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4-15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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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 좋은 타자라는 걸 알게 됐다"...홈런 내준 투수도 극찬한 '바람의 손자'

기사입력 2024.03.01 12:50

미국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이정후가 시범경기 2번째 경기 만에 빅리그 무대 첫 번째 홈런포를 쏘아 올렸다. 2경기 연속 안타를 생산하면서 절정의 타격감을 과시했다. 사진 연합뉴스
미국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이정후가 시범경기 2번째 경기 만에 빅리그 무대 첫 번째 홈런포를 쏘아 올렸다. 2경기 연속 안타를 생산하면서 절정의 타격감을 과시했다. 사진 연합뉴스


(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이정후(25·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미국 무대에서 첫 홈런을 쏘아 올리며 겨우내 흘린 구슬땀의 결실을 확인했다.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강속구에 적응하기 위해 미리미리 준비한 부분이 성과를 거두는 모양새다.

이정후는 1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솔트리버 필즈 앳 토킹스틱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원정 시범경기에 1번 타자 겸 중견수로 선발출전, 3타수 2안타 1홈런 1타점을 기록했다.

이정후는 1회초 첫 타석부터 힘차게 배트를 돌렸다. 선두타자로 나와 애리조나 선발투수 라인 넬슨을 상대로 2루타를 쳐내며 시범경기에서 2경기 연속 안타 생산에 성공했다.

이정후는 초구 152km짜리 직구 스트라이크를 흘려보냈다. 이어 넬슨의 2구째 143km짜리 컷 패스트볼을 공략했지만 파울이 됐다. 볼카운트가 투 스트라이크로 몰린 불리한 상황에서 131km짜리 커브를 공략해 우익수 키를 넘기는 2루타를 때려냈다. 스트라이크 존에서 크게 벗어난 몸쪽 낮은 코스의 공이었지만 이정후는 특유의 테크닉으로 기술적인 안타를 만들어냈다.

이정후는 3회초 두 번째 타석에서는 홈런포를 가동했다. 샌프란시스코가 0-2로 뒤진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넬슨을 상대로 담장을 넘겨버렸다. 

이정후는 넬슨의 초구 151km짜리 직구에 과감하게 방망이를 돌렸지만 파울이 됐다. 이후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나는 136km짜리 체인지업 2개를 침착하게 골라내며 투 볼 원 스트라이크로 유리하게 카운트 싸움을 끌고 갔다.  

이정후는 넬슨의 4구째 직구를 완벽한 스윙으로 받아쳤다. 스트라이크 존 한복판으로 몰린 152㎞의 직구를 그대로 잡아당겨 우중간 펜스를 넘어가는 솔로 아치를 그려냈다.

미국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이정후가 시범경기 2번째 경기 만에 빅리그 무대 첫 번째 홈런포를 쏘아 올렸다. 2경기 연속 안타를 생산하면서 절정의 타격감을 과시했다. 사진 연합뉴스
미국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이정후가 시범경기 2번째 경기 만에 빅리그 무대 첫 번째 홈런포를 쏘아 올렸다. 2경기 연속 안타를 생산하면서 절정의 타격감을 과시했다. 사진 연합뉴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의 스탯캐스트에 따르면 이정후의 홈런 타구 속도는 시속 176.5㎞, 발사 각도는 18도, 비거리는 127.4m였다. 발사각은 낮은 편이었지만 빨랫줄처럼 날아가는 타구로 배트에 맞는 순간 홈런을 직감하게 했다. 

이정후의 훈련은 빠른 공은 물론 뛰어난 신체조건을 바탕으로 타자들을 압도하는 메이저리그 투수들에게 적응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였다.

이정후는 애리조나와의 시범경기 종료 후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등 미국 현지 매체들과 인터뷰에서 "메이저리그 투수들은 구속도 빠르지만, 대부분 키가 크고 (손에서 공을 놓는) 릴리스 포인트가 다 높다"며 "그래서 공이 더 빠르게 보이고 많은 변화구가 모두 다르게 움직인다. 겨우내 이에 대비한 훈련을 했다고 좋은 결과가 나와서 기쁘게 생각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샌프란시스코 지역 매체 '머큐리 뉴스'에 따르면 이정후는 지난 겨울 피칭머신의 릴리스 포인트를 조정해 집중 타격 훈련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후는 단순히 타격에만 집중한 게 아니었다. 지난달 초 샌프란시스코의 스프링 트레이닝에 합류한 이후 투수들의 공을 지켜보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이정후는 지난해 KBO리그에서 메이저리그 진출 전 마지막 시즌을 앞두고 타격폼을 수정하기도 했다. 예상보다 큰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원래 타격폼으로 돌아가기도 했지만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는 열정을 보여줬다. 

이정후는 지난달 28일 시범경기 첫 출전에서 미국 무대 마수걸이 안타를 신고한 데 이어 두 번째 게임에서는 홈런을 쏘아 올리면서 3주 앞으로 다가온 정규리그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미국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이정후가 시범경기 2번째 경기 만에 빅리그 무대 첫 번째 홈런포를 쏘아 올렸다. 2경기 연속 안타를 생산하면서 절정의 타격감을 과시했다. 사진 연합뉴스
미국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이정후가 시범경기 2번째 경기 만에 빅리그 무대 첫 번째 홈런포를 쏘아 올렸다. 2경기 연속 안타를 생산하면서 절정의 타격감을 과시했다. 사진 연합뉴스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이정후의 홈런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꾸준히 이정후를 호평하고 신뢰를 보내고 있는 상황에서 이정후가 이에 보답하는 맹타를 휘둘렀다.

멜빈 감독은 애리조나와 경기 종료 후 "이정후는 직구, 변화구 등 모든 공을 잘 치고 있다. 좋은 출발을 한 것 같지 않나?"라고 취재진에게 되물었다.

애리조나 선발투수였던 라인 넬슨도 '경기 전 (처음 만나는) 이정후의 어떤 점을 분석했나'라는 질문에 "따로 분석하지는 못했으나 지금은 그가 좋은 타자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미국 언론들도 칭찬 일색이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이날 홈런은 이정후가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공에 잘 적응하고 있다는 신호"라며 "이정후의 타격 실력이 기대보다 뛰어나다는 것을 암시한 경기이기도 했다"고 치켜세웠다.

'머큐리 뉴스'는 "이정후는 첫 시범경기에 이어 두 번째 경기에서도 인상적인 플레이를 펼쳤다"고 보도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 닷컴은 공식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정후의 홈런을 소개하면서 샌프란시스코의 새로운 스타 탄생을 조명했다. 

이정후는 2017년 휘문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차 지명으로 키움 히어로즈에 입단하며 프로 무대에 데뷔했다. 지난해까지 KBO리그 통산 884경기, 타율 0.340, 1181안타, 515타점, 69도루, 581득점, OPS 0.898의 기록을 남긴 뒤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빅리그 입성에 성공했다. 

미국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이정후가 시범경기 2번째 경기 만에 빅리그 무대 첫 번째 홈런포를 쏘아 올렸다. 2경기 연속 안타를 생산하면서 절정의 타격감을 과시했다. 사진 연합뉴스
미국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이정후가 시범경기 2번째 경기 만에 빅리그 무대 첫 번째 홈런포를 쏘아 올렸다. 2경기 연속 안타를 생산하면서 절정의 타격감을 과시했다. 사진 연합뉴스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를 영입하기 위해 무려 6년 총액 1억 1천300만(1505억 원) 달러를 베팅, 다른 경쟁 구단들을 따돌리고 '바람의 손자'를 품었다. 일본프로야구(NPB) 최고의 타자였던 요시다 마사타카가 2023 시즌을 앞두고 보스턴 레드삭스와 계약을 맺을 당시 조건이었던 5년 총액 9000만 달러(약 1170억 원)를 제치고 역대 아시아 타자의 포스팅 최고액을 투자했다. 

이정후의 샌프란시스코 내 입지는 긴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탄탄한 상태다. 올 시즌부터 샌프란시스코 지휘봉을 잡은 밥 멜빈 감독은 이정후를 일찌감치 2024 시즌 리드오프 겸 중견수로 확정하고 중용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이정후는 실전에서 이에 부응하는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샌프란시스코는 2023 시즌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5개팀 중 4위에 그쳤다. 79승 83패, 승률 0.488로 승패마진 '-4'를 기록, 5할 승률에도 못 미치는 실망스러운 성적을 거뒀다.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면서 2010, 2012, 2014년 월드시리즈 정상에 올랐던 강팀의 위용을 잃은 상황이다. 

샌프란시스코의 가장 큰 약점은 타격이었다.  2023 시즌 팀 타율 0.235로 극심한 빈공에 시달렸다. 투수들이 최소 실점으로 버텨줘도 타자들이 점수를 얻지 못하는 악순환 속에 쉽게 게임을 풀어가지 못했다. 

샌프란시스코는 특히 공격의 첨병 역할을 해줘야 할 마땅한 1번타자가 없는 게 문제였다. 2023 시즌 1회 공격에서 첫 번째 아웃 카운트를 의미 없이 날려버리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 무려 9명의 선수가 1번타자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지만 제 몫을 해냈던 선수가 없었다.

비록 시범경기이기는 하지만 리드오프로 점찍은 이정후가 좋은 타격감을 뽐내면서 1번타자 문제는 해결 기미가 보인다. 이정후는 자신에게 대박 계약을 안겨준 샌프란시스코에 야구로 보답할 준비를 순조롭게 하고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이정후가 시범경기 2번째 경기 만에 빅리그 무대 첫 번째 홈런포를 쏘아 올렸다. 2경기 연속 안타를 생산하면서 절정의 타격감을 과시했다. 사진 연합뉴스
​​​​미국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이정후가 시범경기 2번째 경기 만에 빅리그 무대 첫 번째 홈런포를 쏘아 올렸다. 2경기 연속 안타를 생산하면서 절정의 타격감을 과시했다. 사진 연합뉴스


이정후는 시범경기 단 두 차례 출전으로 샌프란시스코에서 가장 돋보이는 타자로 우뚝 섰다. 이정후가 슬러거 유형의 타자는 아니지만 미국 무대 첫 홈런이 빠르게 나오면서 스스로 큰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됐다.  

공교롭게도 이정후의 여동생 이가현 씨와 지난해 초 결혼식을 올리고 부부의 연을 맺은 '매제' 고우석(25·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도 이정후가 미국 무대 첫 홈런을 기록한 이날 쾌투를 선보였다.

고우석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의 시범경기에서 메이저리그 진출 후 첫 실전 등판에 나섰다. 1이닝 1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으로 홀드를 기록,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이정후의 메이저리그 첫 정규리그 공식 경기 상대는 고우석이 뛰고 있는 샌디에이고다. 오는 3월 29일부터 샌디에이고의 홈 구장 펫코파크에서 4연전을 치른다. 샌디에이고는 앞서 3월 20~21일 한국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LA 다저스와 개막 2연전을 갖고 미국으로 돌아가 본토 개막전을 준비한다.

고우석이 샌디에이고 불펜에서 필승조로 분류되고 있는 만큼 이정후와 고우석의 대결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 샌디에이고에는 지난해 아시아 야수 최초로 내야수 부문 골드글러브를 수상한 김하성도 뛰고 있어 코리안 빅리거들의 선의의 경쟁이 한국 야구 팬들을 즐겁게 해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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