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사우디아라비아 프로리그의 알 나스르가 '유럽 챔피언' 이강인에게 러브콜을 보내기 시작했다.
파리 생제르맹(PSG)이 그를 방출 명단에 올려놓으면서 이번 여름 PSG를 떠날 가능성이 높아진 이강인은 현재 이탈리아 세리에A 우승팀 나폴리와 강하게 연결되고 있지만, 아직 이적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알 나스르가 자금력을 앞세워 이강인 영입전에 뛰어든 것이다.
만약 이강인이 알 나스르의 제안을 수락한다면 매 시즌 사우디아라비아 프로리그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주관 챔피언스리그 대회에서 우승에 도전하는 알 나스르와 함께 '아시아 챔피언' 자리를 노릴 수도 있다.
프랑스 매체 '스포즈존'은 지난 9일(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 프로리그의 알 나스르가 이강인의 영입에 대해 문의하기 위해 PSG에 연락했다고 전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PSG는 이강인을 이적시장 매물로 내놓은 상태다. 구단은 이강인의 이적료로 3500만 유로(약 547억원) 정도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적료 자체만 두면 그다지 높은 금액이 아니지만, 이강인의 연봉과 프랑스의 세금 제도 등을 고려하면 이적료와 함께 선수의 연봉까지 감당해야 하는 구단 입장에서는 적지 않은 부담이 생긴다. 이강인이 나폴리와 연결되면서도 영입 작업에 진척되고 있다는 소식이 좀처럼 젼해지지 않고 있는 이유다.
이강인의 나폴리 이적설이 잠시 멈춤 상태가 되자, 2년 전 세계적인 슈퍼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시작으로 유럽에서 뛰는 스타 플레이어들을 모으는 데 집중하고 있는 알 나스르가 이강인에게 접근한 것이다.
다만 알 나스르가 이강인을 설득하려면 거절하기 힘들 정도의 막대한 금전적 제안을 건네거나, 혹은 구단의 비전이나 프로젝트를 잘 설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이강인의 마음이 사우디아라비아와 거리가 먼 상태이기 때문이다.
'스포츠존'은 "알 나스르는 이강인을 영입하길 원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이강인은 당장 PSG를 떠날 의지가 없다"며 현재로서는 알 나스르가 이강인을 설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강인은 지난달부터 이적설의 중심에 있다.
프랑스 유력 매체 '레퀴프' 등 복수의 프랑스 언론에 따르면 PSG는 프랑스 리그1(리그앙) 우승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거둔 성공에 대한 보상으로 이강인을 비롯한 몇몇 선수들에게 더 좋은 조건을 제안해 재계약을 맺을 계획이었으나, 시즌 막바지 계획을 수정해 로테이션 자원으로 전락한 일부 선수들을 방출하기로 결정했다.
시즌 후반기부터 벤치로 밀려난 이강인도 매각 대상으로 지목됐고, PSG는 이강인에게 3500만 유로라는 가격표를 붙여 이적시장에 내놓았다. 이강인이 이적시장에 나오자 나폴리 외에도 프리미어리그 구단들과 일부 스페인 라리가 구단들이 이강인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달 27일 스페인 유력지 '렐레보'도 "계약을 연장하기 위해 진행되던 이강인과 PSG의 협상에 제동이 걸렸다"며 "나폴리를 비롯해 프리미어리그와 라리가,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 프로리그 구단들이 이강인에게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때 루이스 엔리케 감독의 신임을 받던 이강인이 방출 대상이 된 이유는 그가 주전 경쟁에서 밀렸기 때문이다.
주 포지션인 미드필더와 측면 공격수는 물론 최전방 공격수 포지션에서 펄스 나인(가짜 9번) 역할을 수행할 수 있고, 수비형 미드필더로도 활약할 수 있는 이강인은 그의 장점인 다재다능함 덕에 엔리케 감독 아래에서 중용됐다.
그러나 이번 시즌 후반기부터는 이러한 장점에 발목을 잡혔다.
겨울 이적시장에서 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가 영입되고, 데지레 두에와 브래들리 바르콜라, 세니 마율루 등 이강인과 같은 포지션에서 경쟁하던 선수들의 기량이 눈에 띄게 좋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이강인의 출전 시간이 줄어든 것이다. 이강인은 다른 포지션에서라도 뛰기 위해 분투했으나, 그의 장점이었던 다재다능함은 애매한 특징이 되어 있었다.
실제 이강인은 연장전까지 소화한 리버풀과의 16강전을 제외하고 결승전까지 UEFA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으며, 쿠프 드 프랑스 결승전에서도 결국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엔리케 감독은 주요 경기에서 이강인을 철저히 외면했다. 이강인이 방출 명단에 오른 배경이다.
이강인이 지난해부터 뉴캐슬 유나이티드, 애스턴 빌라, 크리스털 팰리스 등 다수의 프리미어리그 구단들의 영입 대상으로 지목됐기 때문에 그의 프리미어리그 이적설은 전혀 어색하지 않다. 당장 이강인은 지난 겨울에도 아스널의 관심을 받았으나, 엔리케 감독이 당시만 하더라도 이강인을 팀 내 주요 선수로 분류한 탓에 구체적인 협상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또한 이강인은 PSG로 이적하기 전 스페인의 명문 구단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이적설로 얽혔고, PSG가 영입전에 참전하지 않았다면 이강인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았을 정도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관심이 진지했기 때문에 그가 다시 스페인 구단들과 연결되는 것도 이상하지 않은 일이다.
반면 알 나스르는 그야말로 '깜짝 후보'다.
이전에도 이강인의 사우디아라비아 이적설은 있었지만, 구단의 이름이 구체적으로 거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알 나스르의 이름이 언급된 이유는 최근 알 나스르가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을 영입하기 위해 유럽축구 이적시장에 다시 한번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알 나스르는 이미 사디오 마네, 오타비우, 아이메릭 라포르트, 존 듀란 등 유럽 빅리그에서 활약했던 선수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으나,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 다시 한번 지갑을 열 공산이 크다.
지난 시즌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한 알 나스르는 이번 여름 콜롬비아 국가대표 출신 공격수 루이스 디아스(리버풀)와 PSG에서 이강인과 한솥밥을 먹고 있는 파비안 루이스 등을 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자유계약(FA)으로 떠날 것처럼 보였던 호날두도 재계약으로 팀에 묶어두면서 전력 누수를 최소화할 생각이다. 알 나스르의 프로젝트에 이강인도 포함된 것이다.
다만 이강인이 알 나스르의 제안을 받아들일지는 의문이다.
'레퀴프'는 이강인이 중요한 경기에서 활약하고 싶은 마음에 PSG를 떠나고 싶어한다고 설명했지만, 사우디아라비아 프로리그는 냉정히 유럽 리그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곳이다. 유럽 상위 리그에서 경쟁력을 발휘하고, UEFA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하는 팀으로 이적할 수 있는 상황에서 굳이 이강인이 사우디아라비아로 향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사진=스포츠존 / 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