원재의 소속팀 전북 현대가 가시와 레이솔과의 AFC챔피언스리그 경기를 위해 일본에 오면 그를 응원할 것이라고도 했다. 

나머지 선수들은 어땠을까. 그는 가장 먼저 장외룡 전 감독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인간적으로 좋은 사람이라는 평판이 있었고 지역적으로도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감독이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장 감독 당시에는 팀 내 주축 선수들의 부상이 많아 성적이 좋지 않았다. 진씨는 특히 이 점을 안타까워했다. 장 감독이 인천 유나이티드를 떠날 때 서포터들이 말린 것처럼 오미야 서포터들도 그가 떠나는 것을 반대했다고 했다.



(사진설명: 동일본 대지진 이후 한국 선수들의 복귀 뒤 첫 연습경기. '오미야에 돌아와 줘서 감사합니다'라는 문구가 보인다.)

김영권과 조영철은 오미야 서포터들이 뽑는 핵심 멤버다. 김영권은 오미야의 불안한 수비에서 중심을 잡아주고 있고 서포터들도 그에게 절대적 지지를 보내고 있다. 베갈타 센다이를 떠나 오미야로 온 조영철은 허리진을 활기차게 할 선수로 꼽힌다. 일본어를 잘하고 친화력도 있어 팀에 잘 녹아내리고 있다고 한다. 진씨는 “런던올림픽에서 김영권, 조영철이 차출된다면 팀에게는 큰 손실이다. 하지만 나라를 위한 일인데 기뻐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혀 이들의 팀내 존재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이천수에 대해서는 “오미야 뿐만이 아니라 일본 팬들이 너무도 좋아했던 스타였다”라고 말했다. 이천수는 오미야 유소년 클리닉을 통해 오미야 어린이들과 축구 교실을 많이 가졌고 사비를 털어 식사 대접까지 할 정도로 애정이 많았다고 했다. 진씨는 이천수에 대해 좋은 기억 뿐이라고 강조했다. 오미야는 소속 선수들 중 월드컵이나 해외진출을 경험한 선수가 전무한데 팀내 유망주부터 기둥이 되는 선수들까지 훈련시 이천수에게 조언을 구했다고 한다. 오미야 서포터들도 클럽 역사상 최고의 스타플레이어를 영입한 것에 대해 기뻐했고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서포터는 물론 프런트와 선수까지 이천수를 그리워하고 있다고 진씨는 전했다.

오미야의 생존법, K리그에서 주목해야

오미야는 타 종목에 밀려 중계, 마케팅 열세를 겪고 있는 K리그에 귀감이 될 만한 클럽이다. 특히 K리그 시도만 구단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다수의 K리그 팀들은 매년 J리그의 인기구단을 중심으로 견학을 한다. 하지만 J리그의 인기 구단의 사례는 K리그 현실과 맞지 않다는 게 진씨의 의견이다.

지역적인 기반은 있으나 지역민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는 구단들은 오미야 같은 J리그 중소 클럽의 자생법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중국리그 신생팀이나 지지부진한 인기의 J2리그, JFL팀들은 오미야와 같은 J리그 중소 클럽의 마케팅 기법을 전수받기도 했다.

[사진 = 오미야의 거리 사진들 ⓒ 엑스포츠뉴스DB]

서영원 기자 schneider190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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