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이강인이 지난겨울 자신에게 관심을 표명했던 프리미어리그의 강호 아스널을 만난다.
아스널은 이번 시즌 겨울 이적시장이 한창 진행되던 때 이강인에게 관심을 드러냈지만, 이강인을 중요한 선수로 생각하고 있던 파리 생제르맹(PSG)은 이강인을 향한 타 구단들의 관심을 차단했다. 이강인은 이적설이 터지고 약 3개월 만에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무대에서 아스널을 만나게 됐다.
스페인 축구 국가대표팀 사령탑 출신 루이스 엔리케 감독이 이끄는 PSG는 오는 30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에 위치한 에미레이트 스타디움에서 아스널과 2024-25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1차전 원정 경기를 치른다.
PSG는 16강에서 프리미어리그 우승팀 리버풀을, 8강에서는 또 다른 프리미어리그 구단인 애스턴 빌라를 꺾고 8강에 진출했다. 이미 리그 우승을 차지했고, 쿠프 드 프랑스(프랑스 FA컵) 결승에 오른 PSG는 숙원인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까지 거머쥐고 이번 시즌 트레블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PSG의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전 상대인 아스널은 8강에서 우승 후보인 레알 마드리드를 합계 5-1로 꺾고 올라왔지만, 부상자가 많은 탓에 분위기가 마냥 좋은 상태는 아니다.
아스널은 현재 가브리엘 마갈량이스(햄스트링), 가브리엘 제수스(무릎), 카이 하베르츠(햄스트링) 등이 부상으로 빠져 있고, 히카르도 칼라피오리(무릎), 조르지뉴(가슴), 벤 화이트(무릎)도 출전 가능성이 낮다. 토마스 파티는 경고 누적으로 결장이 확정됐다.
반면 PSG는 부상자가 한 명도 없다. 또한 리그에서 조기 우승을 확정 지은 뒤 주전 선수들의 체력을 적절하게 안배하면서도 경기 감각이 떨어지지 않도록 관리한 덕에 선수들이 좋은 컨디션으로 아스널전에 나설 수 있다.
PSG는 앞서 28일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아스널 원정에 동행할 22명의 선수들을 공개했다. 이번 시즌 PSG에서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을 비롯해 최근 프랑스 리그1(리그앙) 경기에서 기량 점검을 마친 선수들이 모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PSG 선수단은 28일 영국 런던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강인은 잔루이지 돈나룸마, 아슈라프 하키미, 프레스넬 킴펨베, 마르퀴뇨스, 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 파비안 루이스, 곤살루 하무스, 우스만 뎀벨레, 데지레 두에, 비티냐, 루카스 에르난데스, 세니 마율루, 누누 멘데스, 브래들리 바르콜라, 워렌 자이르-에머리와, 루카스 베랄두, 마트베이 사포노프, 이브라힘 음바예, 윌리안 파초, 아르나우 테나스, 그리고 주앙 네베스와 함께 이 명단에 포함됐다.
다만 이강인이 아스널전에 출전할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다.
경기를 앞두고 UEFA는 두 팀의 준결승 1차전 선발 명단을 예상했는데, 이강인은 UEFA가 공개한 예상 명단에서 제외됐다.
UEFA는 PSG가 돈나룸마(골키퍼), 하키미, 마르퀴뇨스, 파초, 멘데스(이상 수비수), 주앙 네베스, 비티냐, 파비안 루이스(이상 미드필더), 두에, 뎀벨레, 그리고 크바라츠헬리아(이상 공격수)로 선발 명단을 구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UEFA의 예상 명단에 든 선수들은 모두 최근 엔리케 감독이 주전으로 기용하는 자원들이다. 엔리케 감독은 이번 시즌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뎀벨레와 영입생 크바라츠헬리아, 그리고 후반기 들어 기량이 눈에 띄게 올라온 두에를 선호한다. 미드필드도 네베스, 비티냐, 루이스 3인 체제로 굳어진 모양새다.
이강인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는 이유다. 이강인은 아스널과의 1차전을 벤치에서 시작할 공산이 크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강인이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전방과 미드필드를 가리지 않고 교체 출전 기회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최근 리그에서 연속으로 선발 출전했고, FC 낭트전에서 자신의 시즌 6호 도움을 올리기는 했으나 엔리케 감독의 선발 명단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강인은 지난 시즌 PSG가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에 올라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독일)를 만났을 당시에도 벤치 명단에 포함됐다가 2차전 후반전에 투입됐다. 후반 30분이 넘어서야 그라운드를 밟은 탓에 많은 시간을 소화하지는 못했지만, 그간 챔피언스리그에서 뛴 경험이 없었던 이강인이 PSG 입성 첫 시즌에 대회 준결승 무대를 밟았다는 점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다.
만약 이강인이 이번 아스널과의 2연전 중 출전 기회를 받는다면 과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에서 활약했던 한국 축구의 레전드 박지성에 이어 2시즌 연속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전에 출전하는 두 번째 한국 출신 선수가 된다. 박지성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전설적인 감독 알렉스 퍼거슨 경 아래에서 황금기를 보냈던 2005년부터 2007년까지 2시즌 연속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전에 나선 바 있다.
다만 PSG가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노리고 있고, 엔리케 감독도 챔피언스리그에서 확실한 승리를 따내기 위해 주전 선수들을 위주로 팀을 구성하고 있어 이강인에게 출전 기회가 돌아갈 것이라 장담하기는 힘들다.
이강인은 리버풀과의 16강 2차전에서 경기가 연장전으로 접어들다 연장 전반 11분경 교체로 투입돼 짧은 시간을 소화했고, PSG가 빌라를 격파했던 8강전에서는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도 경기장을 밟지 못했다. 아스널전에서도 같은 상황이 반복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사진=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