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상대조차 고개를 숙였다.
'코리안 타이슨' 고석현(32·하바스MMA)의 압도적인 실력을 이제 동료 파이터들까지 인정하고 있다.
고석현은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UFC 에이펙스에서 열린 'UFC 파이트 나이트: 베가스 110' 웰터급 경기에서 미국의 베테랑 파이터 필 로(35)를 상대로 완벽한 승리를 거뒀다.
고석현은 이번 승리로 UFC 데뷔 2연승을 달성했다.
지난해 데이나 화이트의 컨텐더 시리즈(DWCS)에서 9전 전승의 이고르 카발칸티(브라질)를 1라운드에 쓰러뜨리며 UFC 계약을 따낸 그는, 데뷔전에서 오반 엘리엇(영국)을 상대로 언더독 반란을 일으켰다. 그리고 이번엔 베테랑 필 로를 상대로 한 치의 틈도 주지 않았다.
경기 내용은 말 그대로 압도였다. 고석현은 첫 라운드 시작 30초 만에 싱글렉 테이크다운을 성공시키며 상대를 그라운드로 끌어내렸다. 로가 하위포지션에서 자신의 주짓수를 내세워 반격을 시도했지만, 고석현은 강력한 상체 압박으로 포지션을 완벽히 지켜냈다.
2라운드에서도 고석현의 전략은 흔들림이 없었다. 로의 긴 리치를 무력화시키며 거리 싸움에서 밀리지 않았고, 왼손 스트레이트로 상대 턱을 강타해 흐름을 가져왔다. 이후 테이크다운을 연달아 성공시키며 9분이 넘는 시간 동안 상위 포지션을 장악했다.
3라운드에서도 체력적인 우위가 두드러졌다. 대부분의 파이터가 지칠 시점이었지만, 고석현은 오히려 초반과 같은 속도로 움직였다. 그는 카프킥으로 상대 밸런스를 무너뜨린 뒤, 또 한 번 완벽한 타이밍의 테이크다운을 성공시키며 마지막까지 주도권을 내주지 않았다.
결국 경기 후 심판 세 명은 모두 고석현의 손을 들어올렸다. 점수는 30-26, 30-27, 30-27로 만장일치 승리였다.
유효타 117대 10, 테이크다운 4회, 그라운드 컨트롤 타임 13분 10초. 수치로도 명백한 완승이었다.
경기 후 고석현은 "이겨서 너무 좋다. 팀에서 연습한 대로 다 돼서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의 말대로 이번 승리는 즉흥적인 대응이 아닌, 치밀한 준비의 결과였다.
고석현은 "로는 주짓수 하프가드를 선호하는 선수라 그 부분을 대비했다. 태클을 자주 시도해서 최대한 그라운드로 끌고 가는 전략이었다"고 밝혔다.
이후 향후 계획에 대해 묻는 질문에는 "큰 부상은 없다. 디음 시합은 UFC에서 잡아주는대로 상대할 예정이다"라며 "사실 지금이 제일 쉬운 경기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매 경기마다 나보다 랭킹이 높은 상대일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쉬는 건 상상 속에서나 하는 것이다. 바로 훈련한다. 매일 훈련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패배를 인정한 로는 경기 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정말 잘 싸웠다, 석현! 너의 오버훅은 정말 강력했다. 내 하프 가드와 일어서는 능력을 완전히 무력화시켰다"면서 "넌 네 흐름을 찾았고 승리했다. 축하한다. 젊은 친구에게 축복이 있기를. 싸우거나 사라지거나, 우리는 언제나 싸움을 이어간다"라는 글을 남겼다.
패자임에도 승자를 향한 존경과 축복이 담긴 메시지였다. 그만큼 이번 경기가 고석현의 완벽한 승리였고 로 역시 이를 인정했다.
이에 고석현은 "고맙다 필립. 정말 좋은 경기였고,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다. 당신과 옥타곤을 함께한 것은 영광이었다. 앞으로도 당신을 응원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고석현의 경기력은 해외 언론에서도 극찬을 받았다.
아르메니아의 글로벌 미디어 'Azat TV'는 "고석현의 레슬링 마스터클래스: 코리안 타이슨이 UFC 베가스 110을 지배한 방법"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매체는 "고석현의 압박과 탁월한 포지셔닝은 상대의 반격 의지를 완전히 꺾었다"며 "이번 승리는 계산된 전략, 그리고 상대를 리듬에 빠지지 못하게 하는 집중력의 결과"라고 평했다.
미국의 MMA 전문지 '케이지사이드 프레스' 역시 "필 로의 모든 시도를 무력화하고 경기의 흐름을 완전히 장악했다. 레슬링을 통한 압박과 타격의 조화가 인상적이었다"고 전했다.
UFC 해설위원이자 전 라이트헤비급·헤비급 챔피언 다니엘 코미어도 고석현의 그라운드 실력을 극찬했다.
그는 "고석현의 태클이 들어가면 로의 선택지는 따로 없었다. 완벽한 테이크다운 이후 상대를 컨트롤하고 데미지를 누적시켰다"라면서 "하위포지션에서 단 한번의 역전도 허용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또한 "라운드가 끝나도 숨조차 거칠지 않았다. 신인에게서는 볼 수 없는 모습이다. 고석현은 아직 UFC 2전밖에 치르지 않았지만, 이미 완성형 파이터처럼 보였다"라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사진=UFC 코리아/고석현 인스타그램/필립 로 인스타그램 캡처
윤준석 기자 redrup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