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토트넘 홋스퍼의 다니엘 레비 회장이 고민에 빠졌다.
17년 만에 우승을 안긴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경질 여부를 두고 생긴 고민이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이번 시즌 졸전을 면치 못하면서 프리미어리그에서 21패를 기록하는 등 리그를 기준으로 하면 최악의 시즌을 보냈지만, 시즌 막바지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토트넘을 기나긴 무관의 터널에서 탈출시켰다.
리그 성적만 두고 본다면 포스테코글루 감독을 경질시키는 게 맞지만, 유로파리그 우승은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업적이다. 당초 토트넘 경영진은 유로파리그 성적과 관계없이 포스테코글루 감독과 결별을 생각하고 있었으나, 막상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유로파리그 트로피를 가져오니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는 듯하다.
영국 유력지 '텔레그래프'는 "다니엘 레비가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에 대한 판단을 두고 큰 압박을 받고 있다. 토트넘 홋스퍼의 유로파리그 우승은 다니엘 레비 회장에게 압박을 가중시켰고, 그는 24년의 재임 기간에서 가장 중대한 결정 중 하나를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텔레그래프'는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토트넘에 17년 만에 우승을 안겼고, 41년 만에 유럽대항전 우승 트로피를 가져왔으나 여전히 그의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점을 짚으면서도 "소식통들은 여전히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시즌이 끝난 뒤 토트넘을 떠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유로파리그 우승과 챔피언스리그 진출이 레비 회장에게 큰 압박을 가했다고 주장한다"며 레비 회장이 여전히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거취를 두고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토트넘은 이번 시즌이 끝난 뒤 포스테코글루 감독을 내보내고 다른 사령탑을 데려올 계획이었다. 현지에서는 이미 본머스의 안도니 이라올라 감독, 풀럼의 마르코 실바 감독, 브렌트퍼드의 토마스 프랭크 감독 등이 물망에 올랐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포스테코글루 감독도 자신은 토트넘에 미련이 없다는 듯 이야기해 양측이 결별과 관련해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유로파리그 우승 이후 여론이 달라졌다. 일부 팬들은 프리미어리그에서의 성적을 잊고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잔류를 원하고 있고, 만약 토트넘이 유로파리그 우승에도 불구하고 포스테코글루 감독을 내보낸다면 반대 여론에 직면할 거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텔레그래프'는 레비 회장이 지난 2019년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패배하고 6개월 만에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을 경질해 토트넘 팬들의 반발을 샀다는 점을 짚으며 "레비 회장은 이번 시즌 토트넘 팬들의 항의에 직면했으며, 포스테코글루 감독을 해고한다면 그들은 더 큰 불쾌감을 조성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일단 포스테코글루 감독과 구단은 사령탑의 거취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지 않은 상태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을 유로파리그 결승전이 끝난 뒤 "(수뇌부와) 예정된 만남도, 아무런 논의도 없었다. 아무도 나에게 어떠한 것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며 "이런 길을 갈 수 없다면 실망스럽겠지만, 이건 비난의 의도가 아니다. 구단이 한 사람의 비전을 받아들이는 것이 왜 어려운지 이해한다"고 말했다.
또 "무슨 일이 일어나든, 내가 하는 일에 대한 내 믿음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며 "나는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면서 내가 하는 일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