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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안 깨지려면 그렇게 하시라고"...심판진은 왜 ABS 오심을 인정하지 않았을까

기사입력 2024.04.15 06:42 / 기사수정 2024.04.15 06:42



(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모두가 혼란에 빠졌다. 문제의 본질은 ABS(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와 다른 판정을 내린 주심의 실수가 아닌, 깔끔하지 못한 심판진의 대처였다.

14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팀 간 3차전 3회말에서 상황이 발생했다. 2사에서 김지찬이 몸에 맞는 볼로 출루한 뒤 NC 선발 이재학의 2구 투구 때 2루를 훔치면서 도루를 기록했다. 2루심의 최초 판정은 아웃이었지만, 삼성 벤치가 비디오 판독을 요청하면서 판정 번복을 이끌어냈다. 최종 판정은 세이프.

이후 이재학이 볼 2개를 던지면서 볼카운트 3볼 1스트라이크에 몰렸고, 5구 스트라이크를 던져 풀카운트를 만들었다. 그러자 더그아웃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강인권 NC 감독이 그라운드에 뛰쳐나와 심판진에게 어필했고, 주심을 맡은 문승훈 심판위원이 잠시 경기를 중단한 뒤 뭔가를 체크했다. 이재학이 던진 2구가 ABS 상으로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했는데, 주심은 스트라이크가 아닌 볼을 선언했다는 게 강인권 감독의 이야기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문승훈 심판위원과 심판조장인 이민호 심판위원을 포함한 네 명의 심판이 그라운드에 모였고, 해당 상황에 대해 논의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민호 심판위원이 마이크를 잡은 뒤 "김지찬 선수가 도루할 때 투구한 공(이재학의 2구째)이 심판에게는 음성으로 '볼'로 전달됐다. 하지만, ABS 모니터를 확인한 결과 스트라이크로 판정됐다"며 "NC에서 어필했지만, 규정상 다음 투구가 시작하기 전에 항의해야 한다. '어필 시효'가 지나, 원심대로 진행하겠다"고 팬들에게 설명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이상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문제의 상황은 이민호 심판위원이 마이크를 잡기 전에 일어났다. 심판들이 대화를 나눈 게 TV 중계에 그대로 잡혔는데, 이민호 심판위원이 문승훈 심판위원에게 "음성은 분명히 볼로 인식했다고 하세요. 우리가 빠져나갈...이것밖에 없는 거예요. 음성은 볼이야. 알아들어요? 볼이라고 나왔다고, 일단 그렇게 하시라고. 우리가 안 깨지려면"이라고 말한 장면이 팬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됐다. 오심을 범한 심판이 책임을 회피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 장면이었다.

이 장면을 실시간으로 지켜본 팬들은 분노를 금치 못했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대구 경기 심판진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한국야구위원회(KBO)도 해당 사안에 대안 심각성을 인지한 뒤 대구 경기 심판진에게 경위서를 요청했다. 중징계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사실 심판진에게 실수를 만회할 기회가 없진 않았다. 올 시즌을 앞두고 새롭게 도입된 ABS 규정에 따르면, 주심뿐만 아니라 3루심도 인이어를 통해 볼 판정 결과를 들을 수 있다. 혹여 주심이 판정을 놓쳤다면 3루심에게 문의를 거쳐 스트라이크 또는 볼을 선언하면 된다. 절차대로만 움직이더라도 심판진도, 감독들도, 선수들도 충분히 상황을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다. 이날 상황의 경우에도 심판진이 실수를 인지한 뒤 양 팀 사령탑들과 소통했다면 이렇게까지 커질 문제는 아니었다.

공교롭게도 이날 고척스카이돔에서 진행된 롯데 자이언츠와 키움 히어로즈의 시즌 3차전을 앞두고 김태형 롯데 감독이 공개적으로 ABS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내놨다. 김태형 감독은 13일 키움전 5회초 무사 1루 전준우의 타석 때 키움 선발 김선기의 3구 투구 이후 심판진에게 항의했는데, 볼카운트 2볼에서 들어온 3구 슬라이더가 스트라이크 존 바깥쪽으로 빠졌다는 게 김 감독의 생각이었다. 항의를 받아들이지 않은 심판진은 그대로 경기를 진행했다.

김태형 감독은 "전날 경기 중 ABS 스트라이크 판정에 대해 (납득할 수 없어) 확인을 요청했는데 스트라이크 존에 걸렸다고 하더라. 현장에서는 ABS에 대한 불만이 많다. 이걸 정말 믿을 수 있는 건지 어떤 기준으로 판정이 이뤄지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며 "세계 최초 ABS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터무니없는 판정 때문에 경기력에 지장이 있으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KBO는 지난해부터 ABS 1군 도입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로봇심판'으로도 불리는 ABS는 트래킹 시스템을 활용해 모든 정규 투구의 위칫값을 추적한 뒤 스트라이크 판별 시스템이 심판에게 해당 투구의 판정 결과(스트라이크 혹은 볼)를 자동 전달하는 구조로, KBO는 볼 판정에 대한 논란을 최소화하고 리그 운영 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올해 시범경기부터 ABS를 시행했다. 또 경기 중 선수단이 더그아웃에서 실시간으로 ABS 판정 결과를 확인할 수 있도록 각 구단에 태블릿 PC를 1개씩 제공했다.

반대 여론이 없진 않았다. 하지만 ABS 도입을 적극 추진한 허구연 KBO 총재는 지난해 말 "선수, 구단, 심판, 팬 모두가 많은 불만이 쌓인 상태다. 심판들은 중압감에 시달리고 있다. 너무 힘들어서 도저히 심판을 소화하지 못하겠다고 얘기하는 심판이 나올 정도"라며 "(ABS 도입에 있어서) 100%는 아니어도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기술적인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런 문제가 나오지 않도록 초반에 최선을 다해야 하지만, 함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주시고 이해해 주셨으면 한다"고 전했다.

KBO는 비시즌 기간 성공적인 ABS 도입 및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힘을 쏟았지만, 시즌 초반부터 큰 위기에 처했다. 14일 NC-삼성전과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빠른 시일 내로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엑스포츠뉴스 DB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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