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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서 은1 동1였는데…한국 수영 최전성기, '완벽 세대교체'의 힘 [항저우AG]

기사입력 2023.09.28 08:08 / 기사수정 2023.09.28 08:08



(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지난 2014년 안방에서 노골드 수모를 당했던 한국 수영이 9년 뒤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하면서 아시아를 넘어 세계 무대를 겨냥하고 있다.

특히 전통의 수영 강호 일본을 누를 만큼 괄목 성장한 모습이 인상 깊다. 선수들이 고루 활약하는 등 국가대표팀의 실력이 고루 발전한 것도 눈에 띈다.  그간 진행됐던 한국 수영의 세대교체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맞아 처음으로 빛을 발했다는 평가가 높다.

한국 수영이 사고를 쳤다. 수영대표팀은 중국 항저우에 위치한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수영장(Hangzhou Olympic Sports Centre aquastic sports arena)에서 열리고 있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수영 경영 종목에서 27일까지 3개의 금메달을 비롯해 13개의 메달을 거머쥐면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대회 이틀 째인 25일 지유찬이 남자 자유형 50m에서 아시안게임 신기록을 두 번이나 갈아치우며 깜짝 우승한 것으로 비롯해 황선우가 중심이 된 계영 대표팀이 같은 날 남자 계영 800m에서 한국 수영 사상 첫 단체전 금메달을 일궈냈다.

그리고 황선우가 27일 자신의 주종목인 남자 자유형 200m 결승에서 1분44초40을 기록, 한국 기록과 아시안게임 대회 기록을 모두 갈아치우고 아시아 정상에 우뚝 섰다.



은메달과 동메달도 꽤 수확했다. 김우민이 남자 자유형 1500m에서 은메달 딴 것을 비롯해 황선우, 이주호, 최동열, 김영범(이상 결승), 이호준, 조성재, 김지훈(이상 예선)이 물살을 가른 남자 혼계영 대표팀은 혼계영 400m에서 세계적인 수영 강국 일본을 누르며 금메달 못지 않은 은메달을 따냈다.

이주호가 남자 배영 100m에서 아시안게임 2회 연속 동메달 거머쥔 것을 비롯해 황선우가 남자 자유형 100m, 이호준이 남자 자유형 200m에서 각각 동메달을 따냈다.이은지는 수영 여자 배영 100m와 200m에서 중국, 일본 선수들을 헤집고 연달아 3위에 올라 시상대에 두 번이나 섰다. 평영 강자 최동열(남자 평영 100m), 베테랑 김서영(여자 개인혼영 200m)의 동메달도 인상적이었다. 수영 혼성 혼계영 400m에서도 황선우, 최동열, 김서영, 이은지(이상 결승), 이주호, 허연경(이상 예선)이 3위를 차지했다.

황선우가 조오련, 최윤희, 박태환에 이어 한국 수영 4번째 아시안게임 단일 대회 다관왕 된 것을 비롯해 이호준(금1 은1 동1), 김우민(금1 은1), 이은지, 이주호(이상 동3), 김서영, 최동열(동2) 등 멀티 메달리스트도 계속 나오고 있다. 한국 수영에 그야말로 르네상스가 도래한 것이다.



최근 2개 대회에서 한국 수영이 참패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위업이 더욱 눈부시다. 한국은 안방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에 그치는 수모를 당했다. 여자 혼계영 대표팀이 혼계영 400m에서 중국의 실격으로 은메달을 따냈고, 남자 접영 50m에서 양정두가 개인전 유일한 메달인 동메달을 획득한 것이 전부였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선 김서영이 여자 개인혼영 200m에서 일본의 강자 오하시 유이를 제치고 금메달을 따내 간신히 체면을 지켰으나 전체적으로 금1 은1 동4에 그쳐 2016 리우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조셉 스쿨링을 앞세운 싱가포르(금2)에도 뒤졌다. 박태환이라는 슈퍼스타가 사라지면서 한국 수영의 민낯이 드러났다는 혹독한 평가가 나왔다. 그런데 5년 뒤 금메달 3개를 비롯해 메달을 무더기로 따내며 수직 상승하는 중이다.

한국 수영의 저변 확대와 더불어 좋은 선수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진행된 세대교체가 주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수영이 과거 태권도처럼 유치원과 초등학교 학생들이 필수로 해야하는 운동처럼 인식되면서 선수층이 굉장히 넓어졌다는 뜻이다.



여기에 지난 5년간 이뤄진 대표팀 세대교체가 잘 진행되면서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물론 내년 파리 올림픽, 2028 LA 올림픽까지 바라볼 수 있을 정도로 앞날이 밝아진 것도 빼놓을 수 없다. 한국 수영 최초로 올림픽 결승에 올랐던 남유선 해설위원은 "지난 몇 년간 수영 대표팀 세대 교체가 이뤄졌는데 성과가 좋은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에서 열렸던 2019년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결과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해석했다.

실제 이번 대회 2관왕에 오른 황선우가 20살, 이호준과 지유찬이 각각 22살, 21살이어서 향후 4~5년은 최전성기를 더 누릴 여지가 크다.

대회 직전 치료를 받다가 동상에 걸리는 해프닝으로 화제가 됐던 이은지는 이번 대회에서 동메달 3개를 거머쥐었는데 2006년생으로 17살에 불과해 한국 여자 수영의 새로운 대들보가 될 수 있다는 호평을 듣는 중이다. 접영 1인자 김영범 역시 2006년생으로 한국 수영의 앞날을 밝혀줄 재목을 꼽힌다. 여기에 이들과 경쟁하면서 언제든지 대표팀에 진입할 수 있는 라이벌 선수들도 종목마다 여러 명씩 있어 선순환 체제가 잘 구축되고 있다는 게 수영계 평가다.



지난 7월 후쿠오카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남자 자유형 200m에서 월드아쿠아틱스 A기준기록 통과자가 3명(황선우, 이호준, 김우민)이나 나와 김우민이 이 종목에 출전하지 못한 것 등이 좋은 사례다. A기준기록은 월드아쿠아틱스가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 자동 출전 자격을 부여하는 기록이다.

수영계 관계자는 "과거엔 특정 종목에 A기준기록이 한 명도 없는 경우가 수두룩했는데 이번엔 3명이 나와 국가당 2명만 주어지는 쿼터를 받지 못하는 선수까지 나왔다"며 "그 만큼 선수 여러 명이 동반 성장하고 있다는 뜻 아니겠냐"고 했다.

저변과 경쟁이라는 양 날개를 달고 세대교체가 이뤄진 한국 수영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첫 결실을 맺은 셈이다.


사진=중국 항저우, 김한준 기자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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