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120분 동안 펼쳐진 치열한 혈투 끝에 바르셀로나가 영원한 라이벌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극적인 승리를 거두며 스페인 국왕컵(코파 델 레이)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스페인 넘어 세계 축구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이번 '엘 클라시코' 결승전은, 경기 내내 숨 쉴 틈 없이 이어진 공방전과 연장전 마지막 순간에 터진 극적인 골로 오래도록 회자될 명승부가 됐다.
바르셀로나는 27일(한국시간) 스페인 세비야 에스타디오 올림피코 데 세비야에서 열린 2024-2025시즌 코파 델 레이 결승전 연장 접전 끝에 레알을 3-2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로써 바르셀로나는 2020-2021시즌 이후 4년 만에 다시 코파 델 레이를 제패하며 통산 32번째 우승 기록을 세웠다. 특히 이번 우승은 한스 디터 플리크 감독 부임 이후 거둔 첫 번째 메이저 트로피여서 더욱 의미가 깊었다.
바르셀로나는 4-2-3-1 포메이션으로 경기에 나섰다.
보이치에흐 슈체스니가 골문을 지켰고, 쥘 쿤데, 파우 쿠바르시, 이니고 마르티네스, 헤라르드 마르틴이 백4를 형성했다. 3선에는 페드리와 프렌키 더 용이 지탱했으며, 2선에는 라민 야말, 다니 올모, 하피냐가 출전했다. 최전방 스트라이커로는 페란 토레스가 출격했다.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이 이끄는 레알은 4-1-2-1-2 다이아몬드 형태로 맞섰다.
골문은 티보 쿠르투아가 지켰고, 수비진은 루카스 바스케스, 라울 아센시오, 안토니오 뤼디거, 페를랑 멘디로 구성됐다. 미드필드진에는 오렐리앙 추아메니, 페데리코 발베르데, 다니 세바요스가 위치했으며, 주드 벨링엄이 바로 밑에서 최전방 투톱 호드리구와 비니시우스 주니오르를 보좌했다.
경기 초반부터 바르셀로나가 주도권을 잡았다. 경기 내내 바르셀로나는 레알을 상대로 뛰어난 빌드업을 바탕으로 경기를 지배했다. 전반 10분만에 레알의 풀백 멘디가 쿤데와 충돌 후 부상으로 교체되며 흐름은 더욱 바르셀로나 쪽으로 기울었다.
결국 전반 28분 바르셀로나의 선제골이 터졌다. 페드리의 완벽한 롱패스를 받은 야말이 오른쪽 측면에서 공을 잡았고, 주춤대는 드리블로 시간을 벌었다. 이후 야말은 수비 진영에서부터 달려오던 페드리에게 절묘한 컷백 패스를 날렸고, 페드리는 페널티 박스 밖에서 환상적인 오른발 중거리슛으로 득점에 성공했다.
이후에도 바르셀로나는 쿤데의 헤더 슈팅, 다니 올모의 중거리 슛 등 계속해서 레알 골문을 위협했지만 추가 득점에는 실패했다.
레알은 전반 막판 벨링엄이 한 차례 골망을 흔들었지만 오프사이드로 골이 취소되면서 아쉬움을 삼켰다. 전반전은 바르셀로나가 1-0으로 앞선 채 종료됐다.
레알은 후반 시작과 함께 분위기 반전을 꾀했다. 발목 부상 우려로 이번 경기 벤치에서 시작한 킬리안 음바페가 호드리구 대신 출전하며 곧바로 영향력을 발휘했다.
결국 음바페는 직접 동점골에 집어넣었다. 후반 25분 음바페는 직접 얻어낸 프리킥을 오른발 강력한 슛으로 직접 골로 연결했다. 볼이 골포스트를 맞고 들어가는 완벽한 궤적이었다.
이어 후반 32분에는 아르다 귈러의 코너킥을 추아메니가 헤더로 마무리하며 레알이 2-1 역전에 성공했다. 경기 내용과 다르게 레알은 2-1로 결과에 앞서 반전을 만들어내려 했다.
하지만 바르셀로나는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후반 39분 야말이 길게 올린 롱패스를 토레스가 받아 골키퍼 쿠르투아를 제치고 동점골을 터뜨렸다.
경기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고, 90분 내 승부를 가리지 못한 두 팀은 연장전에 돌입했다.
지친 기색이 역력한 연장전에서도 양 팀은 끝까지 투혼을 발휘했다. 바르셀로나는 페드리와 토레스를 차례로 빼고 에릭 가르시아와 파우 빅토르를 투입해 체력을 보충했다. 레알 역시 부상으로 아웃된 뤼디거를 대신해 엔드릭을 투입했다.
결국 승부의 추가 바르셀로나 쪽으로 기울었다.
연장 후반 11분 쿤데가 상대 진영에서 모드리치의 전진패스를 가로챈 후 약 20미터 거리에서 강력한 오른발 중거리 슛을 시도했고, 이 슛은 골문 왼쪽 하단을 정확히 꿰뚫으며 골망을 흔들었다. 쿤데의 시즌 4호골이자 결승골이었다.
경기 막판, 레알 벤치에서는 감정이 격해지며 논란의 장면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시간이 촉박해진 상황에서 음바페에게 반칙 선언을 한 심판에게 뤼디거는 강력하게 항의하며 페트병을 던지는 추태를 보였다.
뤼디거는 곧바로 퇴장명령을 받았고, 그 직후 종료 휘슬이 울리면서 바르셀로나의 승리가 확정되었다.
이번 승리로 바르셀로나는 올 시즌 더블(리그+국내 컵) 가능성을 크게 높였다.
현재 라리가에서도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오는 5월 11일 예정된 또 다른 엘 클라시코가 리그 우승 향방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 UEFA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에서 인터 밀란을 상대할 예정이라 트레블(리그+국내 컵+챔스 3관왕)까지도 노려볼 수 있는 상황이다.
반면, 레알은 이번 패배로 인해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특히, 시즌 종료 후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의 거취 문제와 함께 세대교체가 급속히 논의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사진=연합뉴스
윤준석 기자 redrup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