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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쿼터의 첫인상, '전력평준화+경각심+흥행' 기대된다 [최원영의 V로그]

기사입력 2023.10.25 07:00



(엑스포츠뉴스 최원영 기자) 첫인상은 합격점이다.

2023~2024시즌 V-리그에 변화가 생겼다. 처음으로 아시아쿼터 제도가 도입됐다. 수년간 논의한 끝에 지난해 9월말 도입이 확정됐다.

총 10개국을 대상으로 했다. 일본, 몽골, 대만, 홍콩, 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베트남, 말레이시아, 미얀마 등이다. 프로농구가 일본, 필리핀 국적 선수를 대상으로 삼은 것과 달리 보다 넓게 문을 개방했다. V-리그 아시아쿼터 선수들의 연봉은 세금 포함 10만 달러(약 1억3000만원)다.

당초 아시아쿼터 제도를 앞둔 구단들의 기대감은 크지 않았다. 여자부의 한 사령탑은 "상위 순번 지명이 예상되는 몇 선수를 제외하면 선발할 선수가 마땅치 않아 보인다. 다른 팀들이 다 뽑는데 우리만 뽑지 않을 수도 없다"며 고민을 내비쳤다. 더욱이 여자부는 국가대표 혹은 클럽 일정 등으로 트라이아웃 연습경기에 참가하기 어려운 선수들이 있어 연습경기 없이 비대면으로 드래프트를 진행했다. 선수들의 기량을 실제로 확인할 수 없어 영상으로 살펴봐야 했다.

남자부는 아시아쿼터에 비교적 적극적이었다. 한 배구단 관계자는 "냉정히 말해 국내선수의 공급이 충분하지 않았다. 매년 신인선수를 뽑지만 과거와 비교하면 실력이 떨어졌다"며 "리그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경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선수들이 팀에 새로 들어와야 했다. 현실적인 대안이 아시아쿼터였다"고 밝혔다. 올 시즌 V리그 평균 보수는 남자부 2억2900만원, 여자부 1억5200만원이다. 아시아쿼터 선수들의 연봉은 평균치보다 낮게 책정돼 있다.

해당 관계자는 "다만 아시아쿼터 선수를 완전한 주전감으로 보진 않는 분위기였다. 두 번째, 세 번째 옵션이어도 팀 선수층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해 모두 반긴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4일 V-리그 개막 후 1라운드 중반을 향하고 있다. 아시아쿼터 외인들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긍정적인 반응이 먼저 포착됐다.

우선 각 구단 전력의 상향평준화가 이뤄지는 중이다. 기존 외인들의 포지션은 제한적이었다. 주공격수로만 선발했다. 아시아쿼터 외인은 베스트7 라인업 중 취약했던 부분을 보완해 줄 선수들로 뽑았다. 날개공격수는 물론 미들블로커, 세터, 리베로 등 포지션이 다양했다. 각자 가려운 곳을 긁었다.

여자부에선 정관장 메가왓티 퍼티위(등록명 메가·인도네시아)가 대표 주자다. 그간 외인 혼자 분투해왔지만 올 시즌엔 메가의 존재감이 크다. 지난 24일까지 2경기에 나서 공격점유율 40.85%를 책임졌다. 총 42득점, 공격성공률 42.53%로 주포 역할을 해내고 있다. 

고희진 정관장 감독은 "팀마다 사정이 다르다. 로스터에 도움이 되는 선수를 뽑은 팀은 상당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며 "우리 팀은 메가를 영입해 큰 도움을 받고 있다. 아시아쿼터가 우리에겐 아주 좋은 제도다"고 미소 지었다.

주전 미들블로커 최가은을 한국도로공사에 트레이드로 내준 페퍼저축은행은 엠제이 필립스(등록명 필립스·필리핀/미국)에게 중앙 한 자리를 맡겼다. 필립스는 리그 속공 5위(공격성공률 48.72%), 블로킹 5위(세트당 0.583개)에 올랐다. 세터가 고민이던 IBK기업은행은 전체 1순위로 지명한 폰푼 게드파르드(등록명 폰푼·태국)를 주전으로 발탁했다.

해외리그 경험이 많은 흥국생명 아웃사이드 히터 김연경은 "확실히 아시아쿼터 선수들이 활약하며 리그 경쟁력이 높아진 것 같다. 수준도 더 올라온 듯하다"고 전했다.

남자부에선 기대를 모았던 한국전력 리베로 이가 료헤이(등록명 료헤이·일본)가 코트를 누빈다. 리그 리시브 3위(효율 60.53%), 디그 공동 4위(세트당 2.444개), 수비 4위(세트당 5.000개)로 선전 중이다.

OK금융그룹은 미들블로커 바야르사이한 밧수(등록명 바야르사이한·몽골)를 중용한다. 바야르사이한은 리그 블로킹 1위(세트당 1.000개), 속공 9위(공격성공률 57.89%) 등으로 꾸준히 두 자릿수 득점을 보탰다. KB손해보험 아웃사이드 히터 리우훙민(대만)과 우리카드 미들블로커 잇세이 오타케(등록명 잇세이·일본)도 주전을 꿰찼다.



보다 중요한 기대효과도 있다. 기존 국내선수들에게 경각심을 주는 것이다. 아시아쿼터 선수들이 합류하며 한국 선수들이 설 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그러나 기회는 누군가가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다. 실력을 증명해 직접 해당 포지션의 주인이 돼야 한다.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해야만 경쟁에서 밀리지 않을 수 있다. 그간 V-리그의 물결은 다소 정체돼 있었다.

한 구단 관계자는 "국내선수들은 정말 유리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깊은 우물 안에서 운동해왔다. 선수가 한정적인 상황이라 몸값만 계속 올라갔다"고 꼬집었다.

마르첼로 아본단자 흥국생명 감독은 "기존 환경에 머물기만 하는 것은 선수의 성장을 더디게 만든다. 주위의 수준이 높아야 선수들도 스스로 발전할 수 있다"며 "선수들이 '당연히 경기에 투입되겠지', '벤치에 있어도 연봉은 받으니까'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잘하는 동료와 함께 성장하려 했으면 한다. 경기에 나서려면 그만큼 실력을 보여주고 자격을 갖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24~2025시즌에 아시아쿼터 외인을 두 명으로 늘리자는 이야기가 나오는 중이다. 찬성하는 구단도 있지만, 반대하는 구단도 존재한다. 아시아쿼터 확대가 실현될 경우 무한 경쟁 체제에 돌입하게 된다. 국내선수와 외인들 간 선의의 경쟁을 통한 시너지 효과가 발생한다면 자연스레 리그의 수준이 높아질 수 있다. 바닥으로 떨어진 국제경쟁력 향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아시아쿼터 제도를 흥행 요소로 활용할 수도 있다. 구단 간 전력 불균형이 해소되면 승부는 예측 불가능해진다. 결과가 불 보듯 뻔한 경기는 흥미가 떨어진다. 리그 막바지까지 치열한 순위 경쟁이 이어져야 흥행에도 도움이 된다.

태국, 대만, 일본 등의 배구 팬들을 V-리그로 유입하는 징검다리를 놓을 수도 있다. 실제로 국내에 거주 중인 외국인 팬들이 배구장을 찾는 사례가 눈에 띈다. 한국 방문을 계획하는 해외 팬들도 늘어날 수 있다.

프로농구에서는 지난 6월 KBL과 문화체육관광부, 주필리핀한국문화원, 한국관광공사가 손을 맞잡고 필리핀 마닐라에서 'K-스포츠 관광 마케팅 행사'를 펼쳤다. KBL 최초 아시아쿼터 선수 출신 신인왕인 현대모비스의 론제이 아바리엔토스와 한국가스공사의 샘조세프 벨란겔 등 현지 국적 선수들이 앞장섰다.

팬 사인회, 토크쇼, 농구 대결 이벤트 등을 펼쳤다. 아바리엔토스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마스크 팩과 폼클렌징을 사용하기 시작했다며 K-뷰티 경험담을 늘어놓았다. 벨란겔은 수성못, 동성로 등 동료들과 방문한 대구 관광지를 소개했다.

한국관광공사는 최근 V-리그 한 구단에 아시아쿼터 선수 국가와 관련된 관광상품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또 하나의 이야깃거리가 탄생할 수도 있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KOVO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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