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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 강등' 2부 수원의 첫 고민…염기훈 감독이냐, 새 사령탑이냐

기사입력 2023.12.03 07:53 / 기사수정 2023.12.03 07:53



(엑스포츠뉴스 김정현 기자) 수원 삼성 레전드가 팬들 앞에서 눈물을 보였다. 선수 생활을 마감하는 그는 지도자 생활을 자신이 사랑하는 구단에서 이어갈지 선택해야 할 순간이 왔다. 수원 역시 2부로 떨어진 팀을 재건하기 위해 염기훈을 다시 선택해야할지 고민에 빠졌다.

수원은 2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강원과의 하나원큐 K리그1 2023 38라운드 최종전에서 득점 없이 0-0으로 비겼다. 

수원과 강원이 득점 없이 비긴 가운데 수원FC와 제주 유나이티드가 동시간대 열린 경기에서 1-1로 비기며 강원이 최종 10위(승점 34), 수원FC가 11위(승점 33·득점 44), 수원이 12위(승점 33·득점 35)가 됐다. 다득점에서 수원FC에 밀린 수원은 결국 1995년 창단 이래 첫 2부리그 강등이라는 수모를 당했다.

이날 무조건 이겨야 했던 수원은 선수비 후역습을 내세웠지만, 강원의 강한 압박 기조에 쉽게 올라가지 못했고 슈팅 기회도 적었다. 경기 막판 공세에도 수원은 득점에 실패했고 결국 강등당했다.



염기훈은 플레잉 코치에서 감독 대행으로 보직을 변경하며 자신이 사랑하는 팀, 수원의 강등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했지만, 끝내 눈물을 흘리고 팬들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2010년 트레이드로 울산에서 수원으로 이적한 27세의 염기훈은 2013시즌 안산 경찰청에서 군 복무를 한 걸 제외하고 2023시즌까지 13시즌 수원에서 활약했다. 그는 수원 통산 333경기 49골 87도움을 기록했다. K리그2였던 경찰청 시절을 제외하고 그는 1부 리그 통산 424경기 70골 99도움을 달성했다. 

염기훈이 있는 동안, 수원은 2010시즌, 2016시즌, 2019시즌, 총 세 차례 FA컵 우승을 차지하며 명문 팀의 자존심을 지켰다.

하지만 수원은 꾸준히 투자가 줄었다. 삼성전자가 스포츠구단에 손을 떼고 종합 광고대행사 제일기획이 2014년 모기업으로 이관됐다. 구단은 제일기획 산하 자회사가 됐고 삼성전자는 수원의 메인 스폰서로 남았다. 



염기훈도 나이가 점점 찼고 2019시즌, 36세가 된 그는 리그 26경기를 소화하며 점차 출전 시간이 조정됐다. 출전 시간으로 보면 2018시즌부터 리그 출전 시간이 1765분으로 2000분을 넘지 못했다. 그 이후로 그는 2021시즌까지 계속 출전 시간이 줄었다. 2021시즌엔 332분 출전에 그쳤다. 

2022시즌을 앞두고 염기훈은 이 시즌을 끝으로 선수 생활을 은퇴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염기훈은 "고민을 많이 했다. 은퇴를 먼저 예고한다는 게 조심스러웠지만, 팬들과 헤어지는 시간이 시즌 중간에 말씀을 드리는 것보다 서로 이별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팬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제가 그랬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2022시즌 수원은 본격적으로 강등 위기를 맞았다. 팀 성적이 곤두박질치면서 최하위 성남, 11위 김천상무 다음으로 낮은 10위로 시즌을 마쳤다. 오현규의 활약으로 FC안양과의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간신히 잔류했고 염기훈은 은퇴를 번복하고 플레잉코치로 2023시즌을 준비했다. 



염기훈은 플레잉코치를 하면서 아시아축구연맹(AFC) P급 지도자 연수를 진행했다. P급 지도자 연수를 태국을 왔다 갔다 하며 받았다. 확실히 그가 다음 커리어를 지도자로 이어가겠다는 것이 예상됐다. 

하지만 그 커리어가 너무나 빨리 시작됐다. 2023시즌 중도 부임한 김병수 감독이 9월 26일 경질되면서 염기훈이 감독 대행으로 부임했다.. 당시 염기훈은 "강등 탈출을 위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렇지만, 여론은 싸늘했다. 염 대행이 자리를 맡는다고 발표가 나자, 여론은 '수원이 염기훈을 방패막이로 사용한다'라고 비판했다. 염 대행은 구단 유튜브를 통해 "많은 분이 걱정해 주시는 걸 알고 있는데 그냥 수원만 생각했다. 방패막이가 되는 게 두렵지 않고 팀이 잘못됐을 때가 제일 두려웠다"라고 이유를 밝혔다. 

염기훈 대행 체제에서 수원은 조금씩 반등의 기미를 보였다. 정규리그 최종전인 포항전 1-0 승리로 첫 승을 신고했고 파이널라운드에서 최종전 전까지 2승 1무 1패로 승점을 차곡차곡 쌓았다. 



특히 36라운드와 37라운드, 수원 더비와 슈퍼매치 두 차례 원정에서 수원은 2연승을 달성하며 기적을 쓰는 듯했다. 더비 경기라는 중압감을 이겨내고 수원은 각각 3-2, 1-0으로 이겨 다이렉트 강등 탈출의 불씨를 살렸다.

하지만 강원과의 최종전에서 수원은 희망을 보여줬던 경기력이 아니었다. 강원의 강한 압박에 오히려 수원이 빠르게 앞으로 튀어 나가지 못했다. 에너지 레벨에서 밀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힘든 기색을 보이면서 수원은 결국 1995년 창단 이후 첫 강등이란 수모를 당했다. 

염기훈은 경기가 끝나자, 선수들에게 다가가 위로를 건넸다. 하지만 끝내 본인도 팬들 앞에서 눈물을 참지 못했다. 마이크를 들고 연신 "죄송합니다"를 반복한 그는 기자회견에선 "팬들께 너무나 죄송하다. 선수들도 최선을 다했지만, 생각하지 않고 원하지 않았던 결과가 나와 선수단에도 미안하다. 팬들께도 고개를 들을 수 없을 만큼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제 선수로는 정든 그라운드를 떠난다. 하지만 그 마무리는 암울했다. 염기훈은 "내 선택에 후회는 없다. 수원에 있으면서 모든 게 내 선택이다. 선택에 후회가 남지 않게 최선을 다했다. 많은 분이 안 좋은 선택이라고 했지만, 최선의 선택이 되기 위해 선수로 최선을 다했다. 후회는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록 내가 안 좋은 상황에서 은퇴하지만, 나는 앞으로도 수원을 사랑하고 응원할 것이다. 수원이 잘되도록 돕고 멀리서 응원하면서 이 팀이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게끔 할 생각"이라며 여전한 수원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관건은 염기훈이 수원에 남는지 여부다. 시즌이 마무리되면서 감독 대행직이 끝난 염기훈은 구단과의 논의 후 거취를 정할 전망이다. 

곧 P급 교육이 끝나는 염기훈이 2부리그에서 팀을 다시 1부리그로 승격시키는 그림은 물론 구단이나 팬 입장에서 최고의 시나리오다. 팬들도 염 대행에 책임을 묻지는 않고 있다.

일단 염기훈은 본인의 거취에 대해선 "내가 어디서 다시 지도자를 시작할지 모르지만, 지도자의 꿈을 이뤄 나갈 거다. 구단과 이야기하겠지만, 수원이든 다른 곳이든 지도자로 앞으로 나아갈 생각을 하고 있다"라며 확답은 피했다. 

수원은 마지막에 최선을 다해 선수들을 다독인 염 대행과 내년 1부 탈환을 위한 도약을 노릴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선장을 데려와 2부리그 조기 탈출을 도모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하는 큰 과제를 받아들었다. 염기훈의 눈물이 훗날 수원 역사에 어떻게 기억될지 지켜볼 일이다.



사진=수원월드컵경기장, 박지영 기자



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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