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포츠뉴스 가고시마, 김환 기자) FC서울은 2025시즌 K리그1 유력한 우승 후보로 언급되고 있는 팀이다.
하지만 기성용은 조심스러웠다.
FC서울이 숙소로 쓰고 있는 가고시마 소재 호텔에서 만난 4일 기성용은 서울의 구성원들이 스스로를 우승 후보라고 부르는 게 아니라 외부에서 서울이 우승 후보라는 걸 인정할 때 비로소 진정한 우승 후보가 될 수 있다며 시즌이 시작된 후 흐름을 봐야 한다고 짚었다.
기성용은 "우승이라는 게 사실 리그가 시작한 이후 분위기가 중요하다. 운도 따라줘야 한다. 여러 가지가 맞아떨어져야 우승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우리들의 입에서 우리가 우승 후보라고 이야기하는 것보다 시즌이 시작돼서 FC서울이 정말 올해에는 (우승을) 할 수 있겠다는 인상을 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기성용은 "올해가 중요한 해가 될 것 같다"면서 "작년에는 지난 몇 년 동안의 힘든 시간을 극복했다. 올해에는 FC서울이라는 팀이 강팀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올해가 정말 중요한 한 해가 될 거로 생각한다. 우리가 올해 좋은 성적을 거둔다고 하면 주변에서도 FC서울에 대한 인식이 강팀으로 변할 거라고 본다"며 우승 여부를 떠나 2025시즌이 서울에 중요한 해가 될 거라고 했다.
다음은 기성용과의 일문일답.

-살이 빠진 것 같은데.
베트남부터 훈련량이 너무 많아서 그런 것 같다. 2kg 정도 빠졌다.
-우승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팀 분위기 및 기대감은.
분위기는 상당히 좋은 편이다. 새로운 선수들이 많이 들어왔다. (김)진수나 (문)선민이의 경우 우승 경험이 있고, 선수로서나 베테랑으로서의 경험이 있다. (정)승원이는 최근 활약이 좋아서 팬들을 기대하게 한다. 팀이 작년보다 안정적인 모습이다. 팬들의 기대치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 다만 개인적으로 그런 기대치에 너무 부담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우승이라는 게 사실 리그가 시작한 이후 분위기가 중요하다. 운도 따라줘야 한다. 여러 가지가 맞아떨어져야 우승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우리들의 입에서 우리가 우승 후보라고 이야기하는 것보다 시즌이 시작돼서 FC서울이 정말 올해에는 (우승을) 할 수 있겠다는 인상을 주는 게 중요하다.
선수로서 우승을 꿈꾸지 않는 선수는 없다. 하지만 그걸 우리 입으로 말하는 것보다 리그가 시작해서 주변 사람들, 팬들의 인정을 받을 때 비로소 우승 후보가 된다고 생각한다. 다음 주면 리그가 시작하는데 초반 흐름이 굉장히 중요할 것이다. 그 흐름을 따라서 우리의 실력이 본격적으로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1차 훈련부터 참여한 게 오랜만이다.
올 겨울 휴가 때 개인 운동량을 늘렸고, 그게 동계훈련까지 이어졌다. 훈련 자체가 힘들다는 생각은 없었는데, 나이를 먹으니까 회복 속도가 어린 선수들보다 더뎠던 건 사실이다. 내가 20대 중반이었다면 힘들지만 할 만한 운동이었는데, 나이가 먹으니 버거웠다.
장단점이 있지만 아무래도 혼자 훈련을 하면 내가 부족한 걸 할 시간이 주어진다. 같이 훈련을 하면 다양성이 생기고, 인원이 많아서 다양한 걸 할 수 있어서 좋다. 팀과 함께 하다보니 전술적인 훈련도 할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올해에는 작년과 비교했을 때 몸이 만들어지는 페이스가 빠르다고 생각한다. 작년에는 1차 훈련을 같이 못 해서 2차에 같이 해야 했다. 지금은 1차부터 몸이 만들어진 상태로 2차 훈련에 돌입해서 체력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단지 회복 속도가 점점 느려지는 건 확실하다.

-프로 19년차로서 그동안의 프리시즌을 돌아보면.
해외에서 있을 때에는 프리시즌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여름에 대표팀 경기가 항상 있었고, 약간 쉬고 팀으로 복귀하면 팀원들은 이미 프리시즌을 시작한 상태였다. 해외에서 뛸 때는 3주 정도 프리시즌을 준비하고 시즌에 돌입했다.
한국은 프리시즌이 긴 편이다. 동계훈련 기간이 길어서 호텔 생활을 비롯한 여러 부분들이 힘들다. 나이를 먹어서 그런 건지. 해외에서는 캠프가 길어도 10일이었다. 보통 짧게 다녀오니 지루한 것도 덜하다. 한국에서 3~4주 다녀오면 정신적으로 힘들다.
-정승원이 지금 나이에도 잘 뛰는 이유가 타고났기 때문이라고 했는데 본인의 생각은.
내가 훈련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모르는 것 같다. 훈련량이 많았고, 평소에도 오랫동안 쉰 적이 없다. 계속해서 몸을 만들고 있다. 타고났다기보다 그쪽으로 시간을 많이 투자하고 있는 것 같다.
나이를 먹고 베테랑이 되면 외부에서 선입견이 생긴다. 조금만 부진하면 반응이 차갑다. 더 준비되지 않는다면 이런 것들을 잘 대처할 수 없다. 그래서 몸을 잘 만들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남들 쉴 때 운동을 하고, 특히 겨울에는 시즌을 치르면서 하지 못했던 운동들을 한다.
괜히 나이를 먹어서 못 뛰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그렇다. 그래서 더 준비를 하게 된다. 그런 것들이 경기장에서 나오는 것 같다. 1차 훈련에서도 열심히 해서 체력적으로도 많이 올라왔다. 젊은 선수들에게 뒤쳐지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지난해 부상으로 자리를 비웠을 때 무슨 생각을 했나.
전반기에 경기를 많이 뛰어서 무리가 온 것 같다. 치료를 성급하게 한 부분도 있다. 그래서 결장 기간이 길어졌다. 처음에는 뛰지 못해서 답답함이 있었던 건 사실이다.
그런데 그 시간이 어떻게 보면 나에게 재정비할 시간이 됐다. 서울에 와서 3개 시즌 정도 계속 뛰어서 힘든 시간들도 있었다. 경기장 밖에서 생활하면서 마음은 오히려 편했다. 스트레스도 덜 했다. 성적에 대한 부담도 줄었다. 그러니 안 보였던 게 보이기 시작했다. 여유가 생겼던 것 같다.
계속 운동과 경기만 했던 생활에서 벗어났고, 팀 성적도 좋아서 오히려 그런 것들이 내 부담을 덜었다. 성적이 좋지 않았다면 조급했을 거고, 구단에서 독촉도 했을 거다. 뛰지 못해서 답답하기는 했지만 정신적으로는 편해서 오히려 좋았다.
-지난해 파이널A 진출 이후 팀 분위기가 달라졌나.
성적이 잘 나오면 팀 분위기가 좋아질 수밖에 없다. 선수들도 그런 상황에서 경기를 하니까 자신들이 갖고 있는 걸 잘 보여줬다. 선수들이 고생을 많이 했다. 작년 여름에 날씨가 특히 더웠는데 선수들이 경기장과 훈련장에서 열심히 노력해서 그런 성과가 나온 것이다. 분위기는 이기면 좋고, 지면 나빠지는 게 종목을 불문하고 당연하다. 분위기는 상당히 좋았다. 우리의 능력으로 ACL 출전권은 못 땄지만 소기의 목표는 달성했다. 그러니 여유도 생겼다.
-최근 17세 18세 선수들은 대표팀에 가야 한다고 했는데, 대표팀에서 이를 어떻게 조절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잘하는 선수는 튀기 마련이다. 나이가 어려도 리그에서 압도적인 기량을 보여준다면 그럴 거다. 양민혁 선수처럼 토트넘으로 갈 수도 있다. 나이가 적고 많고를 떠나 리그에서의 활약에 따라 충분히 어린 선수들도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대표팀 코칭 스태프들이 판단하겠지만, 모두가 인정할 만한 퍼포먼스를 리그에서 보여준다고 생각하면 대표팀에서도 경쟁력이 있을 거다. 처음에는 적응 기간도 필요하지만 그렇지 않은 선수들도 있다. 지금은 월드컵 최종예선 기간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는 부담감이 있을 거다.
-린가드는 지면 안 된다고 이야기했는데, 이런 것들이 팀에 어떤 영향을 줄지.
경기에 나가는 선수들 중 지고 싶어하는 선수들은 없다. 모든 선수들이 그런 마음으로 경기에 나간다.
하지만 승패를 결정하는 건 작은 부분이다. 내가 마음을 먹는다고 해서 그러는 게 아니라 훈련장부터 준비를 하고 경기장에서 퍼포먼스로 나와야 승리로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린가드만이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그런 마음을 갖고 있다. 올 시즌에는 작년보다 더 높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난 올해가 중요한 해가 될 것 같다. 작년에는 지난 몇 년 동안의 힘든 시간들을 극복했다. 올해에는 FC서울이라는 팀이 강팀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올해가 정말 중요한 한해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올해 좋은 성적을 거둔다고 하면 주변에서도 FC서울에 대한 인식이 강팀으로 변할 거라고 본다.
모든 선수들이 목표를 공유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린가드 선수가 자신의 경험 등을 잘 공유하고 있어서 어린 선수들도 많은 영향을 받고, 그런 것들이 좋은 분위기로 이어지는 것 같다.

-후배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쳐야 하는데 어떤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나.
가장 좋은 건 운동장에서 보여주는 것이다. 내가 말을 많이 한다고 좋은 영향력을 끼치지는 않는다. 경기장에서나 훈련장에서 보여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 '저 형도 저렇게 열심히 하는데, 우리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인드가 필요하다.
나 역시 어렸을 때 형들을 보면서 많은 걸 느꼈다. 그게 가장 중요할 것 같다. 경기장 밖에서는 아무래도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이다. 경기를 많이 뛰지 못하는 선수들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다. 그 선수들이 힘든 포지션이다. 경기에 나가지 못하니까 놓아버릴 수도 있는데, 그런 상황이 되면 안 된다. 팀이 한 시즌을 잘 보내려면 11명이 아니라 전원이 잘해야 한다. 벤치에서 시작해도 주전으로 올라설 기회가 충분히 있다. 그런 선수들이 실망하지 않고 1년을 같이 잘 가는 게 중요한 포인트다. 그런 선수들을 잘 챙겨야 한다.
-서울이 우승후보로 불리는 이유는 새 얼굴들 때문인데, 새로 영입된 선수들과 함께 뛰었을 때 보강이 잘 됐다고 느껴지나.
작년과 비교하면 경기력이 더 좋다. 나는 우승을 하려면 압도적인 팀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상대 입장에서 경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부담스러운 팀이 되어야 한다. FC서울은 아직 그런 팀이 아닌 것 같다. 시즌이 시작되고 다른 팀들이 FC서울과 경기를 하고 '버겁다, 좋은 팀이다'라는 생각을 해야 우리가 우승 후보라고 생각한다.
울산HD의 경우 계속 우승권에 있는 팀이기 때문에 분명 그런 걸 무시하지 못한다. 전북 현대도 지난 시즌에는 좋지 않았지만 새 감독님이 오시고 선수들도 보강했기 때문에 분명히 그 팀의 경험들을 살릴 수 있을 거다. 대전에도 좋은 선수들이 많이 갔고, 포항은 많은 영입을 하지 않았지만 건재하다.
사실 아직 독보적인 팀은 없다고 생각하는데, 그래서 서울이 우승후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다. 결과와 상황으로 인해 선수들이 자신감을 얻을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자신감을 얻으면 무서운 팀이 될 것이고, 초반에 삐그덕거리면 부담감을 느낄 거다. 본인들의 입으로 우리가 우승후보라고 이야기하는 것보다 주변에서 인정하는 게 중요하다. 확실한 건 작년 동계훈련보다 팀의 짜임새나 선수 개개인의 능력, 체력적인 부분 등 모든 상황이 더 좋다.
-미드필더 퀄리티가 높아져서 주전 경쟁 난이도가 높아졌는데.
주전 경쟁은 모든 팀에 있다.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선수가 경기에 나가는 거다. 숙명이다. 미드필더 자원 중 훌륭한 선수들이 많이 있다. 어린 선수들도, 새로 온 (정)승원이도 기본적으로 능력을 갖추고 있는 선수들이다. 누가 경기에 뛰든지 충분히 자신의 몫을 해줄 수 있다.
감독님께서 최종적으로 조합에 대한 고민을 하실 것이다. 그런 고민을 안겨드리는 게 선수들의 역할이다. 자신의 경기력을 보여줘야 뛸 수 있다. 선의의 경쟁을 통해 경기력을 보여줄 거라고 생각한다.
(이)승모, (류)재문이, (황)도윤이는 물론 승원이도 작년에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누구와 뛰더라도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더 좋은 하모니가 이뤄질 거라고 기대한다. 하지만 축구에서는 언제나 경쟁이 있는 법이다. 최선을 다하면 기회가 올 거다.

-선수 생활 마무리에 대한 생각은.
마무리는 좋았으면 좋겠다. 좋은 상황에서 마무리하고 싶다. 시작보다는 끝이 중요하다. 끝을 어떻게 마무리하는지에 따라 사람들의 기억에 남을 거다. 가장 좋은 건 좋은 성적으로 마무리하는 것이다. 부상 없이 팀에 꾸준히 좋은 영향력을 줘야 한다. 부상으로 계속 빠지면 손해를 보는 부분이 많다. 올 시즌은 부상 없이 팀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우선이다.
(은퇴) 타이밍은 시즌을 치르면서 스스로 느낄 것 같다. 그래서 동계훈련도 착실하게 준비했고, 부상 없이 이번 시즌을 잘 치르길 바란다.
-2008년 준우승 때와 비교하면 지금이 얼마나 비슷하다고 느끼는가.
그 때와는 다르다. 당시 FC서울은 대표급 선수들이 즐비했다. 용병들도 마찬가지였다. 주변에서도 FC서울에 대한 평가가 당연한 우승후보였다. 지금과는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작년에 우리가 지난 몇 년 보다 더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그래도 우리 위에는 지난 몇 년간 K리그를 이끌었던 팀이 있다. 당시와 지금의 위상 차이가 있다. 하지만 지금은 결이 다른 그런 모습이다. 그 중심에 새로 들어온 선수들과 기존에 들어온 선수들이 모두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시즌을 시작해야 알 것 같다.
-작년에는 고민이 많았던 것 같은데 올해에는 편해 보인다.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
작년 성적이 괜찮아서 올해 더 여유가 있다. 지난 시즌을 시작할 때에는 몇 년간 성적이 좋지 않았고, 감독님도 새로 오신 상황이어서 부담감이 지금보다 더 심했다. 작년에는 주장의 역할을 해야 했다. 부담감이 있었던 것 같다. 작년 성적 덕에 지금은 여유가 생겼다. 주변에 (김)진수나 (문)선민이 같은 친구들이 들어와서 고참의 역할을 이 선수들이 나눠서 하니까 내가 할 일들을 많이 해주고 있다. 그런 부분들도 아무래도 덜 부담이 되는 이유이지 않나 싶다.
-김진수, 문선민, 정승원 모두 캐릭터가 강한데, 그들을 관리할 필요는 없을까.
똘끼가 있는 애들이다. 더 똘끼가 있는 사람이 앞에 있으니까. 같이 대표팀을 했던 친구들이라 오히려 더 편한 것 같다. 나이 차이도 많이 나는 친구들은 내가 어려울 거고, 나도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고민이 많다. 진수나 선민이는 대표팀에서 같이 있었으니 서로를 알고 알아서 하는 게 있다. 그게 굉장히 편하다.
오히려 그런 선수들이 와서 경기장 안에서 같이 플레이를 하는 게 더 편하다. 자기 표현을 하고, 자기가 할 거를 하는 캐릭터가 함께 있기 편하다. 경기력적인 측면에서 마이너스가 되는 행동을 하는 건 안 되겠지만, 그런 부분에서는 선수들이 인지를 하고 있을 것이다. 그 친구들이 오면서 개인적으로는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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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