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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육상 결산 ③] 데일리 프로그램의 저주? 우연 아닌 '필연'

기사입력 2011.09.05 07:18 / 기사수정 2011.09.05 09:24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4일 막을 내린 '제13회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모든 선수들은 '저주'를 기피해야했다. 다름 아닌 데일리 프로그램(일일 안내 책자)의 표지 모델로 선정되는 점을 꺼려했다.

데일리 프로그램은 당일 열리는 경기 중, 가장 유력한 우승 후보나 세계적인 스타를 표지 모델로 내세웠다. 이번 대회에서 데일리 프로그램의 표지 모델로 등장할 수 있는 선수는 총 10명 정도다. 출전 선수 2,000여 명 중, 일일책자의 표지 모델로 선정되는 점은 뜻깊은 일이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데일리 프로그램의 표지를 장식한 선수는 '악몽'을 겪어야 했다. 대회 첫날 표지에 등장한 스티븐 후커(호주)는 남자 장대높이뛰기에서 유력한 금메달 후보였다. 하지만, 힘 한번 쓰지 못하고 예선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이번 대회 최고의 스타인 우사인 볼트(자메이카)도 '저주'를 피해가지 못했다. 지난달 28일에 열린 남자 100m 결승전에서 뜻하지 않은 부정 출발로 실격 처리되고 말았다.

저주란 말이 호소력을 얻은 것은 3일째 표지의 주인공인 다이론 로블레스(쿠바)가 실격을 당한 이후부터였다. 남자 110m 허들에 출전한 로블레스는 라이벌인 류샹(중국)을 제치고 가장 먼저 결승지점을 통과했다. 하지만, 비디오 판독 결과 류샹을 건드리는 모습이 포착됐고 결국, 금메달을 박탈당했다.

'미녀새' 옐레나 이신바예바(러시아)도 저주의 희생양이 됐다. 데일리 프로그램의 표지모델이 된 이신바예바는 여자 장대높이뛰기 결승전에서 시종일관 무기력한 모습을 노출하며 6위에 머물렀다.



여자 200m 결승전이 열린 2일의 표지 모델은 한 명이 아닌 두 명이었다. 미국의 단거리 간판인 카멜리타 지터와 앨리슨 펠릭스가 나란히 표지에 등장했다. 저주를 피하기 위해 두 명을 표지 모델로 내세웠지만 공교롭게도 두 선수 모두 금메달을 획득하지 못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유명 선수들 중, 일부는 데일리 프로그램의 표지 모델이 되기를 꺼려했다.

하지만, '저주'를 피해간 경우도 있었다. 여자 경보 20㎞ 우승자인 올가 카니스키나(러시아)는 처음으로 이 저주를 극복하고 우승을 차지했다.

3일 모델인 샐리 피어슨(호주)도 데일리 프로그램의 저주를 깨며 여자 100m 허들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피어슨은 결승전에서 대회 신기록(12초28)까지 세우며 자신이 표지 모델로 등장한 데일리 프로그램을 직접 들고 세리머니를 펼쳤다.

볼트와 로블레스의 경우는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왔다. 정상적으로 경기가 진행됐다면 우승이 가능했지만 뜻하지 않은 불운이 겹치면서 고배를 마셔야했다.

하지만, 이신바예바를 비롯한 일부 선수들은 이변의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하고 있었다. 이신바예바는 지난해 자신의 기량을 온전히 펼치지 못했다. 장대를 들고 달리는 스피드도 떨어졌고 자신감도 결여돼 있었다.

반면, 저주를 극복한 피어슨은 이번 대회에서 시종일관 좋은 기량을 펼쳤다.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었던 그는 결승에서 대회 신기록을 작성하며 '저주'를 조롱했다.

만약, 3일 모델이 피어슨이 아닌, 여자 높이뛰기 세계챔피언인 블란카 블리시치(크로아티아)가 선정되었다면 '저주'가 지속될 가능성은 높았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발목과 무릎 부상으로 고전한 블리시치는 몸 상태가 최상이 아니었다.

반면, '숙명의 라이벌'인 안나 치체로바(러시아)는 올 시즌 상승기류를 타고 있었다. 두 선수는 마지막까지 치열한 경쟁을 펼쳤지만 실수가 적었던 치체로바가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우사인 볼트는 "이번 대회에 출전한 일부 챔피언들은 타이틀을 지키지 못했다. 몇몇 부상자들도 많았고 다른 선수들이 너무 잘해 이변이 많았다"고 말했다.

볼트의 말대로 이번 대회는 챔피언들의 순항보다 이변이 많았다. 데일리 프로그램은 각 종목의 챔피언들을 주로 내세웠지만 상당수는 자신의 기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이변이 많았던 대구는 '데일리 프로그램의 저주'라는 이슈를 만들어냈다.



[사진 = 샐리 피어슨, 옐레나 이신바예바, 블란카 블리시치 (C) 엑스포츠뉴스 조영준 기자]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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