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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석 무너뜨린 '강철 매직' 뚝심 "문상철 교체 안 해서 이겼다" [KS]

기사입력 2023.11.08 13:00



(엑스포츠뉴스 잠실, 김지수 기자) "김민혁 대타 투입 타이밍에 고민이 많았다. 문상철을 안 바꾼 게 승리의 요인이 됐다."

KT 위즈는 지난 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7전 4승제) 1차전에서 LG 트윈스를 상대로 3-2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결과와 내용 모두 만족스러웠다. 선발투수 고영표가 6이닝 7피안타 2사구 3탈삼진 2실점(1자책)으로 제 몫을 해줬고 플레이오프 MVP 손동현이 2이닝 2탈삼진 무실점 퍼펙트 피칭으로 LG 타선을 압도했다.

2-2로 맞선 9회초 정규이닝 마지막 공격에서는 LG가 자랑하는 리그 최고의 클로저 고우석을 무너뜨렸다. 2사 후 배정대가 풀카운트 승부 끝에 출루한 뒤 문상철이 1타점 2루타를 쳐내 스코어를 3-2로 만들었다.

KT는 이후 셋업맨 박영현이 9회말 마운드에 올라 LG의 마지막 저항을 삼자범퇴로 잠재웠다. 박영현은 문성주와 신민재를 내야 땅볼, 홍창기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역대 한국시리즈 1차전 승리팀의 우승 확률은 74.4%(29/39)다. KT는 이 기분 좋은 확률을 손에 쥐고 'V2'를 향한 마법 같은 여정을 이어가게 됐다.

이강철 KT 감독은 1차전 승리 직후 "고영표가 LG에 끌려갈 수 있는 상황에서 정말 뛰어난 위기 관리 능력을 보여줬다"며 "문상철이 9회초 마지막 찬스에서 좋은 타격을 해줬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이강철 감독이 밝힌 승리 요인 중 하나는 문상철을 교체 없이 9회까지 끌고 간 부분이다. 문상철은 1차전 7번 지명타자로 선발출전했지만 9회초 결승타를 때려내기 전까지 3타수 무안타로 침묵 중이었다. 

문상철은 특히 KT가 1-2로 끌려가던 2회초 무사 1·2루 찬스에서 벤치의 사인이 없었던 가운데 희생 번트를 시도했다가 삼중살 플레이로 이어져 팀과 자신 모두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문상철의 의도는 좋았지만 번트 타구가 LG 포수 박동원 앞에 힘없이 멈춰섰고 2루 주자 장성우가 3루에서 포스 아웃됐다. 문상철 자신도 1루에서 죽으면서 순식간에 아웃 카운트 2개가 사라졌다. 1루 주자 배정대가 2루에 도착한 뒤 3루 추가 진루를 노렸다가 아웃되면서 KT의 2회초 공격은 허무하게 종료됐다. 



문상철은 2회초 삼중살의 여파인 듯 5회초 두 번째 타석, 7회초 세 번째 타석 모두 삼진으로 물러났다. 7회초는 2-2 동점 상황 1사 1·2루 찬스였기 때문에 아쉬움이 더 컸다.

이강철 감독은 7회초 문상철을 대타 김민혁으로 교체하는 것도 고려했다. 승부처였던 데다 김민혁은 지난 5일 NC 다이노스와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0-2로 뒤진 5회말 동점 2타점 2루타를 쳐냈던 좋은 기억이 있었다.

하지만 이강철 감독은 문상철을 그대로 두고 갔다. 문상철을 교체할 경우 8~9회 공격에서 하위 타선의 무게감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이강철 감독은 문상철의 삼진 이후 7회초 2사 1·2루에서 박경수의 타석 때 아껴뒀던 김민혁 대타 카드를 빼들었다. 김민혁이 우전 안타를 쳐내면서 리드를 잡는 듯했지만 2루 주자 장성우가 홈에서 잡히면서 득점에 실패했다.

결과론이지만 문상철을 끝까지 믿고 갔던 이강철 감독의 뚝심은 9회초 한 방으로 보답받았다. 문상철은 작전 실패에 대한 마음의 짐을 털어냈고 KT의 팀 분위기도 뜨겁게 불타올랐다.



이강철 감독은 "7회초 1사 1·2루에서 고민을 많이 했다. 하지만 (문상철) 뒤에 타순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대타를 쓰지 않았다"며 "결과적으로 문상철을 남겨 놓은 게 승리의 요인이 됐다"고 웃었다.

또 "문상철의 2회초 희생 번트는 벤치 사인이 아니라 스스로 시도했다. 만약 1차전을 졌으면 내가 시켰다고 하려고 했는데 이겼으니까 말한다"고 농담을 던지는 여유를 보였다.

KT는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벤치가 김민혁 카드를 찬스에서 지체 없이 기용한 부분이 승리로 이어졌다. 반대로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는 김민혁 투입 시점을 딱 한 타이밍 늦춘 게 신의 한 수가 됐다. 

이강철 감독은 게임 운영 중 순간적으로 문상철을 대타와 교체했다는 착각을 하기도 했다. "문상철이 고우석에게 3타수 3안타로 강했다. 순간적으로 문상철을 뺀 줄 알고 후회했다"며 "다시 라인업을 보면서 문상철이 있는 걸 확인하고 제발 배정대가 출루해 주기를 바랐는데 이뤄졌고 문상철이 장타까지 쳐줬다"고 돌아봤다.



문상철 역시 이강철 감독의 신뢰 속에 얻은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시즌 내내 강한 면모를 보여줬던 고우석을 울리고 팀과 자신 모두 해피엔딩을 맞이할 수 있었다. 

문상철은 "결승타를 쳐서 기분이 좋은 게 아니라 팀이 이겨서 기쁘다. 내가 잘해서 이기면 더 좋은 게 사실이지만 우리 팀은 오직 전체가 승리만 바라보고 있다"며 "(2회초 삼중살 이후) 코치님과 형들이 하나만 치면 된다고 내게 찬스가 걸릴 거라고 얘기해줬다. (실수가) 쉽게 잊히지 않았지만 빨리 지우려고 비우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한편 KT는 8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리는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에이스 윌리엄 쿠에바스를 선발투수로 내세워 2연승을 노린다. 쿠에바스는 지난 3일 NC와 플레이오프 4차전 이후 4일 휴식 후 마운드에 오른다.

LG는 우완 최원태가 선발투수로 출격한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왕좌를 차지했던 SSG 랜더스가 1차전을 키움 히어로즈에 내준 뒤 2차전에서 곧바로 반격에 성공한 것처럼 시리즈 균형을 맞추는 게 목표다.  

사진=잠실, 김한준 기자/박지영 기자/고아라 기자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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