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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우-판잔러처럼 아름다웠던, 우상혁-바르심 '명승부+우정' [항저우 리포트]

기사입력 2023.10.05 12:10 / 기사수정 2023.10.05 12:10



(엑스포츠뉴스 중국 항저우, 김지수 기자) '스마일 점퍼' 우상혁(27·용인시청)과 아시안게임 역대급 명승부를 연출한 카타르의 무타즈 에사 바르심(32)이 자신의 라이벌이자 친구인 우상혁을 치켜세웠다. 금메달의 영광은 자신이 가져갔지만 선의의 경쟁을 펼친 동료를 향한 리스펙(respect)을 잊지 않았다.

우상혁은 4일 저녁 8시(한국시간)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주경기장(Hangzhou Olympic Sports Centre)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육상 남자 높이뛰기 결승에 출전, 12명의 선수 중 최종 2위에 오르며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금메달의 주인공은 바르심이었다. 바르심은 2010 광저우, 2014 인천 대회에 이어 개인 통산 3번째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손에 넣었다. 5년 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부상으로 뛰지 못한 아쉬움을 털고 9년 만에 아시안게임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



바르심은 금메달 확정 후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솔직히 기분이 좋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몸 상태가 좋지 못해 독일에서 수술을 받았다"며 "그때 의사가 나보고 다시는 뛸 수 없을 거라고 얘기했다. 나는 상관 없다고 말하고 수술을 받은 뒤 인도네시아로 날아와 카타르 대표팀을 응원했다"고 돌아봤다.

또 "아시안게임은 항상 뛰고 싶은 무대였다. 내 조국 카타르에서 열린 2006년 아시안게임 때 자원봉사자로 참가했는데 당시 높이뛰기 선수들 농구공을 잡아주는 역할을 했다"고 어린 시절을 회상한 뒤 "부상을 딛고 3번째 금메달을 따게 돼 너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바르심은 이날 결승에서 우상혁과 경기를 주도했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6만여 관중들은 아시안게임 역사에 길이 남을 멋진 승부를 점프를 지켜볼 수 있었다.



승부는 바 높이가 2m33까지 올라간 뒤 더 뜨거워졌다. 일본의 신노 도모히로가 2m31에서 탈락하며 우상혁, 바르심의 일대일 대결로 금메달 다툼이 압축됐다.

우상혁, 바르심은 2m33을 1차 시기에 성공시키며 경기장을 가득 메운 7만여 관중의 함성을 이끌어냈다. 두 사람은 바 높이를 2m35로 올린 뒤 관중석을 향해 두 팔을 벌려 환호를 유도하는 등 결승전을 분위기를 더 끌어올렸다.

우상혁은 자신의 실외 경기 개인 최고 기록 2m35를 넘지 못했다. 바르심은 2m35를 1차 시기에 성공시키며 우상혁보다 금메달에 가까워졌다. 우상혁은 이후 2m37로 바를 높이는 승부수를 던졌지만 1~2차 시기 모두 바를 건드렸다. 2m35 1차 시기를 포함해 3번 연속 실패로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승전 금메달의 주인공은 바르심으로 정해졌다. 

바르심은 이견의 여지 없는 현역 최고 점퍼다. 남자 높이뛰기 역사에서 단 11명 뿐인 2m40 이상을 넘어본 선수 중 한 명이다. 



남자 높이뛰기의 'GOAT'로 꼽히는 쿠바의 하비에르 소토마요르가 2m45를 넘었던 가운데 바르심이 2m43으로 역대 2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바르심은 11번이나 2m40 이상을 넘어 이 부문 최다 기록까지 보유 중이다.

바르심이 지난 2018년 7월 헝가리 그랑프리 대회에서 2m40을 넘은 이후에는 그 어떤 선수도 이 높이를 성공하지 못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현역 No.1 점퍼의 기량을 유감 없이 뽐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언론에서도 우상혁, 바르심의 라이벌 관계를 부각하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절친한 친구처럼 가깝게 지낸다.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 수영 종목에서 한국의 에이스 황선우와 중국의 단거리 간판 판잔러처럼 국적이 다르고 언어가 100% 통하는 건 아니지만 끈끈한 사이다.



판잔러는 황선우가 이번 대회 남자 자유형 200m 금메달을 확정 짓자 황선우의 팔을 치켜들고 관중들의 호응을 유도해 화제를 모았다. 시상식에서도 또 한 번 자유형 200m 아시아 챔피언에 대한 예우를 보여줬다. 

바르심은 "(우상혁과 마지막까지 경쟁한 부분이) 재미있었고 정말 즐거웠다"며 세계 최고 선수들끼리 대결한 소회를 밝혔다. 바르심은 지난 2일 예선 종료 후 우상혁을 "내 친구이자 라이벌"이라고 밝혔던 가운데 결승전 종료 후에도 서로를 격려하고 축하해줬다.



바르심은 지난 8월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 동메달에 이어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올 시즌 성적에 충분히 만족할 수 있게 됐다. 세계선수권에서 수차례 우승을 차지했었기 때문에 메달 색깔은 크게 개의치 않지만 이번 아시안게임 우승이 소중하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바르심은 영국 취재진이 '부다페스트 대회 동메달이 실망스럽지 않았냐?'는 질문에 "이미 세계선수권 금메달 5개가 있는데 왜 실망하겠냐?"고 답했다.

또 "우리는 스스로를 극한으로 밀어붙인다. 욕심이 많은 사람들"이라고 강조한 뒤 "파리올림픽 출전은 푹 쉬고 돌아온 다음 생각해 볼 문제다"라고 덧붙였다.

우상혁은 생애 첫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무산된 부분은 아쉬움을 드러내면서도 바르심과 멋진 경기를 펼칠 수 있었던 데 만족하는 눈치였다.




우상혁은 "바르심 선수와 높이뛰기 결승에서 경쟁할 수 있었고 어떻게 보면 영광적인 순간이었다"며 "바르심과 너무 즐거 경쟁을 하면서 내 기량이 늘고 있는 것 같아 너무 흥미롭다. 재미 있는 높이 뛰기를 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말하며 웃었다.

우상혁은 다만 내년 7월 파리 올림픽에서는 경쟁자 바르심을 넘겠다는 출사표를 던졌다. 올해 다이아몬드리그 파이널 우승을 통해 자신감과 경험을 쌓은 만큼 2021년 도쿄 올림픽 4위 이상의 성적을 거둘 것을 다짐하고 있다. 한국 육상도 우상혁의 역사 창조 순간을 손꼽아 기원 중이다.

우상혁은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할 때 무조건 금메달을 따기 위해서 왔다"며 "바르심은 내 승부욕을 더 불태워 줄 수 있는 선수다. 선의의 경쟁을 통해 내가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서 흥미롭고 기대된다. 차근차근 계단을 오르듯 파리 올림픽 전까지 2m37, 2m38, 2m40에 모두 도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사진=연합뉴스/엑스포츠뉴스 DB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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