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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MVP' 페디, 화이트삭스와 '2년 200억' 계약 합의…역수출 신화 도전

기사입력 2023.12.06 10:56 / 기사수정 2023.12.06 12:21



(엑스포츠뉴스 조은혜 기자) 올 시즌 KBO리그 최고의 투수로 군림했던 NC 다이노스 에릭 페디가 예상대로 메이저리그에 복귀한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ESPN' 제프 파산 기자는 6일(한국시간) 자신의 SNS에 "에릭 페디가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2년 1500만 달러(약 197억 원) 조건에 계약했다"고 전했다. 

2022년 워싱턴 내셔널스에서 뛰었던 페디는 한국 무대에서의 활약을 발판 삼아 2년 만에 빅리그로 돌아가게 됐다.메이저리그 복귀 시 페디는 메릴 켈리(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조시 린드블럼, 브룩스 레일리(뉴욕 메츠) 등에 이은 KBO '역수출' 사례다.

페디는 2014년 메이저리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18순위로 워싱턴 내셔널스에 지명을 받았다. 2017시즌 트리플 A 등을 거쳐 빅리그에 입성, 3경기에서 선발 등판했다. 이후 2018시즌엔 11경기에 나섰고, 2019년엔 선발은 물론 불펜으로도 뛰며 21경기에서 평균자책점 4.50을 기록했다.

이후엔 코로나19 영향을 받았다. 단축 시즌으로 진행된 2020시즌부터 선발 로테이션 한 자리를 차지하더니 그 해 11경기 2승 4패 평균자책점 4.29를 찍은 것이다.

특히 2022시즌엔 27경기에 선발 등판, 6승 13패 127이닝 58사사구 94탈삼진 평균자책점 5.81 성적을 남겼다. 열심히 뛰었지만 잘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특히 평균자책점이 5점대 이상이다보니 야구 인생에 새로운 변화가 필요했다.

마침 워싱턴에서 논텐더로 방출되면서 자유계약 시장에 나왔고 그는 한국행을 선택했다. 메이저리그 풀타임 투수가 한국을 대반전 시나리오 쓰는 무대로 삼은 것이었다. 연봉 반토막 수준으로 한국에 왔는데 그의 결정은 1년 뒤 결국 신의 한 수가 됐다. 마구 같은 구종 스위퍼를 앞세워 KBO리그 타자들을 요리했고 한국에 '페디 열풍'을 일으켰다. 자신의 영업 비밀 같은 스위퍼도 KBO 다른 팀 선수들에게 곧잘 전수하는 등 여러모로 귀감이 됐다.



성적도 아주 훌륭했다. 페디는 NC에서 30경기 180⅓이닝을 소화해 20승6패 평균자책점 2.00을 기록했다. 209개의 삼진을 솎아내며 KBO리그 역대 5번째이자 외국인 투수 최초 '20승-200탈삼진' 대기록을 작성하기도 했다. 1986년 선동열(24승-214탈삼진) 이후 37년 만의 위업을 이뤄내며 KBO사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페디는 평균자책점, 승리, 탈삼진 부문 타이틀 홀더로 투수 트리플크라운도 달성했다. 선동열(1986·1989·1990·1991년), 류현진(2006년), 윤석민(2011년)에 이어 역대 4번째이자 외인으로는 처음이다.

KBO리그 역대 투수 중 선발 20승 이상을 기록한 사례로는 22번째다. 2020년 라울 알칸타라(두산 베어스)가 20승2패를 기록했고, 페디가 3년 만에 배턴을 이어받았다.

정규시즌 종료 직전 부상을 당했지만 포스트시즌에서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KIA전에서 타구에 오른쪽 팔을 맞았고, 결국 와일드카드 결정전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준플레이오프 엔트리에는 합류했지만 실제 등판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2차전 종료 후 페디가 몸 상태에 대한 불편함과 불안감을 내비쳤다. 병원 검진 결과 단순 충돌 증후군 진단이 나왔다. 페디는 4차전 선발 등판을 준비했다 NC가 3차전 만에 준플레이오프를 끝내며 다음 단계를 기약했다.

그리고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KBO 첫 가을야구에 나선 페디는 6이닝 3피안타(1피홈런) 1볼넷 12탈삼진 1실점 완벽투를 펼쳤고, 1차전 데일리 MVP에 선정되며 건재함을 입증했다. 

페디의 처음이자 마지막 가을 등판이었다. 플레이오프 승부는 길어졌고, 시리즈 전적 2승1패가 되자 4차전에 페디를 예상하는 시선도 있었다. 강인권 감독은 "휴식기가 너무 짧다. 3일 쉬고 등판은 무리라고 봤다. 송명기의 컨디션이 나쁘지 않아 4차전 선발은 송명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후 NC는 4차전에서도 패했다. 2승2패로 KT에 추격을 허용했다. 5차전은 지난 5일에 열려 페디가 5일 휴식 후 등판할 수 있는 환경이었으나 강인권 감독은 신민혁을 선택했다. 하지만 NC는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했고, 페디는 미안함과 아쉬움에 뜨거운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페디는 외국인 선수로는 이례적으로 지난달 27일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시상식에도 참석해 5관왕을 수상했다. 영예의 KBO MVP를 비롯해 평균자책점상, 승리상, 탈삼진상, 투수 부문 수비상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NC 소속으로는 2015년 에릭 테임즈 이후 2번째이자 8년 만에 MVP가 나왔다.

한국야구기자회 소속 언론사 기자 및 각 지역 언론 담당 기자들의 온라인 투표 결과 페디는 MVP 부문서 총 111표 중 102표를 획득했다. 91.9%로 압도적인 득표율을 자랑했다.

KBO 시상식 당시 페디는 "KBO 리그에 감사를 표한다. NC라는 팀에 왔기 때문에 상들을 받을 수 있었다. 이런 결말을 만들 것이라곤 예상하지 못했는데 너무나도 영광스럽고 행복하다"며 "MVP를 받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시상식에 참석했다. 실제로 받게 돼 무척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팀 동료들이 아니었다면 MVP를 수상할 수 없었을 것이다. 우린 끝까지 형제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강인권 감독님과 코치님들, 스태프들에게도 감사하다"며 "창원이란 도시에도 이 영광을 돌리고 싶다. 많은 시민분들이 도움을 주셨다. 앞으로 어디에 가든 창원은 내게 제2의 고향일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페디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대단했던 시즌이다. 시즌 중간중간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다. 결국 계속 달려온 끝에 잘 마무리했다"며 "앞으로의 야구 인생에서 올해만큼 대단한 시즌은 없을 듯하다"고 강조했다.

페디는 오는 11일 개최되는 2023 신한은행 SOL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서에서 수상이 유력하다. 페디가 황금장갑을 품을 경우 NC 투수로는 2015년 에릭 해커에 이어 2번째이자 8년 만이다. 



실력은 물론 인성적인 면에서도 귀감이 됐던 페디였다. 페디의 통역을 담당했던 NC 한동희 매니저는 "페디는 올 시즌 내내 정말 잘했다. 나도 페디의 좋은 기운을 많이 받은 것 같다"며 "잘할 때마다 내 이름을 자주 언급해 줬다. 몸 둘 바를 모르겠더라. 너무 뭉클해 복받치는 감정을 참기도 했다. 정말 좋은 선수를 만났던 것 같다. 난 복받은 사람이다. 페디에겐 항상 고마운 마음뿐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페디는 야구에 대한 열정과 집념이 누구보다 뛰어난 선수였다. 옆에서 조언을 해주기보다는 그저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려 했다"며 "낯선 타국에 와 자신의 편이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듯했다. 페디에게 '난 네 편이야'라는 표현을 자주 했다. 매니저로서, 형제이자 친구로서 페디를 진심으로 가족이라 여겼다"고 전했다.

NC는 페디에게 다년계약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NC 임선남 단장은 "KBO 시상식이 끝난 뒤 페디 측에 구단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제안을 했다. 샐러리캡 등 KBO리그 규정 안에서 할 수 있는 최고의 조건이었다. 외국인 선수 계약 규정에 따라 2년 차부터는 다년 계약을 할 수 있는데, 다만 비상식적인 긴 기한으로 제안을 한 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빅리그와의 머니 싸움에서는 밀릴 수밖에 없었다. 

MLB.com은 페디와 화이트삭스의 계약 소식을 전하며 "페디는 2016시즌과 2017시즌 MLB 100대 유망주로 꼽혔지만, 부상으로 1년에 140이닝 이상을 소화한 적은 없었다. 2022년 워싱턴에서 27번 선발 등판해 127이닝 동안 94탈삼진, 58볼넷을 기록하는 등 평균자책점 5.81의 성적을 남겼다"고 소개했다.

이어 "페디는 워싱턴에서 싱커와 커브, 체인지업에 의존했지만 한국에서는 스위퍼를 추가하면서 효과를 봤다. 삼진율은 29.5%로 메이저리그에서의 17.5%를 훨씬 뛰어넘었고, 볼넷 비율 4.9%는 MLB 비율 9.5%에서 거의 절반이었다"고 설명했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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