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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퍼트 은퇴식, 회장님까지 깜짝 등장…레전드 향한 예우 '순도 100%' [잠실 현장]

기사입력 2024.09.15 11:40 / 기사수정 2024.09.15 11:40



(엑스포츠뉴스 잠실, 김지수 기자) 두산 베어스의 레전드 더스틴 니퍼트가 구단의 배려 속에 성대한 은퇴식을 치렀다. 구단주까지 깜짝 현장을 방문, 팀을 위해 헌신했던 니퍼트를 격려하고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두산은 1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리는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KT 위즈와의 팀 간 16차전에서 니퍼트의 은퇴식을 진행한다. 니퍼트는 2018 시즌 KT에서 선수 생활을 마감한 이후 6년 만에 공식 은퇴식을 갖고 정들었던 그라운드와 작별했다.

니퍼트는 경기 시작 전 공식 기자회견에서 "13년 전 미국을 떠나 한국(두산)에 왔던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며 "두산 유니폼을 입고 은퇴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1981년생인 니퍼트는 2010 시즌 종료 후 미국 메이저리그 텍사스 레인저스를 떠나 두산에 새롭게 둥지를 틀었다. 만 31세가 되던 해 빅리그 구단들로부터 25인 로스터가 보장되는 계약을 제안받지 못하던 상황에서 두산이 보낸 러브콜에 마음이 움직였다.  

니퍼트의 한국행은 선수 자신은 물론 두산에게도 신의 한 수가 됐다. 니퍼트는 2011년부터 2017년까지 베어스 유니폼을 입고 185경기 94승 43패 1홀드 평균자책점 3.48의 발자취를 남겼다. 2018년에는 KT에서 29경기 8승 8패 평균자책점 4.25를 기록, KBO리그 외국인 투수로는 처음으로 통산 세 자릿수 승수(102승)와 1000탈삼진의 위업을 달성했다.



두산은 니퍼트와 함께 우승의 한을 풀었다. 2015년 14년 만에 한국시리즈 정상을 밟는 기쁨을 맛봤다. 니퍼트는 준플레이오프 1경기 7이닝 2실점, 플레이오프 2경기 16이닝 무실점의 괴물 같은 활약을 펼치고 팀을 한국시리즈로 이끌었다. 한국시리즈에서도 9⅓이닝 무실점으로 완벽투를 보여주면서 베어스의 'V4'를 견인했다.

니퍼트는 2016 시즌 더 무시무시한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28경기 167⅔이닝 22승 3패 평균자책점 2.95 142탈삼진으로 다승과 평균자책점 타이틀,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 페넌트레이스 MVP까지 거머쥐었다. 두산이 1995년 이후 21년 만에 정규리그-한국시리즈 통합우승을 차지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니퍼트는 뛰어난 기량뿐 아니라 언제나 '팀 퍼스트'를 생각하는 워크에식과 사회공헌활동에 적극적으로 앞장서며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니퍼트와 하느님을 합친 '니느님'이라는 영광스러운 별명까지 얻었다.



두산은 니퍼트가 은퇴한 이후 포스트시즌 시구 초청 등 인연을 이어왔다. 올해는 니퍼트와 팬들을 위한 은퇴식까지 마련하면서 레전드를 향한 확실한 예우를 보여줬다. 1998년 KBO리그에 외국인 선수 제도가 도입된 이후 은퇴식을 치른 선수가 나온 건 니퍼트가 처음이다. 

니퍼트는 직접 영어로 낭독한 은퇴사에서 "두산 베어스에게 감사함을 전한다. 2011년 계약 이전까지, 나는 KBO리그와 두산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당시만 해도 양측 모두 우리가 어떤 일을 해낼지 전혀 몰랐다. 8년을 함께한 지금 돌이켜보면 모두에게 좋은 선택이었다"고 돌아봤다.

또 "팬이 없는 나는 없다. 팀원이 없는 나는 없다. 가족이 없는 나는 없다. 여러분 모두에게 모든 것을 빚지고 있다.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강조했다.

니퍼트의 은퇴식은 잠실야구장을 가득 메운 2만 3750명의 팬들은 물론 함께 '두산 왕조'를 일궈냈던 동료들도 자리를 빛냈다. 현역으로 뛰고 있는 정수빈, 양의지, 김재호, 김강률를 비롯해 은퇴 후 해설위원으로 활동 중인 유희관도 깜짝 게스트로 참석했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겸 야구단 구단주도 이날 니퍼트의 은퇴식 행사를 현장에서 지켜봤다. KT와의 경기 '직관'은 예정돼 있었지만 니퍼트의 은퇴식이 열리는 그라운드 방문은 당초 스케줄에 없었다.

박정원 회장은 직접 그라운드로 내려가 니퍼트에게 축하의 꽃다발을 건넸다. 베어스에 두 번의 한국시리즈 우승과 수없이 많은 기쁨을 안겨줬던 에이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박정원 회장의 야구 사랑은 두산은 물론 야구팬들 사이에서도 잘 알려져 있다. 2022 시즌을 마친 뒤 4년 전 NC 다이노스로 FA(자유계약) 이적했던 포수 양의지를 재영입하는 과정에서 양의지와 직접 만나 식사를 했던 일화는 유명하다.

박정원 회장은 이와 함께 매년 두산의 해외 스프링캠프 전지훈련지를 직접 찾아 선수단을 격려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지난해 두산의 호주 시드니 스프링캠프에 이어 올해도 지난 2월 일본 미야자키 캠프를 방문해 주장 양석환에게 금일봉을 전달했다. 



박정원 회장은 정규시즌에도 틈날 때마다 잠실야구장을 찾아 선수들을 응원하고 있다. 지난 5월 두산 선수단에 최고급 태블릿 PC를 지급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박정원 회장은 올해부터 해부터 KBO리그에 ABS(자동투구 판정 시스템)가 도입됨에 따라 선수들이 경기 전후로 게임 내용을 복기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기 위해 전폭 지원에 나섰다.

두산은 박정원 회장의 방문에 힘을 얻은 듯 이날 승전고를 울렸다. 4위 KT를 0.5경기 차로 추격하면서 4위 탈환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사진=잠실, 고아라 기자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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