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이탈리아 세리에A 챔피언 나폴리가 파리 생제르맹(PSG) 공격수 이강인을 품기 위한 세 번째 도전에 나섰다. 이미 이강인의 에이전트와 접촉을 마친 나폴리는 이제 PSG와의 이적료 협상만을 남겨두고 있다는 현지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유럽 정상에 오른 PSG가 '유럽 챔피언'이라는 프리미엄을 앞세워 높은 몸값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프랑스 현지에서는 PSG가 아직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았으며 협상 테이블조차 열지 않았다는 신중론도 제기돼 이강인의 거취가 다시 한번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나폴리 지역지 '아레아나폴리'는 4일(한국시간) 이탈리아 유명 일간지 코리에레 델로 스포르트의 보도를 인용해 "PSG는 이강인을 영입하려는 나폴리의 제안을 두 번이나 거절했다. 하지만 이제 '예스'라고 말할 수도 있다"며 나폴리가 이미 두 번이나 이강인을 영입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조명했다.
매체는 "나폴리는 오랜 기간 PSG의 이강인을 주시해왔다. 지난 월요일 PSG는 나폴리가 이강인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을 직접 확인했다. 안토니오 콘테 나폴리 감독은 이강인을 환영할 것"이라며 나폴리가 이강인을 영입 1순위 타깃으로 설정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이탈리아 매체 '칼치오나폴리24' 역시 "나폴리가 이강인 영입을 위해 에이전트와 접촉했으며, 이제 PSG와 합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강인을 향한 나폴리의 구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코리에레 델로 스포르트에 따르면 나폴리는 지난해 여름 빅터 오시멘, 그리고 지난 겨울 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를 PSG로 보내는 협상 과정에서 두 차례나 이강인을 협상 조건에 포함시키려 시도했다. 하지만 PSG의 반대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만 해도 이강인은 루이스 엔리케 감독의 핵심 로테이션 자원으로 중용되고 있었고, PSG로서도 다재다능한 이강인을 내줄 이유가 없었다. 심지어 아스널 등 다수 프리미어리그 구단의 관심도 차단했던 PSG였다.
하지만 불과 몇 달 사이 상황은 급변했다. 이강인은 시즌 후반기 주전 경쟁에서 밀려나며 PSG 내 입지가 크게 줄었다. 겨울 이적시장을 통해 합류한 크바라츠헬리아가 빠르게 주전 자리를 꿰찼고, 데지레 두에, 세니 마율루 등 기존 자원들의 성장세에 밀려 교체 순번도 뒤로 밀렸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 등 주요 경기에서 벤치를 지키는 시간이 길어졌다.
시즌 45경기에 출전해 6골 6도움이라는 준수한 스탯에도 불구하고 엔리케 감독의 완전한 신뢰를 얻지 못했다는 평가다. PSG가 일부 로테이션 자원들과의 재계약 대신 매각을 고려하고 있다는 프랑스 현지 보도와 맞물려 이강인의 이적 가능성이 급부상했다.
이러한 상황 변화는 과거 두 차례나 퇴짜를 맞았던 나폴리에게 절호의 기회로 작용했다. 그야말로 '삼고초려' 끝에 이강인을 품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코리에레 델로 스포르트 역시 "나폴리는 이강인을 협상에 포함시키려 했지만 PSG는 두 번이나 거절했다. 하지만 이제는 이야기가 바뀌어야 한다. 이강인은 더 많은 경기에 출전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라며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그러나 프랑스 현지의 시각은 좀 더 신중하다.
프랑스 유력지 레퀴프 소속 로익 탄지 기자는 지난 3일 "새로운 이탈리아 챔피언 나폴리가 이강인 영입에 강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확인하면서도 "현재 PSG는 아직 이강인에 대한 결정을 내리지 않은 상태"라고 전했다.
레퀴프는 4일자 보도에서도 "이강인은 올여름 PSG에서의 거취 문제로 불가피하게 계속 거론될 것이다. 나폴리는 이강인 영입을 추진하고 있으나 PSG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PSG는 아직 나폴리와의 협상 가능성을 열어두지 않았다"고 강조하며, PSG가 협상의 문을 열지 않을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결국 모든 것은 PSG의 결정과 이강인의 몸값에 달려있다. PSG는 최근 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구단 위상이 격상됨에 따라 이강인의 이적료로 최소 4000만 유로(약 620억원) 이상을 요구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풋메르카토는 "PSG는 유럽 챔피언이라는 새로운 지위를 이용해 협상에서 힘을 과시하려 할 것이며, 헐값에 선수를 내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프랑스 풋01은 "시즌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거의 출전하지 못했던 이강인은 마침내 인내심을 잃었다. 이강인은 이번 여름 PSG를 떠나고 싶어하며, 나폴리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 PSG도 이적을 막지는 않을 것이나 이적료 때문에 이적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엔리케 감독 계획에 이강인이 포함됐던 건 덜 중요한 경기였거나 주전 선수들에게 휴식을 주려고 했을 때였다. 이강인은 결국 인내심을 잃었다"면서 "PSG를 떠나 다른 팀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싶어한다. 나폴리는 지난 두 번의 이적시장에서 크바라츠헬리아를 영입하려고 할 때 이강인을 포함시키려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시 이강인은 팀 계획에 포함돼 있었기 때문에 나폴리 이적이 허용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이강인의 이탈 가능성을 열어두며 상황이 바뀌었다. 나폴리는 PSG가 너무 과한 이적료를 요구하고 있다는 문제를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나폴리가 이 챔피언 프리미엄이 붙은 이적료를 감당할 수 있다면, 이강인의 이적은 급물살을 탈 수 있다. 특히 나폴리가 과거 김민재를 영입해 세리에A 우승을 일궜고, 콘테 감독이 토트넘 시절 손흥민을 지도하며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으로 이끌었을 정도로 구단과 감독 모두와 궁합이 좋다.
나폴리의 오랜 구애가 결실을 볼 수 있을지, 이강인의 다음 행선지를 둘러싼 협상이 여름 이적시장을 뜨겁게 달굴 전망이다.
사진=연합뉴스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