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첫 번째 경기에서 패배한 뒤 사령탑을 전격 경질한 튀니지가 지난 2022년 카타르 대회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이끌고 리오넬 메시의 아르헨티나를 꺾는 이변을 일으켰던 에르베 르나르 감독을 선임했다.
르나르 감독은 다가오는 일본과의 조별리그 F조 2차전부터 튀니지 축구 국가대표팀을 이끌 예정이다. 이번 대회 우승까지 목표로 하며 기세 좋게 도전장을 내민 일본 축구대표팀이 네덜란드와의 1차전 혈투에 이어 2차전에선 돌발 변수를 맞게 됐다.
튀니지축구연맹(FTF)은 16일(한국시간) 공식 채널을 통해 르나르 감독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튀니지 축구 국가대표팀 공식 소셜미디어(SNS) 계정은 같은 날 "튀니지축구연맹이 2026년 월드컵이 끝날 때까지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에르베 르나르를 임명했다고 발표했으며, 르나르는 금일 저녁부터 감독 권한을 받고 임기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 계약은 월드컵이 끝난 뒤 협상이 시작되는 내용을 명시하고 있으며, 특정한 스포츠적인 목표를 기반으로 장기적인 협력을 위한 조건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르나르 감독은 튀니지 대표팀의 훈련장에서 부임 기자회견을 진행할 예정이다.
튀니지 대표팀의 사령탑 교체는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FTF는 15일 멕시코 몬테레이의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스웨덴과의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F조 1차전에서 1-5로 대패하자 곧바로 사브리 라무시 감독을 경질했다.
공식발표는 16일에 나왔지만, 이미 15일부터 복수의 언론들이 일제히 FTF가 라무시 감독을 쫓아냈다고 보도했다.
지난 1월 튀니지 레전드 사미 트라벨시 전 감독에 이어 튀니지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라무시 감독은 2028년까지 맺었던 계약 기간이 무색하게 사령탑으로 부임한 지 5개월 만에, 그것도 월드컵 도중 경질되는 굴욕을 당했다.
글로벌 스포츠 매체 'ESPN'에 따르면 남자 월드컵 역사상 한 경기 만에 감독이 해임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ESPN'은 또한 라무시 감독이 대표팀 감독직을 맡은 뒤 FTF, 그리고 대표팀 선수 일부와 갈등을 빚은 것에 대한 책임을 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웨덴전 대패가 결정타였던 셈이다.
튀니지가 속한 F조가 이번 대회 '죽음의 조'로 불리는 만큼, FTF가 남은 두 경기에서 32강 진출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빠른 결단을 내렸다는 분석이다.
F조에는 튀니지 외에도 스웨덴, 일본, 네덜란드가 속해 있다.
아시아에서 FIFA 랭킹이 가장 높은 일본은 웬만한 유럽 팀들과 견주어도 밀리지 않는 전력을 보유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유럽의 강호 네덜란드는 명실상부 F조 '최강 팀'이다.
2차전에서 일본에 패할 경우 32강 진출이 사실상 무산될 위기에 처한 튀니지는 르나르 감독에게 기적을 기대하고 있다.
르나르 감독은 지난 2022년 카타르 대회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이끌 당시 조별리그에서 대회 우승팀이었던 아르헨티나를 2-1로 꺾는 이변을 연출한 장본인이다. 아르헨티나는 사우디아라비아전 패배로 하마터면 조별리그에서 탈락할 뻔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아르헨티나를 제압하고도 폴란드와 멕시코에 연달아 패하며 16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르나르 감독은 카타르 월드컵을 통해 자신의 지도력을 입증했다.
르나르 감독은 카타르 월드컵 이후 프랑스 여자 대표팀은 1년 반 동안 지휘했으며, 2024년 10월 사우디아라비아 대표팀 감독직을 다시 맡았지만 지난 3월 경질됐다.
FTF가 대회 중 지휘봉을 맡길 만큼 르나르 감독은 단기 토너먼트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이는 지도자로 여겨진다.
르나르 감독은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높은 수비라인을 유지하고도 탄탄한 수비를 선보이며, 측면을 활용한 빠른 역습 전술을 선호한다.
미디어에 공개된 카타르 월드컵 아르헨티나전 하프타임 라커룸 토크를 통해 선수단 장악 능력도 갖추고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르나르 감독은 이를 바탕으로 잠비아와 코트디부아르 대표팀을 이끌고 아프리카축구연맹(CAF) 네이션스컵 우승을 두 차례 차지했으며, 모로코를 지휘하던 시절에는 현재는 폐지된 아프리칸 네이션스 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올랐다. 프랑스 여자대표팀 감독 재임 기간은 1년 반에 불과했지만 그 사이에 유럽축구연맹(UEFA) 여자 네이션스리그에서 준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튀니지가 라무시 감독의 후임으로 르나르 감독을 선택한 이유다.
'ESPN'에 따르면 르나르 감독은 현지시간으로 화요일에 멕시코에 도착해 같은 날 오후부터 튀니지 대표팀 훈련을 지도할 예정이다.
사진=튀니지 축구 국가대표팀 SNS / 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